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관련 수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출두로 정점을 찍고 있다.
대통령과 비선실세가 개입한 미르-K스포츠 재단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뭉칫돈을 건넨 대기업들은 박 전 대통령 조사 이후 혹여 검찰의 칼날이 또 다시 그룹 총수를 겨냥할지 예의주시하며 이를 지켜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1일 오전 9시24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포토라인에 서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 짤막한 소감을 밝힌 후 곧바로 중앙지검 10층 특별조사실(1001호)로 향했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죄, 직권남용, 강요 등 13개 혐의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기업들로서는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될 지, 아니면 강요죄가 적용될 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재단에 자금을 출연한 대기업들에 대한 처리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재단 출연과 최순실 일가에 대한 승마훈련 지원금으로 433억 원대의 돈을 건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그룹 수뇌부 4명에 대해 뇌물공여죄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상태다.
또 검찰은 지난 18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미르-K스포츠 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것이 사면 청탁과 면세점 특혜 대가가 아니냐고 13시간 넘게 추궁한 바 있다.
만약 뇌물 수수 의혹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죄가 적용된다면 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53개 기업으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출연금이 10억원을 넘는 23개 기업은 뇌물공여죄로 검찰의 추가 조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수수액이 1억원이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된다. 유죄로 인정될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재단 출연과 관련 "대통령의 강요와 강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냈다"는 입장이다.
또 출연 금액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할당에 따라 배분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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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측은 "(재단 출연금은)총수 사면이나 면세점 특혜 의혹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K스포츠 재단의 추가 지원을 거부하는 등 여러 정황상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오랜 검찰 수사로 기업들의 피로감이 적지 않다"며 "전체 분위기가 뇌물죄로 간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 경영과 사업 진행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