미디어 전공 학자들이 문재인 정부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최우선 미디어 정책 과제로 내세울 것을 주문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수년간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문제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의 보도 기능부터 경영, 인사 등이 정부와 여당에 편향적인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제기됐다.
이를 반대해왔던 정권이 교체된 만큼 공영방송이 집권 세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막는 첫걸음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26일 한국방송학회 미디어제도개선연구특별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미디어 정책 7대 과제’를 발표했다.
특위는 지난해 말부터 네 차례의 공개 세미나를 열고 미디어 구조개편, 미디어 산업 국가개입 구조 개선, 이용자 권익보호 통신정채 등의 주제를 다뤘다. 이후 학회 회원 대상으로 새 정부에 바라는 미디어정책 의견을 수렴했다.
■ 공영방송 이념 재정립부터
특위가 첫째로 꼽은 정책 과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국회에서 수년간 여야가 다퉈온 문제지만 단 한번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집권당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공영방송 운영을 방조해왔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이에 특위는 우선 KBS 이사회 11인, 방송문화진흥회 9인을 각각 15인으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또 여야 추천 이사 비율도 8대 7의 구조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다. 특정 정치 성향의 승자독식 정파적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내세운 과제다.
아울러 방송법에 공영방송 조항을 명문화해 독립성과 의무를 법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방송통신 내용 심의, 자율로 맡겨라
둘째 정책 과제는 미디어 내용물 자유와 심의에 관한 내용이다.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내용물 규제체계를 만들기 위해 출범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겨냥한 제안이다.
우선 표적심의, 청부심의, 행정심의를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내용물에 대한 정치적 통제와 과다 개입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표현의 자유와 책임을 갖게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심의기구 문제는 학자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통일된 정책 과제를 내놓지는 못했다.
특위는 방송통신심의위를 두고 ▲방송통신 규제기구 내 전담위원회로 흡수 또는 ▲민간기구 지위 유지, 실질적 독립성 강화 등 두가지 개선안을 제시했다.
■ 인터넷 표현 자유 보장
국내에서는 임시조치 제도로 포털에 올라온 인터넷 게시글을 적법 절차 없이 차단되고 있다. 법원의 판단 없이 글 게시자의 권리가 과도하게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 특위의 분석이다.
특히 지난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한국의 인터넷자유지수가 필리핀, 케냐, 남아공 수준이라는 것이 현실이라고 꼽았다.
특위는 이에 따라 인터넷에서 진실한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시조치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미디어 R&D 조정위원회 신설
미디어 연구개발(R&D) 정책이 기술 투자 와에도 미디어의 공적가치, 이용자 권익보호 등 다양한 목표를 갖추어야 한다고 특위는 강조했다.
미디어 R&D 예산이 부처별, 유형별로 분산 파편화된 점도 개선할 부분으로 꼽았다.
이에 미디어 R&D 조정위원회를 신설해 공공적 가치 증대를 위한 중장기 연구지원이 필요하다가 주장했다.
아울러 연구예산의 통합적 운용을 통해 기금 운용과 집행의 효율성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미디어 산업 성장정책 세워라
특위는 방송, 케이블TV, 신문 등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의 성장이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통신사의 방송 결합 서비스 판매도 빠르게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래 성장성이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넷플릭스나 구글과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반 콘텐츠 유통 사업자의 국내 시장 잠식은 점점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위는 이에 최소 규제 정책으로 시장 자율성을 회복하고 규제가 필요한 경우 일몰제를 통해 한시적 적용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혁신 서비스의 경우 규제 최소화 원직을 설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단통법 개선, 알뜰폰 발전 지원
특위는 통신 규제 정책을 두고 이용자 후생 증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우선 단통법에 대해서는 지원금 상한제 일몰 이후 지원금 수준과 선택 약정할인 연동성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은 지원금 규모에 맞춰 현재 20%로 맞춰져 있지만, 지원금 상한규제 일몰 이후에는 새로운 잣대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알뜰폰 시장의 경우에는 현재 도매 중심의 경쟁규제가 재편되는 만큼 중장기적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합의제 행정기구 실효성 강화
특위는 미디어 산업의 특수성과 사회적 가치기준 변화를 고려해 현재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합의제 행정기구가 유요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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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합의제 위원회가 정책결정과적을 정파적 다수결 구조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5인의 상임위원 체제에서 민간 비상임위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개선안으로 내놨다.
또 위원 정책 책임제와 같은 정책실명제를 도입해 정책 결정의 책임 소재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