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들의 인공지능(AI) 스피커, 음성 관련 기술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음성이 하나의 기능으로 역할해온 것을 너머, 다양한 기기나 서비스와 만나 이를 직접 통제하고 조작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작동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생활 속 디바이스 환경이 조성되면서 오디오 관련 기술콘텐츠, 인터페이스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외 IT기업들도 이런 흐름 속에 음성 관련 기업들과의 제휴나 인수를 통해 자체 음성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는 한편, 오디오에 특화된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데 힘쓰고 있다.
■CES 2017 이목 집중 시킨 AI 스피커
단순한 음향기기를 너머 개인 비서로 진화하며 연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AI 스피커는 사용자의 음성 명령만으로 원하는 음악, 오디오북, 라디오를 들려주고 스마트홈을 제어한다. 또 날씨, 일정 등 각종 맞춤형 정보를 안내해준다.
이미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이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국내에서는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삼성전자 등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17'에서도 AI 기능을 탑재한 스피커들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특히 2014년 말 처음으로 AI 비서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 '에코'를 선보였던 아마존이 관심을 받았다.
중국의 하드웨어 업체 레노보는 아마존 클라우드 데이터 기반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장착한 홈스피커 '레노보 어시스턴트'를 선보였다. 여기에 알렉사를 탑재한 레노버, GE,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제품들이 대거 소개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를 두고 마켓워치는 "이번 CES 2017의 진정한 승자는 아마존"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글로벌 AI 스피커 시장은 외연 확장을 통해 음성 기술 및 콘텐츠 생태계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차세대 IT 서비스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음성 관련 분야에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오디오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인수하는 등 최신 기술과 음성을 결합하려는 노력들이 활발해지고 있다.
먼저 구글은 지난 8일 스웨덴 오디오 기술 스타트업인 '라임스 오디오'를 인수했으며, 작년 9월에는 음성인식과 자연어처리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에이피아이.에이아이’(API.ai)를 인수했다.
페이스북도 2015년에 음성인식기술업체 ‘윗.에이아이’(Wit.ai)를 인수한 데 이어, 작년에 3D 오디오 업체 '투빅 이어즈'를 인수하는 등 음성 기술 확보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애플도 헤드폰 제조 및 음원 스트리밍 업체 '비츠일렉트로닉스'를 2014년 인수했으며, 음성인식 관련 스타트업 '보컬큐'를 2015년 사들였다.
이 밖에 최근 바이두도 하만카돈과 협력해 AI기반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맞춰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SK주식회사 C&C사업은 CES 2017에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소녀시대, 엑소 등 연예인들의 음성 콘텐츠가 담긴 인공지능 스피커 위드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작년에 먼저 선보여진 SK텔레콤 음성인식 기반 인공지능 서비스 '누구'도 B tv와 연동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KT 역시 곧 인공지능 스피커와 셋톱박스 일체형 제품인 '기가지니'(가칭)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든다.
여기에 네이버도 대화형 인공지능 시스템 '아미카', 음성합성 기술 등을 기반으로 조만간 AI 스피커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오고 있다. 네이버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코렐리아 캐피털'과 손잡은 전략 투자의 첫 일환으로 프랑스의 음향 기술 스타트업인 '드비알레'에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삼성전자도 작년에 오디오 명가 하만카돈(Harman Kardon), 뱅앤올룹슨(B&O), 제이비엘(JBL) 등을 보유한 미국 전장전문기업 하만, 인공지능 기술 기업 ‘비브 랩스’(VIV Labs)를 인수하는 등 오디오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도 아마존 에코, 구글 홈 등 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AI 스피커 기기가 상용화되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국가적 대응 이슈로 보고 후지쯔, 도요타 등 민간 통신사업자 및 전기자동차 제조업체들과 함께 올 여름까지 '일본어 음성인식 AI 활용 기술 개발계획'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히며 이런 흐름에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음성 관련 킬러 콘텐츠 잡아라”
음성 기술 시장의 외연 확장과 더불어 실제 음성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음성으로 구현되는 기술과 플랫폼이 보다 유용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실제로 사용자들이 만족하고, 즐겨 찾을 수 있는 콘텐츠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품질과 사용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자사 서비스 외에도 '스포티파이', '튠인', '오더블' 등 여러 음악, 오디오북 서비스 사와 협업하고 있는 아마존은 최근 타사 서비스 및 콘텐츠와 알렉사를 연동할 수 있는 '알렉사 스킬 킷'과 타사 제품에 알렉사의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를 통해 외부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오디오 생태계 확장을 꾀하고 있다.
구글이 작년 11월 출시한 구글 홈에서도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튠인, '판도라', '아이하트라디오' 등 다양한 제휴 사이트를 연동해, 명령에 따라 음악 및 팟캐스트를 재생할 수 있다.
구글 홈 역시 작년 12월부터 자사의 API를 외부에 공개하며, 서드파티 제품 및 서비스와의 연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언어 스터디 앱 ‘부슈우’(Busuu), 음악 맞추기 게임 ‘송팝’(SongPop) 등 오디오 관련 서비스를 연동하며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미 구글은 2015년 구글플레이 뮤직을 통해 다양한 방송제작자들을 섭외해 팟캐스트 서비스 운영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이 밖에 2000년대부터 아이튠즈와 팟캐스트를 통해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 진입한 애플도 2013년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인 '아이튠스 라디오'를 공개했다. 스포티파이 역시 애플뮤직에 대항해, ESPN, BBC 등과 제휴를 맺고 팟캐스트 및 동영상 분야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에서도 IT기업들을 중심으로 음성 콘텐츠 경쟁이 시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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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최근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및 기술 지원을 위해 매년 100억원씩 3년간 총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글을 음성으로 자동 변환하는 음성 합성(text to speechTTS), 대화형 인공지능 플랫폼 아미카 등 음성 관련 기술을 보유한 네이버는 향후 기술 기반의 오디오 콘텐츠 등의 제작을 지원하며 오디오 형태에 적합한 새로운 실험들을 이어가며 콘텐츠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SK텔레콤도 누구에 들어갈 콘텐츠 확보를 위해 팟캐스트 업체 '팟빵', T맵, 위키백과 등과 제휴를 맺어 나가고 있다. 카카오도 팟빵과 제휴한다고 밝히는 등 오디오 시장을 둘러싼 콘텐츠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