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 할인, 자사 플랫폼 내 콘텐츠 유치 등 다방면으로 경쟁 중인 음원 서비스 업계에 또 다른 중요 변수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차세대 서비스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스피커다.
AI 스피커는 국내외 관계없이 IT 업계에서 주요 관심사가 됐다. 구글, 아마존 등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이 제품을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누구', '기가 지니'라는 이름의 음성인식 AI 스피커를 내놓았다. 연내에는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도 AI 스피커를 선보일 예정이다.
AI 스피커에 있어 음원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현재 국내 출시된 AI 스피커들은 음원 서비스 플랫폼과 연계해 음악 재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AI 스피커 판매량의 증가세를 고려하면, 어떤 기기가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느냐에 따라 멜론 중심의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멜론 불패'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할인·콘텐츠 유치전에도 굳건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은 멜론이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
이용자 수를 볼 때 멜론과 그외 음원 서비스 업체 간 차이가 크게 두드러진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 조사에 따르면 국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기준 지난 1월 스마트폰 음악 서비스 앱 이용자 수는 멜론이 522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지니뮤직(172만명), 네이버 뮤직(151만명), 벅스(92만명), 엠넷(81만명)이 뒤를 이었다.
이동통신사 제휴 현황을 살펴보면 카카오 자회사인 로엔은 과거 SK텔레콤 자회사였을 시기부터 SK텔레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스트리밍 서비스 할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NHN벅스도 작년 9월부터 SK텔레콤 이용자에게 할인을 제공하는 상품인 '벅스 익스트리밍'을 제공하고 있다. KT도 자사 음원 서비스 지니뮤직 할인 상품을 내놓은 상태다.
그간 음원 서비스 업체들은 이용자 유치 경쟁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이동통신사와 결합한 스트리밍 요금제 할인과 웹툰, 팟캐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 확보는 물론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음원 추천 서비스, 회원 전용 공연 기획, 고음질 서비스까지 모든 업체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여러 마케팅 전략을 실행했다.
각 업체들이 시장 주도권을 두고 여러 전략을 꾀하고 있지만 국내 음원 서비스 업계 판도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멜론은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국내 음원 서비스 업계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포털사도 참전…음원 플랫폼 확보 노력
현재 AI 스피커를 출시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음원 플랫폼과 연계한 음원 재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작년 8월 출시된 SK텔레콤의 AI 스피커 누구는 현재 음악 재생 서비스에 멜론이 확보한 음원이 제공된다. KT는 지난 1월 말 AI 스피커 기가 지니를 내놓고 지니 뮤직을 음원 플랫폼으로 활용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연내 AI 스피커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지니뮤직 지분 15%도 지난 3월 인수했다. 자사 음원 플랫폼이 없는 만큼 향후 AI 스피커에 지니뮤직과의 연계 서비스를 준비한 행보로 볼 수 있다.
그외 IT 기업들도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내 AI 스피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자사 음원 플랫폼 '네이버 뮤직', 카카오는 자회사 로엔이 운영하는 멜론을 통한 연계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기업 아마존도 작년 가을 음악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뮤직 언리미티드'를 출시, 음성인식 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 스피커 '에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할인 요금제를 내걸었다.
이처럼 여러 IT 기업들은 AI 스피커 출시를 앞두고 음원 플랫폼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음원 서비스의 중요성을 높게 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현재 누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중 음원 재생 서비스의 이용 비율이 가장 높다"며 "해외 AI 스피커에서도 전체 서비스 중 음원 서비스의 이용률이 3위 정도"라고 말했다.
■AI 스피커 판매 호조…음원 시장 영향 미칠까
현재 출시된 AI 스피커는 높은 판매량으로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의 누구는 월 판매량 1만대씩을 판매하며 현재 누적 판매량 6만대를 돌파한 상태다. 관련 업계는 판매 추이가 꾸준한 점을 고려해 장기적인 흥행을 예상하고 있다.
KT는 기가 지니 판매량을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올해 목표 판매량을 50만으로 잡았을 만큼 자신감을 드러낸 상황이다. KT 관계자는 기가 지니 판매 추이에 대해 "5월 말쯤 10만대를 돌파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AI 스피커가 대중적인 기기로 자리잡을 경우 음원 서비스 이용자에도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KT 관계자는 "올해 목표 판매량을 50만대로 잡고 있는데, 구입자 중 지니뮤직 비(非)이용자 비중이 높다면 잠정적인 기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음원 서비스 중 멜론 이용률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가 지니 흥행을 통한 지니뮤직의 시장 영향력 강화도 점칠 수 있다.
기가 지니의 흥행을 위해 음원 서비스 외 다양한 연계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KT는 지난 11일 기가 지니와 연계 콘텐츠를 고려하는 업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다.
KT 관계자는 "연계 서비스와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는 연내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편 로엔은 SK텔레콤과 함께 누구-멜론 간의 추가 연계 서비스를 논의중이다.
로엔 관계자는 "누구와 추가적인 연계 서비스를 논의 중인 것은 맞다"며 "현재 어떤 서비스가 추가될 것인지 밝힐 수 있는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AI 스피커 출시 준비를 앞둔 IT 기업들이 얼마나 향상된 품질의 제품을 들고 나올지도 음원 서비스 시장의 변수다. 현재 출시에 앞서 각자 음원 서비스 관련 준비를 다져놓은 IT 기업들이 AI 스피커를 출시, 시장 주도권을 장악하면 음원 서비스 업계 순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우 각각 보유한 다양한 콘텐츠나 이용자 기반, 서비스와의 연계를 내세울 경우 현재 음원 서비스 3강인 멜론·지니뮤직·벅스가 아닌 제3의 강자가 등장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네이버는 올 여름경 AI 스피커 '웨이브'를 출시한다는 방침이다. 음원 서비스의 경우 네이버 뮤직을 활용하고, 뉴스 등 각종 정보 전달, 통번역 서비스 '파파고', 메신저 서비스 '라인' 등과 연계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다. 아직 탑재될 것으로 확정된 서비스는 없지만, 국내 포털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할 만큼 압도적인 이용자 수와 예상되는 연계 서비스를 고려하면 웨이브가 네이버 뮤직의 성장을 견인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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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자사 서비스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연내 자사 AI 플랫폼을 담은 스피커 형태의 기기를 출시 예정"이라며 "카카오 뮤직·멜론을 비롯한 카카오 딜리버리, 카카오톡 등 다양한 자사 서비스와 연계될 것이지만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