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진화한 전기차 끝판왕 '볼트 EV'

충전 스트레스 없는 2개 회생제동...기대 이상 퍼포먼스

카테크입력 :2017/04/07 09:04    수정: 2017/04/07 16:35

정기수 기자

(경기 파주=정기수기자)올해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모델은 단연코 쉐보레 '볼트(Bolt) EV'다.

지난달 17일 사전계약 접수 첫날 올해 판매분 400대의 계약이 모두 완료됐다. 한국GM 측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에 놀라는 기색이다. 추가로 GM(제너럴모터스) 미국 공장에서 물량을 가져오지 못한다면 올해는 사고 싶어도 더 이상 방법이 없다.

추가 물량 확보를 위해 본사와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아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게 한국GM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제부터 볼트 EV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내년을 기약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쉐보레 볼트 EV 주행(사진=한국GM)

GM 글로벌 전기구동 개발 담당 정영수 상무는 "볼트EV는 압도적인 주행거리 외에도 낮은 무게중심과 강력한 출력을 통해 내연기관 차량 이상의 주행성능을 목표로 개발됐다"며 "전기차 특유의 강력한 초반 토크와 쉐보레 브랜드의 전매특허인 안정적인 주행감과 다이내믹한 운전의 재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볼트 EV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83km로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중 가장 길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191㎞), 기아차 쏘울 EV(148㎞), 닛산 리프(132㎞), BMW i3 94Ah(200㎞)를 훌쩍 넘고 테슬라 모델S(378km)도 소폭 웃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좌우하는 건 핵심 기술인 배터리 용량이다. 볼트 EV의 배터리 용량은 60kWh로 아이오닉 EV(28kWh)보다 크다. 볼트EV의 전기배터리 패키지는 LG전자가 공급하는 288개의 리튬이온 배터리 셀을 3개씩 묶은 96개의 셀 그룹을 10개의 모듈로 구성해 최적의 열 관리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이를 통해 효율과 배터리 수명을 극대화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 단일 표준인 DC 콤보 충전 방식을 채택한 점도 장점이다. 1시간 급속 충전으로 전체 배터리 용량의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볼트 EV 보닛 내부(사진=지디넷코리아)

볼트 EV의 시승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을 왕복하는 45km 구간에서 이뤄졌다. 시승차는 세이프티 패키지가 포함된 풀옵션 모델이다. 볼트 EV의 첫 인상은 얼핏 보면 차량 크기를 줄인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볼트(Volt)와 닮았다. 볼트 EV의 얼굴에는 양감을 표현한 패턴이 적용됐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지 않으면 차이점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다.

숨고르기를 위한 그릴 하단의 틈새를 제외하고는 산소 공급이나 냉각이 굳이 필요없어 위 아래가 모두 막혀있는 듀얼 포트 그릴의 생김새도 영락없는 쌍둥이다. 다만 볼트(Volt)는 매끈하고 유려한 패스트백 디자인이 적용됐고, 볼트(Bolt) EV는 크로스오버 스타일이 적용된 점이 눈에 띄게 다른 점이다.

EV 볼트(Bolt) EV(왼쪽)와 EREV 볼트(Volt)(사진=지디넷코리아)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아보니 확연히 다르다. 소형SUV로 착각할 만큼 높은 전고는 물론, A필러 앞부분 작은 창까지 유리를 적용해 투명하게 비워 넓은 시야각을 제공한다. 거주 공간도 소형차 수준 이상이다. 뒷좌석에 신장 177cm의 기자가 앉았을 때 레그룸과 헤드룸이 한껏 여유롭지는 않아도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다. 아베오보다는 크고 크루즈보다는 적다는 느낌이다. 볼트 EV는 2천600mm의 휠베이스(축간거리)를 갖춘 데다, 배터리팩을 수평으로 설계해 실내 공간을 넓혔다.

스티어링휠 뒷편의 8인치 클러스터와 센터페시아 중앙에 자리잡은 10.2인치 풀컬러 터치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는 배터리 충전 상태와 주행거리, 주행가능거리 등 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쉐보레 볼트 EV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소리없이 시동이 걸린다. 도심 구간에서는 볼트 EV에 적용된 2개의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 사용해가며 배터리를 충전했다. 이 차에는 스티어링 휠 왼쪽 뒤편 패들 스위치을 눌러 감속하는 '리젠 온 디맨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주행 중 패들을 누르면 일정량의 감속이 걸리면서 회생 에너지가 축적되는 것을 계기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전자식 기어 시프트를 'L' 모드로 변경하고 가속 페달로 감속을 조절하는 '원 페달 드라이빙 모드'다. 'D' 모드에서 아래로 한 번 더 내리면 'L' 모드로 변경되는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차는 내연기관 차량에 익숙한 운전자의 예상보다 급격한 감속이 이뤄진다.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에너지 재생모드가 활성화돼 모터가 배터리에 전력을 공급, 제동 효과가 나는 원리다. 완전히 발을 떼면 제동까지 가능하다. 다소 시간이 지난 뒤에는 신호나 앞차와의 간격 유지를 위해 브레이크를 사용할 일이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익숙해지면 혼잡한 출퇴근 정체 구간에서 가속페달 하나 만으로 가속과 제동을 제어하며 주행하는 게 가능할 듯 싶다. 주행 중 2개의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한 충전은 덤이다.

주행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가속 페달을 밟는대로 민첩하게 뛰쳐 나간다. 볼트 EV는 전기차 특성상 내연기관인 엔진이 없기 때문에 가속 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최대 토크가 발휘된다. 볼트 EV에 탑재된 모터는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6.7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가속 페달의 응답력이 신속해지면서 앞으로 가볍게 뛰쳐나간다. 볼트 EV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7초 이내에 주파한다. 아쉽지만 최고속도는 154㎞로 제한돼 그 이상 달릴 수는 없다.

볼트 EV에 탑재된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사진=지디넷코리아)

당연한 얘기지만 운전 내내 실내는 고요했다. 100km 이상의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는 여전히 정숙하다. 코너링도 만족스럽다. 고속의 곡선 구간에서도 날카롭게 코스를 빠져나간다.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설치, 무게 중심을 낮춘 탓에 차량이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선회한다.

타이어에 구멍이 생기더라도 타이어 내부에 도포된 실링제에 의해 자동으로 손상을 메워 공기의 누출을 막는 미쉐린 셀프-실링 타이어를 채택한 점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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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354km다. 출발할 당시 확인한 주행가능거리는 388km였다. 이날 시승한 거리가 약 45km인 점을 감안하면 배터리 소모량은 더 적었던 셈이다. 2개의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주행 중 충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볼트 EV의 가격은 프리미엄 단일 트림으로 운영되며 4천779만원이다. 세이프티 패키지를 포함하면 4천884만원이다. 정부 보조금과 각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받는 전기차 지원금 등을 포함하면 2천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하다.

쉐보레 볼트 EV(사진=지디넷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