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SW, 일본시장에서 성공하려면…

[SW경영자 좌담회] "매력적인 시장...최소 5년은 두드려야"

컴퓨팅입력 :2017/05/25 14:52

일본 소프트웨어(SW) 시장은 매력적이다.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최소 4~5배 크다. 10배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정부(미래부)가 파악하고 있는 규모는 693억 달러(2016년 기준)다. 세계 시장의 6.3%다. 최근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7%에 달했다.

규모보다 더 매력적인 것이 있다. ‘돈을 벌게 해주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한번 진출하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SW 제품과 인력에 정당한 값을 지불한다. 특히 유지보수 비용은 깜짝 놀랄 정도로 '파격적'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무상 유지보수도 없다. 비정상적인 가격 구조에 신음하고 있는 국내 SW업체들에게 이런 일본 시장은 너무나 ‘매혹적’이다.

여기에 아베 노믹스로 경제가 살아나면서 정보기술(IT) 투자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금융권이 대표적이다. 차세대가 이미 끝난 우리와 달리 이제 차세대를 시작하는 분위기다. 2020년 열리는 올림픽 특수도 호재다.

그러나 ‘장밋 빛’은 여기까지다. ‘매혹적’인 만큼 ‘치명적인 면’도 많다. 우선 시장을 뚫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쉽게 봤다간 큰 코 다치기 일쑤다. 우리나라와 달리 매뉴얼부터 철저히 만들어야 한다. 매뉴얼과 기능이 차이가 나면 난리난다. 품질 검증도 철저하다. 그렇기 때문에 시장 진출을 최소 5년은 잡아야 한다. 5년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일본 SW 전시회를 다녀온 경영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 이선진 엔키아 사장, 김길곤 이노룰스 대표, 이석원 와이즈넛 상무, 그리고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도쿄에서 일본 최대 IT전시회(제26회 재팬 IT 위크)가 열렸다. 지디넷코리아는 여기에 참가한 국내 SW업체 경영자 5명을 초청해 23일 오후 좌담회를 개최했다.

매혹적인 일본 SW시장을 뚫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듣기 위해서다. 좌담회에는 파수닷컴 조규곤 대표, 이노룰스 김길곤 대표, 엔키아 이선진 사장, 파이오링크 조영철 대표, 와이즈넛 이석원 솔루션사업본부장(상무) 등 5명이 참석했다. 좌담회는 파수닷컴 사무실이 있는 서울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비즈니스센터 17층에서 열렸다.

■ 전시회에서 느낀 점과 일본시장 진출 계기는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이하 조규곤): ‘재팬 IT 위크’는 일본 IT시장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회다. 우리는 3년전에 참가했는데 올해는 안했다. 3년만에 가보니 보안분야가 엄청 커졌더라.

이석원 와이즈넛 상무(이하 이석원): 우리는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한소협)가 마련한 한국관에 부스를 마련해 참가했다. 일본 사업은 2008년부터 시작했고, 이제 활성화 되는 분위기다. 일본에 대리점을 두고 영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때 잠재 고객이 많이 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성과는 있었다. 일본 유명 SI업체가 관심을 가져 만났고, 일본 코트라 측과도 친분을 맺었다. 또 챗봇 등 우리가 하는 영역의 시장 조사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것도 성과다. 또 하나 느낀 점은 빅데이터다. 빅데이터는 아직 일본 시장도 큰 발전이 없는 것 같다. 3년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 듯 하다.

조규곤 파수닷컴 대표.

김길곤 이노룰스 대표(이하 김길곤) : 5년전부터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지사로 시작해 법인 만든지 2년됐다. 일본에서는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그다지 좋지 않다. 그래서 일본법인 이름으로 참여했다. 일본 최대 보험회사와 지난 3년간 솔루션 도입을 논의 한 끝에 작년 연말에 계약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 전시회도 나간 것이다. 우리는 비교적 쉽게 일본에 진출했다. 일본에서 먼저 찾아왔다. 우리 솔루션이 일본 언론에 소개됐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도 일본 잠재 고객 70~80곳이 찾아 왔다.

