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리콜에 직격탄...현대차 "신차로 넘는다"

역대 1분기 영업익 최저치...주요 시장별 전략 신차로 반등 모색

카테크입력 :2017/04/26 15:32

정기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갈등으로 촉발된 중국에서의 판매 부진 파고를 넘지 못하고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7% 가까이 빠지며 수익성이 뒷걸음질 쳤다.

내수 시장에서는 신형 그랜저, 쏘나타 뉴 라이즈 등 신차 덕에 선전했지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혐한 분위기 확산으로 판매가 급감한 데다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둔화와 세타2 엔진의 리콜 충당금 등 대내외 악재가 잇따라 겹치며 역성장 국면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원화 강세가 지속된 환율 환경도 수출 비중이 높은 현대차에겐 부담이 됐다. 1분기 평균 원달러 환율은 1천152.6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4.4원이나 떨어졌다.

2분기 상황도 여의치 않다. 자칫 중국과 사드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가, 미국에서도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로 인해 판매 반등을 쉽게 점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보면 가뜩이나 더딘 신흥국 판매 회복을 부채질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 출시한 '올 뉴 쏘나타'(사진=현대차)

현대차는 26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2천5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8% 감소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도 5.4%를 기록, 전년동기 대비 0.6%포인트 빠졌다.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역대 1분기를 통틀어 가장 저조했다.

1분기 당기순이익 역시 무려 20.5% 줄어들었다. 2010년 1분기(1조2천813억원) 이후 최저치다. 당기순이익률(6.0%)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다만 영업이익의 경우 전분기(1조212억원) 대비로는 22.5% 늘어나며 지난해 3분기 이후 세 개 분기 만에 상승세로 반전했다. 영업이익률도 전분기(4.2%)보다 1.2%포인트 반등하며 5%대를 다시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 4.8%를 기록하며 IFRS 적용이 의무화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5%대 이하로 떨어졌다.

실적 악화의 최대 원인은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다. 현대차는 1분기 중국시장에서 19만6천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2만9천대)보다 14.4%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감소율은 무려 46.0%에 달한다. 사드 갈등이 심화된 지난 3월 들어서는 중국 시장에서 44.3%나 판매가 급감했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상무는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중국시장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 2월까지 판매가 전년동기 대비 9% 증가했으나, 3월에 접어들면서 감소했다"면서 "중국 내 반한감정이 확대하는 데다, 일부 경쟁사가 이를 악용한 마케팅을 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경현대는 15년 이상 중국시장에서 사업을 펼쳐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면서 "불확실성으로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보며 근본적인 사업 체질 개선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성장률 둔화에 따른 미국시장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실적을 거둔 것도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인센티브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는 1분기 미국시장에서 94만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구 상무는 "승용차 수요 감소 심화와 SUV 성장률 둔화로 미국시장에서 약세를 이어갔다"며 "인센티브 역시 전년 대비 15% 증가한 2천400달러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쟁심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품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차와 SUV 판매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쏘나타 뉴라이즈'를 상반기 내 미국에 출시, 판매부진을 만회하고 인센티브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제네시스 G80 등 고급차 판매를 통해 장기적인 안정적인 수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구 상무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와 관련해서는 "초기보다 다소 약화됐다"면서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세타2 엔진 리콜에 따른 충당금 약 2천억원까지 더해지면서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7일 국토부의 결정에 따라 소음, 시동 꺼짐 등 현상으로 논란을 빚었던 '세타2 엔진'을 탑재한 그랜저(HG), 쏘나타(YF), K7(VG), K5(TF), 스포티지(SL) 등 5개 차종 17만1천348대에 대한 리콜을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2분기에도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글로벌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보호무역주의 확산 우려 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남은 기간동안 국내외 주요시장에서 다양한 신차 출시를 통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오는 6월 브랜드 최초의 글로벌 소형 SUV '코나'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 제네시스 브랜드의 세 번째 모델인 'G70'도 연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최근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는 중국 전략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로 개발한 신형 'ix35'와 중형세단 '올 뉴 쏘나타' 등 현지 맞춤형 신차를 잇달아 선보이며 판매량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이외 첫 전기차 출시도 계획돼 있다.

유럽 시장에도 현지 전략형 소형 SUV 신모델을 투입한다. 러시아 시장에서는 소형 SUV 크레타의 신규 트림을 추가하고, 아중동 지역에도 신형 SUV를 투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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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사드 문제 해결 등 2분기 현대차를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면서도 "내수시장에서는 소형 SUV 코나와 해외시장에서는 중국 현지 전략 모델들의 성패 여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1분기 판매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연초 사업계획에서 밝힌 올해 연간 판매목표 508만대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분기별로 127만대가량을 판매해야 한다. 현대차의 올 1분기 판매량은 108만9천600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