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글로벌 주요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주력 차종의 판매가 고전을 면치 못한 데다, 중국 시장에서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영향 탓에 판매량이 반토막 났다.
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총 11만8천694대를 판매, 전년동월 대비 1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시장이 1.7% 역신장 한 점을 감안해도 현대·기아차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현대차는 지난달 6만9천265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줄었고, 기아차도 4만9천429대를 판매해 15.2% 급감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의 경우 싼타페, 투싼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가 소폭 증가했으나 쏘나타와 엑센트 등 주력 차종인 세단이 부진했다. 특히 볼륨모델인 쏘나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절반(49.2%)이나 급감했다. 기아차는 모든 차종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올 2월 현지 출시된 하이브리드 SUV 니로를 제외한 모든 차종이 판매가 감소했다.
올 1분기(1~3월) 기준으로도 현대차는 16만8천792대를 판매해 전년동기 대비 2.6% 줄었고, 기아차는 12만7천728대를 판매해 12.7% 감소했다.
중국 상황은 더 좋지 않다. 사드 사태에 따른 혐한 분위기 확산으로 현지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는 데다, 일부 경쟁업체들은 이를 이용해 악의적인 사드 마케팅까지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중국 시장에서 총 7만2천32대(현대차 5만6천26대, 기아차 1만6천6대)를 판매, 전년동월 대비 52.2% 급감했다. 현대차는 44.3%, 기아차는 68% 판매량이 쪼그라들었다.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월간 판매량이 10만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9만5천235대) 이후 처음이다. 차종별로는 신형 위에동이 8천18대 팔리며 선전했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차종은 지난해 3월 대비 모두 감소세를 보였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 출시와 고객 신뢰 구축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 강화 등을 통해 극복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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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에게 중국은 전체 글로벌 판매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전체 판매량의 23.5%를 팔아치웠고, 기아차 역시 21.5% 수준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 번째 시장이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체 판매량의 14.9%를 판매했고, 기아차는 21.4%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달 내수 시장에서는 신형 그랜저와 쏘나타 뉴 라이즈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소폭 성장했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이 전체 실적을 끌어내렸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전세계 시장에서 총 64만4천151대를 판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1% 감소했다. 특히 현대·기아차의 해외 매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