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이하 조영철) : 우리는 네트워크 장비와 보안 사업을 하고 있다. 일본은 2005년부터 진출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보니 일본 사람들이 많이 밝아졌더라. 예전엔 후쿠시마 원전으로 사람들 얼굴이 어두웠다. 2020년 올림픽에 대한 기대와 홍보도 많이 하더라. 경제는 기대 심리다. 아베노믹스가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 2~3년전만 해도 일본 경제 성장에 회의적이었지만 올해는 경제가 활발해졌다는 걸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주민등록증 같은 '마이넘버' 이슈가 쑥 들어갔다는 거다.

작년까지는 마이넘버가 큰 이슈였다. 작년에 이 사업과 관련한 대형 부실 사고가 있었는데, 이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보안 분야는 시장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선진 엔키아 사장(이하 이선진) : 원래 전시회에 부정적이었다. 투자 대비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생각이 바뀌었다. 가끔 나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만간 일본에서 열리는 ‘인터롭스’ 전시회도 나갈 계획이다.

김길곤 이노룰스 대표.

■ 우리나라 전시회의 문제점

일본 전시회를 이야기 하다보니 참석자들은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전시회와 비교했다. 인구가 일본의 절반에 불과함에도 전시회가 너무 많고, 또 기업이 원하는 B2B 전시회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조규곤 : 일본에서 열리는 전시회 중 ‘어느 것을 참가할까’ 하면 이번 전시회가 바로 떠오른다. 대표적 전시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비슷비슷한 전시회가 너무 많다. 전시회 운영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일본 전시회도 'IT재팬 주간'이라고 해서 IT와 관련 된 것들을 모두 모았다. 전시업체도 편하고 관람객도 편하다. 우리나라는 행사가 여러개로 나뉘어져 있다. 외국 사람이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회중 어느 것을 참여해야 하나”라고 물으면 바로 대답해 줄 전시회가 없다.

조영철 : 우리나라에도 ‘월드IT쇼’ 같은 행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SW와 관련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또 B2B 행사도 아니다.

이선진 : 맞는 말이다. 한국 전시회는 투자대비 효과가 별로 없다. B2B 행사면 기업 고객이 많이 와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일본 전시회에는 기업 고객들이 많이 온다.

조영철 파이오링크 대표

이석원 : 일본은 자체적으로 시장이 크기 때문에 동남아 등 다른 나라에 관심을 안둔다. 시장 규모가 우리보다 10배라고 말하는 사람도 아니다. 최소 5배 이상은 되는 것 같다. 우리회사가 일본에서 검색 쿼리 수를 달았는데 깜짝 놀랐다. 국내 대기업보다 두배 이상 나오더라. 인구가 많으니까 그렇다. 우리나라는 인구도 적은데 전시회가 분산돼 있다. 집중하는게 낫지 않을까 한다.

김길곤 : 일본은 자기가 볼 것을 미리 정해 놓고 본다. 막 돌아다니지 않는다. 보는 것도 효율적이고, 굉장히 꼼꼼히 본다. VIP 초대권으로 관련 정보가 계속 날아온다. 행사 주최측이 많이 고민한다.

이석원 : 이번 전시회에서 또 인상적인 것은 내년 예약이다. 큰 전광판을 만들어 내년 예약 현황 스티커를 붙이더라. 전시 마지막 날 되니까 이 스티커가 거의 다 찼다. 매일 방송으로 몇%가 찼으니 빨리 예약하라고 하더라.

조규곤 : 미국 대형 전시회에 가보면 오래 참여한 기업에게 참여 권한을 먼저 준다. 행사 준비를 훨씬 오래 전에 할 수 있다. 일년전에 준비해 전시회를 개최하는 느낌이다. 우리는 이렇게 못한다. 업체 입장에서 보면 행사 참여 기간도 너무 짧다.

■ 일본시장 진출 시 유의할 점

이야기는 자연스레 일본 시장에 진출하려면 국내 업체들이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또 일본 SW 시장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지로 옮겨갔다.

