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임원 "李, 정유라 母 최순실 존재 몰랐다"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장 진술…특검 "전형적 총대매기"

디지털경제입력 :2017/04/14 17:56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 지원을 결정할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 씨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1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 부회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의 진술 조서를 공개했다.

이 조서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승마 지원이 최순실씨 모녀와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또한 그는 "(지원 결정 이후에도) 이 부회장에게 (정 씨의) 승마 훈련 지원 금액과 방식 등 구체적인 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차후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내가 지고, 이 부회장은 책임지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서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2015년 8월 3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당시 대한승마협회 회장)이 독일에 가서 최 씨 측을 만나고 온 이후 대통령의 승마 훈련 지원 지시가 최 씨의 딸 정 씨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것을 박 전 사장으로부터 전해들었다.

그러나 정 씨에 대한 지원이 대한승마협회 차원이 아닌 삼성에서 직접 지원하는 것이라 차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부회장에게는 일부러 자세히 보고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최 전 실장의 진술대로라면 이 부회장은 삼성이 정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시작할 당시 최씨 등의 존재를 몰랐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8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특검 사무실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이와 관련해 최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날 이 부회장이 대통령으로부터 승마와 관련해 야단을 맞았다고 했다"며 "이 부회장이 굉장히 당황하면서 '내가 왜 대통령한테 야단을 맞아야 하냐'고 박상진 (당시 삼성전자) 사장을 질책했다"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은 지난 7일 공개된 박 전 사장의 진술 내용과도 비교적 일치한다. 박 전 사장은 조사 과정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 단독으로 면담했을 당시 승마협회와 협회 회장사인 삼성을 크게 질책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다.

또 조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25일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이후, 최 전 실장과 박 전 사장에게 "앞으로 야단맞지 않게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특검은 최 전 실장의 진술에 대해 "대기업 총수를 비호하기 위한 실무 책임자의 총대 메기"라면서 "승마 지원을 제대로 준비하라는 이 부회장의 발언은 (정 씨의) 승마 훈련 지원에 대한 직접적인 지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특검의 입장은 삼성이 승마 훈련 지원 명목으로 정 씨 측에 총 77억9천700여만 원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하고 보고받은 사실이 명백히 인정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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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특검은 "총수(이 부회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이 같은 비정상적인 업무가 진행될 수 없었다"고 말하며 한화 김승연 회장의 배임 사건,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의 횡령,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 사건 등의 과거 사례를 언급했다.

이날 특검은 "대기업의 ‘총대 메기 사건’은 지금껏 수차례 있었고 여러 사실들에 의해 총수들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