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가전의 대명사로 에어컨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에어컨의 아성을 넘보는 제품들이 등장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냉방기의 효율을 높이고 덤으로 전기료도 절약하는 '서큘레이터', '냉풍기' 등의 ‘세컨드 여름가전’이 주목 받고 있다.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큘레이터 제품들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38배(3799%)나 급증했다. 이달 들어 하루 평균 300개 이상 판매됐다는 설명이다. 물만 넣어도 시원해지는 냉풍기의 판매량 역시 3배(188%) 증가했다.
■ 내가 선풍기처럼 보이나요?…시원한 바람 모아 환기하는 '서큘레이터'
대표적인 세컨드 여름가전으로 서큘레이터를 꼽을 수 있다.
이 제품은 선풍기와 외관이 유사하지만 기본 원리부터가 다르다. 짧은 거리로 공기를 이동시켜 직접 바람을 쐐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선풍기와 달리 바람을 멀리 전달해 공기를 순환시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또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과 함께 사용하면 실내 공기를 원활하게 순환시켜 냉방 효과를 극대화한다.
서큘레이터의 본가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 보네이도는 주력 상품인 ‘보네이도 633’ 모델을 판매 중이다.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가 지난해 여름에 조사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이 제품의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 특히 에어컨 옆에서 작동할 시 최대 23미터까지 바람을 보내 냉기를 골고루 전달한다.
다만 이 제품엔 선풍기, 에어컨에 있는 회전 기능과 타이머 기능이 없다. 만약 선풍기처럼 회전 기능을 구동할 경우 공기의 엉킴 현상으로 인해 실내 공기가 순환을 멈추게 된다는 업체 측의 설명이다.
■ 내가 쐴 바람은 내가 만든다…직접 얼린 얼음 이용하는 '냉풍기'
최근 1인 가구를 겨냥한 냉풍기 제품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선풍기 등 실내 가전으로 유명한 신일산업은 지난달 개인용 냉풍기 '아이스팬'을 출시했다.
이 제품의 사용 방법은 간단하다. 제품 구입 시 함께 제공되는 아이스팩에 물을 넣어 얼린 후 제품에 넣으면 냉기가 발생해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다.
온실가스의 주범인 화학 냉매를 이용하는 일반 에어컨 제품에 비해 친환경적이며, 건조함도 덜해 어린이가 있는 가정이나 안구건조증 환자가 사용해도 좋다.
바람세기도 사용자의 환경에 따라 미풍, 약풍, 강풍으로 3단계 조절이 가능하다. 자바라를 이용해 360도 회전 및 상하 좌우 자유자재로 방향을 제어할 수도 있다. 또 4시간 사용 시 전원은 자동 차단돼 안전성도 갖췄다.
또 이 제품은 마이크로 5핀 단자로 전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어디서든 사용이 쉽다. 휴대폰 충전기와 보조배터리, 컴퓨터와 노트북 USB에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 전기료 부담 낮추고, 1인·맞벌이 등 축소된 가족 형태에도 맞아
사람들이 세컨드 여름가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부담을 덜어줘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 업체가 진행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서큘레이터와 에어컨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에어컨의 사용 효율성도 높이는 동시에 전력사용량에 따른 비용이 약 1.6배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업체가 실내 온도를 18도로 낮추기 위해 하루 6시간 동안 에어컨(소비전력 7.5KWh)을 단독으로 가동한 경우 5시간이 소요됐다. 반면 서큘레이터와 함께 가동했을 때 1시간이 줄었다.
한국전력공사의 전력 사용량 요금표 기준으로 에어컨을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는 한 달에 31만1천970 원(7.5KWh x 5시간 x 20일)이 나왔고, 에어컨과 서큘레이터를 동시에 가동했을 때는 19만4천830 원(7.5KWh x 4시간 x 20일) 가량이 나왔다.
또 소비전력이 5W에 불과한 아이스팬의 경우, 하루 8시간씩 1달간 사용했을 시 전기료가 약 113원 정도 가량 나와 경제적이다.
업계는 최근 '혼족'으로 대표되는 1인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가 세컨드 여름가전 시장의 확대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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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체 국민 10명 중 3명 가량이 1인 가구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가족형태의 변화는 생활 방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앞으로 효율성 높은 소형 냉방 가전 시장의 전망이 밝다"면서 "대형 가전의 장점을 특화한 소형 가전만이 끝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