김길곤 : 처음에는 일본 시장에 관심이 없었다.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룰(Rule) 기반의 BRMS 전문업체다. 국내서 나름대로 1위하다 보니 5년전 일본에서 먼저 찾아왔다. 당시만 해도 일이 많아서, 손이 달려서, 일본 못간다 했다. 그랬는데 다음에 또 찾아 왔다. 일본 진출에 필요한 자료 만주면, 자기네가 번역 등을 하겠다고 했다. (진출) 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했다. 진출하기전 그 친구들이 우리 제품이 국내서 사용하고 있는 현황을 조사, 취재했다. 당시 우리 고객사 중 하나가 현대해상이었는데, 여기 CIO가 일본어를 너무 잘해 취재가 잘 됐고, 일본 언론에 보도됐다.

기사가 나간후 관심이 커져 일본에서 세미나를 하게 됐고, 이 세마나에 현재의 금융사 고객이 참석, 우리한테 직접 연략을 해와 일본 대형 금융사를 고객으로 확보하게 됐다. 일본 시장을 진출하면서 놀란게 있다. 고객이 벤더를 너무 잘 대우해주더라. 사실 이게 정상인데 한국과 너무 달라 여러번 놀랐다. 우리 제품을 일본어 버전으로 전환하는 비용이 4억 원 정도 됐는데, 우리가 리스크가 있어 돈을 못 댄다니까 고객사가 이 비용을 직접 댔다.

또 하나 놀란 부분이 철저한 품질 검증이다. 고객사가 산다고 해서 금방 팔릴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파일럿 성격의 'PoC(개념 검증)'를 하자고 해서 했는데 이게 2년이나 걸렸다. PoC를 2년이나 한다는 건 한국에서 상상 못할 일이다. 더 놀라운 건 여기에 드는 비용을 고객사가 댔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충격이었다.

이선진 엔키아 사장

조영철 : 맞다. 이게 정상이다. 그래서 일본 비즈니스가 매력적이다. 우리는 일본 대형사를 통해 하드웨어를 판매하는데 일본 회사들은 테스트 장비도 구입해 사용한다. 유지보수도 마찬가지다. 한국 같으면 고객이 돈도 안주고 오라고 한다. 일본은 안그렇다. 전화해서 사람이 가면 돈을 준다. 우리랑 문화가 너무 다르다. 진짜 부럽다.

김길곤 : 그렇다. 법보다 문화다. 일본에서는 절대 무상으로 못쓴다. PoC할때 이런 일도 있었다. 프로젝트의 빠른 진행을 위해 우리 직원을 일본에 한달 정도 무상으로 투입하겠다고 했더니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 그러더니 예산을 따로 따고, 그제서야 우리 인력을 사용하더라. PoC할때 6개월간 일본을 왔다 갔다 했는데 여기에 드는 호텔 비용도 다 일본 고객사가 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규곤 :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도 그렇다. 고객이 벤더와 제품을 대하는 태도가 우리랑 너무 다르다. PoC하고 가격을 제대로 준다. 미국에서는 SW를 IT라 하지 않고 SW 프러덕트라하는데 제품을 설치(인스톨)하려면 러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이런 문화래야 SW가 클 수 있는 토양이 된다.

■ 일본도 자체 SW 기업 등장 움직임

김길곤 : 희한하게 일본은 SW가 이렇게 대접받는 문화인데도 자체 솔루션 업체들이 별로 없다. 대부분 외산을 사서 쓴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모 글로벌 SW기업 일본 지사가 철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예전과 달리 일본이 자체적으로 그 제품을 만드니까 그 글로벌 기업이 설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조규곤 : 우리도 처음에는 미국보다 일본 시장에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시행 착오를 거쳤다. 처음에는 품질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를 극복하고 진출했다. 그런데 일본 매출이 안늘더라. 왜 그런가 하고 봤더니 우리 제품은 새로 시장을 만드는 건데, 일본은 이런 게 잘 안통한다. 이미 만들어 진건 받아들이는데 새로 트렌드를 만드는 건 수용을 잘 안한다. 그래서 일본 시장 진출 전략을 수정, 미국에서 먼저 트렌드를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일본에 진출하기로 했다.

