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정부와 보수정부 20년을 아우르는 문재인 정부의 국민경제 성장 정책, 일명 '제이(J)노믹스'가 진용을 갖추고 닻을 올리면서 재계가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출기업 주도 성장이 아닌 가계 소득주도 성장을 목표로 하는 J노믹스의 완성이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를 징검다리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가계소득 주도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우선 소득 불균형을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임금 격차를 줄여 공평한 분배 구조를 만들어야 나가는 것이 선결 조건이다.
이밖에 소득세 인상, 법인세 인상, 기업의 초과 내부 유보금에 세금을 물리는 문제 등이 모두 포함된다.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된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 앞으로 문재인 경제정책을 이끌 브레인들이 과거부터 줄곧 우리 사회의 불공정한 분배 문제를 지적해 온 개혁파 경제 학자들인 만큼 이에 대한 강력한 정책 변화가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는 이 같은 새 정부와 시장이 요구하는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제적 압박 보다는 노-사-정 등 사회적 합의 측면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통신업계에서 SK브로드밴드가 21일 100% 신설 자회사를 신설해 위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대리점 직원 5천200명을 정규직으로 흡수,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바람이 인천공항공사 등 공공에 이어 민간 부문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될지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매장이나 건설현장 등 모든 기업의 비정규직 업무 형태가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 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며 "고용의 안정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모두가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세밀한 검토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에도 기업들의 정규직 전환에 동참하는 사례가 많이 있었다"며 "새 정부의 개혁 정책에는 이해관계가 얽힌 주체들이 많기 때문에 갈등의 골을 줄여나갈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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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엄밀히 신규고용 창출은 아니기 때문에 전체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의 신규 고용 창출 여력이 사라지고 사람을 조금씩 뽑을 수도 있는, 꼼수도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한국 HR산업협회 관계자는 "산업계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과 처우에 대한 차별은 모두가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비정규직 차별 해소에 먼저 노력하고 별 문제가 없으면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절차적 순환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