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 '테슬라 효과' 어디까지?

[테슬라가 온다-중]딜러쉽 파괴…日에선 '테슬라 택시'도

카테크입력 :2017/03/15 18:00    수정: 2017/03/15 18:01

박영민, 정현정 기자

[글 싣는 순서]

(상) 테슬라 상륙, '제2의 아이폰' 쇼크?

(중) 국내 산업계 '테슬라 효과' 어디까지?

(하) 테슬라發 전기차 빅뱅 제대로 대응하려면…


테슬라는 국내 진출을 앞두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자동차와 자동차 용품을 판매하는 통신판매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테슬라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사전계약을 하고 신차 소식을 받아볼 수 있으며 이후 직영전시장에서 차량을 인도받는다. 여러 개의 딜러 업체를 두고 차량을 판매하는 다른 수입차 제조사들과 180도 다른 방식이다.

테슬라는 경기도 하남과 서울 청담동에 두 개의 매장을 열지만 이 곳은 영업사원들이 상주하는 대리점 개념이 아니다. 소비자가 선택 가능한 여러 사양을 실물로 체험하고 시승해볼 수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 성격이 강하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술렁이는 분위기다. 제조사와 판매사, 딜러사로 이어지는 기존 경직된 유통 구조에 온라인 판매라는 새로운 모델을 앞세워 등장한 테슬라가 어떤 충격파를 줄지 주목하고 있다.

■180도 달라진 車 판매방식…딜러사들 '쇼크'

국내 자동차 유통 구조는 제조사와 판매사로 이원화돼있다. 수입차는 수입사와 딜러사까지 구분돼 있어 더 복잡하다. 대형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한국 내 판매법인을 세워 공급을 담당하고 그 아래 여러 딜러업체가 자동차를 받아 매장에서 판매한다. 이런 이원화된 유통구조가 차량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서비스 질을 악화시킨다는 소비자 불만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2015년 시동 꺼짐 현상을 호소하며 교환과 환불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벤츠 차주가 딜러사 앞에서 골프채로 차를 부쉈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경직된 유통 구조를 깨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쉽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5월 TV 홈쇼핑 사업자가 국산 차량을 판매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현대자동차 판매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또 티켓몬스터가 ‘재규어 XE’를 할인된 판매하자 3시간 만에 완판되면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후 재규어가 본사는 물론 9개 공식 딜러사와 합의된 사항이 아니라고 반발하면서 사후 판매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다만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차를 구매할 의사는 충분하다는 것은 입증된 셈이 됐다.

이밖에도 현대·기아차의 압도적인 경쟁력에 도전하는 국내 자동차 3~5위 업체들도 제한적이나마 온라인 판매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중형 SUV ‘QM6’를 출시하면서 국산차 최초로 온라인으로 차량 견적을 내고 카카오페이로 계약금 결제가 가능하도록한 'e-커머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지엠 역시 옥션과 제휴를 통한 ‘뉴아베오’ 온라인 한정 판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하면서 온라인 직접 판매 모델을 들고나오자 업계는 주목하는 모양새다. 자동차 판매 대리점과 영업사원 등 현업 종사자들은 테슬라가 기존 판매 구조를 뒤흔들어 자신들의 입지마저 위협할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양새다.

테슬라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닐 날도 머지 않았다. 사진은 15일 개장한 테슬라 스타필드 하남 매장서 본지 기자가 촬영한 영상 광고물. (사진=지디넷코리아)

국산 자동차판매업에 종사 중인 배형환씨㊲는 “온라인 판매 방식 자체에 의문이 간다”며 “외국이라면 다르겠지만 국산차는 직영점에서, 수입차는 딜러를 통해 판매되는 국내 자동차 유통 구조가 그리 쉽게 변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테슬라가 판을 흔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존재한다. 기존 체제에서는 수입차 브랜드들이 국산차와 경쟁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테슬라의 진출로 판이 바뀌면 시장 재편이 이뤄지기 용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크게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수입차 딜러 양성기관인 수입자동차세일즈협회 관계자는 “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테슬라의 판매 방식에 반발할 가능성이 높지만 수입차 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본다면 판을 흔들어서 수입차 업체들에게는 좋은 방향이 될 수도 있다”면서 "외국과 달리 영업일선에서 사람을 믿고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이 짙은 국내 소비자 정서상 테슬라가 일방적인 온라인 판매 방식만 고수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방향이 있으면 시장은 따라가는 것이니 일단은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테슬라는 스스로 딜러십 구조를 파괴시키면서 자동차 구매의 혁신을 가져왔다"면서 "국내에서 테슬라의 점유율이 빠르게 늘어나기는 힘들겠지만 현대·기아차도 테슬라를 벤치마킹해 새로운 판매시스템을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 들어와서 전기차 시장을 좀 휘저었으면 좋겠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는 것이 제일 의미가 크고 국내 소비자들에게 전기차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곳곳에 ‘테슬라 효과’