이석원 : 일본에서 10년간 학교를 다녔다. 나름 일본을 안다고 생각한다. 2008년에 국내 SW기업 몇개가 공동으로 일본에 사무실을 내고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이를 담당했다. 일본은 아주 작은 것도 인건비를 다 쳐준다. 거꾸로 말하면 원가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대형 SI업체 5곳이 시장을 주도했는데, 지금은 3개로 줄었다. 일본 시장에서 통하려면 제품이 UI까지 완벽해야 한다. 인스톨하면 바로 돌아가는 제품이어야 일본에서 통한다. 한국과 다른 부분이다.

한국은 완성품이 아니더라도 커스터마이징하면 된다. 일본은 커스터마이징 이라는 말만 들어도 아예 검토를 안한다. 시장이 이렇기 때문에 엔진 형태로 사업을 제안하면 안 된다. 일본에서 팔리는 제품은 한국과는 다른, 완전히 패키징 된 제품이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라인업을 여러개 가져가기 힘들다. 일본 사람들은 성향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 안한다. 기존 것을 업그레이드하려 한다. 일본은 SW를 30~40년 쓰는 곳이 많다. 그만큼 안 건드린다. 문제 생기면 내 문제라고 여긴다.

이석원 와이즈넛 상무

레거시(구형 시스템)는 그대로 놔두고, 자기가 할 것만 한다. 시스템 통합을 안하려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차세대 하듯이 대규모로 시스템을 도입하는 곳이 없다. 일본에서 살았음에도 이 걸 알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형SI들이 몇천억 짜리 프로젝트 만들어내지 않는 한 대규모 사업은 없다. 하지만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다.

조영철 : 우리회사가 일본에 진출한 계기는 이노룰스와 비슷하다. 한국서 사업하는데 일본 측에서 먼저 찾아 왔다. 지금까지도 총판영업을 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일본에도 이제 벤처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이 이제 독자적으로 SW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한테는 부정적인 면이다.

이석원 : 맞다. 일본도 이제 벤처기업이 나오고 있다. 옛날에는 미국 SW를 썼는데, 이제 일본 제품을 쓰는 것 같다. 아베 노믹스로 경제가 살아나고, 이에 힘입어 IT 투자도 살아나고, 자연스레 IT업체도 늘고 있다.

김길곤 : 일본은 기업간 합병을 하면 우리와 달리 시스템을 통합하지 않는다. 일본ㅇ느 남한테 폐를 안끼치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부분이 반영된 듯 하다. 독특한 시스템통합(SI) 문화다.

■ 제 값 주는 일본SW시장…품질검증 철저, 도입하면 20~30년 사용

김길곤 : 일본 시장에서 놀란 또 한가지는 대형 프로젝트 구축 기간이다. 검토 기간만 4~5년 걸렸다. 검증만 2년이나 했다. 이런 후에 차세대(차세대 프로젝트)를 한다. 차세대 기간이 10년이다. 예산도 많다. 우리가 하는 차세대는 2조 원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규모가 크다. 우리가 진행하는 금융 프로젝트는 IBM 환경을 오픈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본 금융시장의 첫 사례다. 다른 금융기관들이 예의주시하며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금융기관의 차세대가 두번이나 돌았다, 차차세대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본은 한번도 안해봤다. 차세대를 할 프로젝트매니저(PM)도 없다. 이것이 큰 문제라고 하더라.

조규곤 : IBM 환경에서 오픈 환경으로 가면 벤처기업에도 기회가 많이 생긴다. IBM 환경에서는 벤처가 낄 여력이 없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일본 신생 보안업체들이 많이 보였다. 오픈 시스템으로 가면 보안 분야에서도 새로운 벤처들이 생겨 날 수 있다.

조영철 : 일본이 오픈 환경으로 가는 건 좋은 신호로 본다. 들어갈 자리가 많으니까. 하지만 자기한테 맞는 분야가 어디 인지 잘 파악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선진 : 일본 시장이 느리고 철저하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먼저 팔다가, 일본시장을 보니 가격이 베트남보다 몇 배 높아서 일본 시장을 두드렸다. 그런데 일본 파트너가 우리 제품을 상당히 오랫동안 테스트한다. 지금도 테스트중이다.

