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사업자인 SK플래닛의 11번가가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을 하나씩 도입하며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해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또 모회사인 SK텔레콤과의 제휴로 판로도 확대하고 있어, 11번가 차원에서 더 많은 사용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AI 시대를 맞아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반면 이런 새로운 시도들이 실질적으로 사용자들이 받아들이기에 편리한 서비스로 인식되고,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 가전제품 특화 1:1 상담 챗봇 ‘바로’ 출시
SK플래닛 11번가는 지난 29일 챗봇(대화형 로봇) 기능을 도입한 대화형 상품추천 서비스 ‘디지털 컨시어지 챗봇 바로’를 출시했다. 이는 챗봇 바로가 1:1 모바일 채팅을 통해 고객이 찾는 맞춤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바로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메시지 인식과 상품 검색 기능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제안한다. 다양한 대화 예시로 고객의 말에 담긴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패턴을 학습하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 고객이 입력한 내용에서 최적의 답변을 찾아낸다.
특히 딥러닝 기법 중 고객들이 입력한 검색어들의 표현이나 형태가 달라도 의미적으로 유사한 패턴을 찾아 적절한 응답을 하는 '워드 임베딩' 기술을 적용했다. 그 동안 축적된 11번가 고객들의 검색어 빅데이터 등도 분석해 챗봇 바로의 정확성을 높였다.
예를 들어 "자취용 전기밥솥 추천해주세요"라고 하면 "용량이 작은 상품으로 보시는군요"라고 고객의 의도를 파악해 제품을 추천하는 식이다.
그러나 아직은 챗봇이 소화하지 못하는 질문과 답변이 있을 수 있어 업무시간에는 전문 상담원이 챗봇 바로와 함께 고객을 응대한다.
■ SK텔레콤과 연계해 시너지 확대
11번가는 또 SK텔레콤의 인공지능 기기 ‘누구’와 연계해 추천상품과 추천도서를 알려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누구 사용자가 “아리야, 11번가 추천 상품 알려줘”라고 말하면, 음성을 인식한 누구가 11번가가 정한 ‘오늘의 추천상품’을 하나씩 말해주고 가격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만약 마음에 드는 상품이 11번가 추천상품 목록에 있을 경우 음성을 통해 등록해 둔 결제 정보로 바로 주문할 수 있다. 11번가는 매일 5개의 상품을 오늘의 추천 상품으로 안내하며, 매주 한 번씩 카테고리별 베스트셀러 추천 5권을 선정해 소개한다.
SK플래닛과 SK텔레콤의 협업은 지난해에도 있었다. 두 회사가 손잡고 버튼만 누르면 자동으로 생필품을 주문, 결제, 배송해주는 ‘스마트 버튼 꾹’을 출시한 것이다.
이는 재작년 3월 미국 아마존이 선보인 ‘대시’ 버튼과 유사한 서비스로,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생필품을 보다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당시 11번가는 직매입상품 코나인 ‘나우’ 배송을 이용한 고개 총 5만 명에게 스마트 버튼 꾹을 무료 제공했다.
■ “아직은 걸음마…그러나”
11번가가 챗봇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자들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고, 인공지능 기기 누구와의 제휴를 통해 판로를 확대하려는 시도는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행보다.
클릭과 터치 위주로 주문이 이뤄지던 것에서, 봇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거나 음성을 통해 상품을 고르고 주문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는 최신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파크 역시 지난해 쇼핑 챗봇 서비스 ‘톡집사’를 인터파크 쇼핑 사이트와 앱 전체에 도입하며 쇼핑 편의성을 높인 바 있다. 이 밖에 많은 수의 모바일 전문 쇼핑 플랫폼들이 검색 및 주문내역을 바탕으로 개인에 맞는 상품을 상단에 노출해주는 추천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하지만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 서비스에 적용된 AI 관련 서비스들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다. 기능도 제한적이다. 단기간 내에 큰 성과를 보거나 눈에 띄는 사용자 확대를 기대하긴 어렵다.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거나, 필요한 상품이 있을 경우 모바일 앱을 실행시켜 찾는 것이 더 빠르고 편할 수 있다.
다만 AI 서비스에 대한 사용자 경험이 쌓이고, 데이터가 축적돼 고도화된 서비스가 가능해지면 채팅이나 음성을 통한 온라인 쇼핑은 점차 대중화될 전망이다. AI가 알아서 사용자가 원하는 취향에 맞는 상품을 찾아준다든가, 음성검색을 통해 내가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찾고 바로 주문하는 그림도 예상된다.
앞으로 기술이 더욱 고도화되고 보다 개인화된 정보들이 쌓이면 모바일 통신강자인 SK텔레콤과 전자상거래 강자인 SK플래닛 11번가의 더 큰 시너지 효과가 가능해 보인다. 서로의 기술과 서비스, DB를 연결하고 방대한 사용자풀을 양사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같은 목표점을 두고 두 회사가 하나씩 대응해 나가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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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플래닛 11번과 관계자는 “AI 챗봇이라고 하면 흔히 사람들은 영화 속 AI를 떠올리지만, 현재 11번가에 도입된 챗봇은 아직은 사용자의 간단한 질문에 답을 해주는 초보적인 수준”이라면서도 “딥러닝 기술을 통해 점점 고도화 되면서 사용자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에 대응해주는 단계까지 점점 발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AI 기기 누구를 통한 11번가 추천상품 주문 서비스는 누구에 11번가 상품 서버를 연동시키는 첫 단추를 꿴 것에 큰 의미를 지닌다”며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향후에는 음성검색 기능 도입 등 더욱 고도화된 11번가 쇼핑 기능들이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