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당시 '페이크뉴스(Fake News)'라는 단어가 연일 유력 해외 언론사 기사제목을 장식했다. 뉴스 형식을 빌려 근거없는 허위사실들이 구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대중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단 이유 때문이었다.
국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촉발된 5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러한 페이크뉴스를 경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주로 '가짜뉴스'라고 번역해왔다.
진짜뉴스라는 말도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데 가짜뉴스는 과연 뭘 말하는 것일까? 기존 허위과장보도나 왜곡보도 혹은 지라시성 루머와 같은 말일까 아니면 다르게 봐야할까?
20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포럼에서는 '페이크뉴스와 인터넷'이라는 주제로 인터넷 상에 유포되는 페이크뉴스를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어떤 수준에서 법적 규제나 자율규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 페이크뉴스, 언론 형식만 딴 정치적 선전선동으로 봐야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황용석 교수는 "fake라는 의미는 단순한 가짜가 아니라 사기, 기만, 속임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국내서 번역된 가짜뉴스라는 말에는 풍자적인 페이크뉴스, 루머, 잘못된 정보, 의도된 가짜정보 등 개념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SNL코리아에서 뉴스 형식을 흉내낸 코너에서 대놓고 풍자적인 페이크뉴스를 내놓을 수도 있고, 근거없는 지라시나 의도된 가짜 정보 등을 모두 가짜뉴스라는 범위에 뭉뚱그려 넣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이런 혼동을 없애기 위해 대선 등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인 이벤트에 심각한 악영향을 줘 실제로 규제나 처벌까지 갈 수도 있는 좁은 의미로 현재 페이크뉴스의 의미를 좁혀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언론보도의 진실스러움만 훔친 의도된 가짜정보로 페이크뉴스(혹은 가짜뉴스)를 정의해야 이후 논의가 가능해진다"는 설명이다.
이는 다시 크게 상업적인 목적으로 트래픽을 불리거나 정치적 선전선동을 목적으로 한 경우로 구분지을 수 있지만 현재는 정치적인 선정선동 성격으로서 페이크뉴스를 다뤄야 보다 생산적인 논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참석한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배영 교수도 '언론인이나 언론사가 아니면서 뉴스의 형식과 스타일을 모방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 혹은 인터넷에 특정한 목적을 갖고 생산 및 유통되는 허위정보'로 페이크뉴스를 정의했다. 홍익대 법과대학 황창근 교수는 "뉴스의 형식을 빌려 표현된 허위사실을 페이크뉴스(가짜뉴스)"로 봤다.
기본적으로 가짜뉴스라는 의미가 어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풍자하는 내용까지 아우르는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현재 논의 중인 규제나 처벌까지 될 수 있는 사회적 현상으로서 범위를 좁혀서 페이크뉴스를 바라봐야한다는 설명이다.
■ 기존 국내법으로 충분 Vs SNS-포털 등 플랫폼 책임 커져야
그렇다면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치는 이러한 의도된 가짜정보로서 페이크뉴스는 어떻게 규제해야할까?
황창근 교수는 "최근 논의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파장은 생각보다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기존 법 테두리 내에서 이미 인터넷을 통한 허위사실을 유포에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는 만큼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두 달 뒤 대선이라는 큰 이벤트를 앞두고 기존과 달리 언론 형식을 빌려 허위사실을 전파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기는 하지만 기존 법을 그대로 집행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형사상 명예훼손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행정상 불법정보 인터넷심의제도,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에 의한 임시조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후보자비방죄, 선거법위반정보 삭제 등 처분, 실명확인제도 등이 페이크뉴스를 통한 허위사실유포에 대해 이미 법적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언론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고, SNS나 포털의 경우에도 팩트체킹(사실확인)을 의무화하는 등과 관련된 새로운 규제에 대해서는 장기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황창근 교수는 덧붙였다.
최근 페이크뉴스가 심각한 문제로 불거진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페이스북, 구글에 더해 국내서는 카카오톡 등과 같은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날 참석한 카카오 정책지원팀 김대원 박사는 "여전히 페이크뉴스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이미 국내에서는 독일 법무부가 판단해 24시간 내에 신고된 페이크뉴스를 삭제 혹은 차단하거나 페이스북과 구글 등이 논란이 된 게시물에 대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의문구를 붙이는 것보다 엄격한 법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망법 상 인터넷기업들은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해야하고, 당사자가 명예훼손당했다고 판단될 경우 해당 게시물을 임시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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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 박사는 SNS와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메신저도 구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경우 게시물을 알리는 서비스이지만 카톡, 라인, 텔레그램 등과 같은 모바일메신저는 특정 개인이나 특정 대상들과 통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들 간 오간 대화가 페이크뉴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검열행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언론중재위원회 연구팀 이수종 팀장은 최근 이슈가 된 페이크뉴스를 일종의 사회현상으로 바라봤다. SNS나 포털, 모바일메신저 등이 새로운 뉴스소비플랫폼으로 변하는 사회현상과 맞물려 페이크뉴스 문제가 불거졌다는 의견이다. 이를 형사처벌이나 법적 규제로 막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뉴스소비플랫폼이 좀 더 강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