이석원 : 그게 일본 문화다. 지진이 났을 때 일본에 있었다. 금요일에 지진이 나고 토, 일요일에 물도 끊기고 지하철도 안 다녔다. 그런데 월요일에 지진 인근 지역에 사는 직원들이 새벽 4시에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더라. 인프라 마비로 업무를 못보는데도 고객사들이 괜찮은지 전화로 확인하더라. 뭘 말하고 싶은 가 하면, 일본은 한번 뭘 도입하면 최소 20~30년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길어야 5년이다. 일본은 그 회사와 20~30년 거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구입한다. 그러니 검토 기간이 오래 걸리고 까다롭다. 대신 신규업체가 뚫고 들어가기는 어렵다.

조영철 : 일본에서 우리는 유지보수를 10년간 보증한다. 한국은 5년이다. 10년간 장애 나면 보장해주는데 무상이 아니다. 고객이 돈을 준다. 나쁠게 없다. 일본은 매출 중 유지보수가 절반 가까이 된다. 한국은 이 비중이 너무 작다.

이석원 : 우리는 일본 지자체 80군데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5년간 유지보수 비용을 미리 주는데도 많다. 최소한, 5년간 안바꾼다고 말한다. 업그레이드 하면 사례비를 다시 또 준다. 정부 기관이 이렇게 가격을 쳐주니 너무 좋다. 우리나라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조규곤 : 정부가 SW를 구매할때 일본 등 선진 시장에서 시행하는 좋은 사례를 하나씩만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김길곤 : 작년에 솔루션 구매 계약을 체결 할때도 깜짝 놀랐다. 검수 끝나고 돈이 바로 들어오더라. 유지보수 계약도 바로 한다. 솔루션이 돌아가지 않는데도. 유지보수 비용을 첫달에 한번에 다 준다. 우리나라는 나눠서 준다. 일본의 SW 비용 문화는 너무 파격적이다.

이석원 : 일본은 라이선스의 20%, 용역 들어간 거의 20%를 한번에 준다.

이선진 : 국내에서 일어나는 유지보수를 말하라고 하면 할 이야기가 많다. 대기업의 불공정한 유지보수 사례는 문제다. 대기업 계열사가 중간에 끼어들어 기존에 하던 중기 몫을 가져간다. 파이를 키워서 가져가면 그나마 나은데, 기존 파이에서 가져가니 중기만 죽을 맛이다. 새 정부에서 바뀌길 바란다.

김길곤 : 일본은 협력업체가 먹고 살게 해준다. 이것도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문화인것 같다. 협력업체를 파트너로 본다.

조규곤 : 미국도 상생 문화다. 대기업이 자기가 거느리고 있는 중기를 먹고 살게 해준다. “재들도 먹고 살아야지”하며 대우해준다. 우리는 이런 문화가 없다.

김길곤 : 가치 및 동반 성장, 상생 문화인데 우리는 이걸 외쳐야 하고 일본 등은 이미 조성돼 있어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 일본시장 진출 시 주의할 점

이석원 : 일본은 시장이 우리와 많이 다르다. 우선 컨셉을 바꿔야 한다. 기술력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똑 같이 중요하다. 하지만 컨셉은 달라야 한다. 한국에서 잘 팔린다고 일본에서 잘 팔리지 않는다. 소녀시대를 예를 들어 보자. 한국은 롱다리에 섹시미를 강조하지만 일본은 귀여움이 컨셉이다.

또 일본에서만 통하는, 일본 문화 특유에서 오는 그런 제품으로 승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회사 예를 들어보겠다. 일본 고객이 구매하는 우리 제품은 검색이다.그런데 평상시에는 안 쓴다. 지진이 일어나면 그때 사용한다. 평상시에는 안 쓰고, 지진이 나야 사용함에도 제품을 구매한다. 이런 일본만의 특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 파트너와 치밀히 이야기하고 소통해야 한다.

이선진 : 일본은 되는 거와 안되는 것을 확실히 말해줘야 한다. 이게 우리와의 차이다. 한국처럼 고객이 요구하면 만들어주는 문화가 아니다.

조규곤 : 한국 기업이 제품 기획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넣고 빼는 것이 기획력이라고 보면, 이를 철저히 준비해 가야하는데, 대강 만들고 고객에게 물어본다. 이러면 안된다. 제품 기획력을 더 높여야 한다.

