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란다⑩]"4차혁명, 구름 위에서 꽃피도록"

클라우드산업협회 "시장의 기대에 귀기울였으면"

컴퓨팅입력 :2017/05/10 10:29    수정: 2017/05/10 16:48

김영훈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요즘 대유행이다. 이런 유행에도 이유가 있을 것인데, 궁금한 것은 이게 실재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기대표현에 불과한지이다.

세상이 뭔가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다수가 공유하기 때문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막연히 세상이 변할 것이란 기대 혹은 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이라면, 차기 정권은 변화의 시차를 충분히 고려하여 시장의 바람과 기대에 귀기울이는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논의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용어들이 등장한다. 이는 과거에 없었으나 새롭게 태동하는 소위 제4차 산업군의 이름이기도 하고, 기존 산업에 접목하여 혁신을 초래할 기술요소의 이름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다른 성격의 용어를 섞어서 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군(産業群)을 일구자는 것인지, 기존 산업군을 혁신시키자는 것인지 방향을 정하고 논의하는 것이 정책방향 설정에 있어서 혼선을 줄이는 길일 것 같다.

김영훈 클라우드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차기 정권이 둘 다 잘하면 좋겠지만,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 신산업으로 우리나라 제4차 산업혁명은 아직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다. 세계시장과 비교할 때, 국내시장은 그 규모나 성숙도에서 미미하다. 클라우드 산업의 경우,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1조1천892억원, 빅데이터 시장도 1조1천900억원 정도다. 그나마 이 숫자도 기존 사업의 성격이 바뀐 것을 집계한 부분이 많아 순수하게 새롭게 만들어진 시장규모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국내 통신시장 규모가 50조원 정도인 것과 비교할 때, 이들 4차 산업혁명 산업군은 아직 시장규모 자체가 작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만 국가적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신산업군의 성장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정책당국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제4차 산업군을 기존산업의 혁신을 위해 육성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중에도 특히 주목할 핵심인프라가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급변하는 유행어 변화 속에 이미 낡은 단어처럼 취급되고 있지만, 사실 클라우드 컴퓨팅이야말로 제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위한 핵심 중의 핵심 기반이자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가를 중요한 핵심 기술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전 같으면 기술적으로 혹은 비용측면에서 불가능했던 컴퓨팅 파워를 구현할 수 있게 해 준다. 기존 레거시 시스템으로 시도해보지 못한 새로운 도전이 가능하다. 기존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또한 이미 모든 것이 표준화된 마당에, 세계 초일류기업의 업무행태를 바로 적용하게 만들어 준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불편함을 앞세워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 편법을 용인하거나 자행해온 것을 일거에 변화시킬 수 있다. 여러 기업들로부터 검증 받은 최선의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은 단순히 IT제품을 도입하는 것이 아닌, 기업의 업무처리 방식자체의 혁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이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해 가능하다. 사용가능한 최고의 서비스가 있는데, 이에 미치지 못하는 2류 시스템을 사용하는 정부나 기업을 방치하지 않는 새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은 클라우드의 기반위에서 피는 꽃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겨룰 수 있었던 것도 수천대의 서버를 연결한 구글 클라우드의 엄청난 컴퓨팅 파워의 뒷받침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글에 비해 컴퓨팅 파워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일본의 딥젠고와 중국의 절예(絶藝)가 인간 프로기사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인공지능의 능력이 가용한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다.

최근 클라우드 컴퓨팅 업계는 한 사업자가 수십만에서 수백만 대의 서버를 운영하는 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사업자라고 하는데, 시너지리서치 그룹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는 24개의 하이퍼스케일 사업자가 320개의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같이 수백만 대 서버를 운영하는 기업이 포함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기업은 여기에 하나도 끼지 못하고 있다.

이들 하이퍼스케일 사업자들은 2016년말 기준으로 전 세계 IaaS와 PaaS 시장의 68%, SaaS 시장의 59%를 점유했다. 같은 하이퍼스케일 사업자간 경쟁에서도 1위 사업자의 독주가 뚜렷하다. 전 세계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아마존 웹서비스는 작년 4분기 41%의 점유율을 보였다. 작년 2분기 점유율 31%과 비교할 때 반년 사이 점유율이 10%나 올랐다. 2위권 그룹인 구글, MS, IBM을 모두 합쳐도 상대가 안될 만큼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승자독식 구조 속에 국내기업이 신속하게 규모의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점점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

최근 여러 국내기업이 클라우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쉽지 않은 경쟁환경이지만, 이 관문을 뚫지 못하면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도약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이 국내 각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인프라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길 기대한다. 그리하여 제4차 산업혁명이 각 영역으로 확산되는 기폭제가 되고, 그 과정에서 클라우드 사업에 뛰어든 이 기업들도 성장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 도전을 적극 응원하고 지원하는 새 정부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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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①“디지털경제가 답"

②“강한 ICT 정책 절실"

③“성실실패 보듬어야"

④"유료방송 정상화 필요"

⑤"ICT 르네상스 만들자”

⑥"車 컨트롤타워 필요"

⑦"4차혁명 잘 대응해야"

⑧"3D 프린팅 육성 절실"

⑨"SW산업 선순환 구조 만들자"

⑩"4차혁명, 구름 위에서 꽃피도록"

관련기사

⑪"게임, 미래산업으로 지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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