조영철 : 일본 사업은 꾸준히 해야 한다. 전략 차별화는 당연하다. 최소 5년 이상 해야 한다고 본다. 5년간 결과가 없을 지라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5년간 손해봐도 투자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규모는 크든 작든 상관 없다. 단지 한 제품으로 5년 이상 해야 한다.

김길곤 : 일본은 검토도 굉장히 꼼꼼히 오래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 품질이 중요한 사례를 말하겠다. 우리가 히타치에 납품하는데, 히타치는 직원 3명이 우리회사에 1년간 상주하며 품질을 점검하더라. 소스코드도 중요하지만 매뉴얼도 중요하게 본다. 일본은 매뉴얼도 오타까지 본다. 그만큼 매뉴얼도 중요하게 본다. 현지인 수준으로 매뉴얼을 검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타 천지다. 예를 들어 우리는 발이 넓다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를 얼굴이 넓다고 말한다. 이런 것 까지 신경 써야 한다. 한국은 에러 나면 연락해서 패치하면 되지만 일본은 이러면 절대로 안된다. 패치도 다 공개하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조규곤 : 맞다. 매뉴얼에 없는데 기능이 있으면 의아하게 생각한다. 매뉴얼과 기능이 일치해야 한다. 매뉴얼 생략이 허용이 안된다. 절대적으로 매뉴얼과 기능이 일치해야 한다.

조영철 : 제품과 규모에 따라 파트너 전략이 달라야 한다. 시장별로 세그먼트해서 파트너를 잡아야 한다. 자기 솔루션에 맞는 파트너와 고객을 찾는게 성공 지름길이다.

■ 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책은

김길곤 : 일본이든 미국이든 해외에 진출하려는 업체들끼리 자주 만날 수 있도록 해외 진출 모임을 여러개 활성화해 줬으면 좋겠다.

이선진 : 각 나라에 정부가 지원하는 기관이 있어 종합적,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해외에 있는 IT지원 기관을 관할하는 기관이 분산돼 있는데, 이를 미래부 하나로 통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규곤 : 일본은 사업 초기에 사무실 얻기가 진짜 힘들다. 이를 정부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물론 정부가 이거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논란은 있을 수 있다. 또 한가지 정부 지원이 시장을 고려, 다양했으면 좋겠다. 각 나라별, 시장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같은 정책을 모든 나라에서 일관적으로 시행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안 먹힌다. 한국관으로 전시회에 참여하는 걸 싫어하는 기업이 많다. 반면 동남아에서는 한국 브랜드가 먹힌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해외 지원 기관도 마찬가지다.

이석원 : 동의 한다. 일본의 경우 한국관을 마련하는 것 보다 적은 액수라도 기업을 지원하는게 더 도움이 된다. 그리고 일본에서 사무실 얻기가 힘든 이유는 사무실 얻을 때 보증인과 일본 구좌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실적이 없는데 어떻게 구좌가 생기나. 보증인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사무실 여는데 도움을 주는 브로커 회사가 있는데, 이들이 사기를 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선진 : 국내 시장도 일본처럼 SW에 제 값을 주는 풍토로 바뀌어야 한다. 해외에 나가려면 국내에서 먼저 캐시카우를 마련, 해외에 나가야 한다. 그런데 국내 SW 생태계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석원 : 제대로 된 통계도 필요하다. 통계를 낸다고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10분만에 설문을 마치더라. 이런식으로 하면 정확한 데이터가 나오기 힘들고 신뢰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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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곤 :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가 안되는 것도 문제다. 시장 조사를 적은 돈에 외주를 주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통계 조사에 돈을 더 쓰고 제대로 해야 한다. SW 개념도 문제다. 카카오는 SW인가? 일본에서는 IT하면 SW가 중심이다. 우리는 IT하면 통신과 하드웨어다. 이것부터 다르다. 세계 IT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 가트너인데 여기 행사를 가면 하드웨어가 없고 전부 SW다.

이석원 : 일본 시장 진출할 때 인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그런데 특허와 인증에 관한 자료가 부족하고 지원도 없다. 이 부분을 개선해줬으면 좋겠다. 정리=방은주 전문기자 ejbang@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