테슬라 국내 진출은 자동차 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계 전반에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되면서 우물 안 개구리에 안주하던 국내 IT 기업들과 정부에 '혁신 주사'를 놓았던 것처럼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들의 반향을 얻으면 관련 규제 재정비와 인프라 확충에 계기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당장 테슬라 진출로 전기차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현재 1만대 수준인 전기차 보급률과 급속충전기와 완속충전기를 합쳐 1만기 수준인 충전 인프라 구축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 의지는 일단 강한 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 1만기 수준인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올해 말까지 2만기로 늘리기로 했다. 테슬라 역시 국내 진출을 앞두고 "테슬라는 가정용 충전기와 공용 충전기, 슈퍼차저로 구성된 자체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한편, 국내 공공 충전 인프라의 사용과 성장을 유도해 국내 기업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면서 "한국 정부와 협력해 국내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기에 좋은 최적의 환경을 마련함으로써 전기차 산업의 빠른 성장을 유도하고자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전기차 오너인 김성균 씨(36, 서울 등촌동)는 국내에서 전기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아직까지 전기차 충전기 등 인프라도 부족하고 현재 나온 차량들이 기존 자동차에 비해 성능도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하면 많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질 테고 앞으로 전기차 사용자들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급속충전기 '슈퍼차저'로 충전중인 테슬라 모델 S

기존 자동차 업계의 밸류체인(가치사슬)도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이 조사한 세계친환경차산업동향에 따르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는 약 3만 개의 부품이 들어가지만 전기차는 부품수가 약 1만8천900개로 더 적다. 향후 전기차가 대세화 될 경우 부품 업계에서도 뜨는 업체와 고사하는 업체 간 표정이 엇갈릴 수 있다. 이미 테슬라에 차량 경량화 부품을 공급하는 엠에스오토텍과 테슬라의 배터리 협력사인 파나소닉에 전지용 동막을 공급하는 LS엠트론 등이 ‘테슬라 테마주’로 주목받고 한국타이어 역시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에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타이어를 제작해 공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동차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통신사, 유통업체, O2O 서비스 업체들도 '테슬라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테슬라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시도부터 전기차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생태계가 생길 가능성도 높다.

테슬라 국내 진출 소식이 알려진 이후 가장 먼저 관심이 쏠린 것도 테슬라가 국내 통신 부문 협력을 위해 어떤 통신사와 손을 잡느냐였다. 테슬라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인터넷망에 상시 접속돼있고 차량 내 장착된 17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인터넷, 내비게이션, 동영상 시청 등이 가능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제공한다. 때문에 테슬라는 특정 국가 진출에 앞서 각국의 통신사들과 손을 잡아왔다. 미국에서는 AT&T, 스페인 텔리포니카와 네덜란드 KPN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4년 아시아 지역 첫 진출 국가인 일본의 경우 NTT도코모가 독점 계약을 통해 테슬라의 시장 진출을 도왔다. 국내에서는 테슬라의 통신 부문 파트너로 KT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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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대기업인 신세계는 지난해 스타필드 하남 오픈을 앞두고 공식적인 간담회에서 이례적으로 테슬라 매장 입점 가능성을 일찌감치 내비치며 주목을 받기도 했다. 테슬라와 신세계는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까지 총 25개소의 데스티네이션 충전 인프라(완속충전기)를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 조선호텔, 스타벅스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차 공간이 필요하고 차량 충전에 최소 30분 가량이 소요되는 전기차 특성상 쇼핑 업계와의 파트너십은 큰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에는 카셰어링 업체 쏘카가 테슬라 모델S 시승 이벤트를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이 이벤트는 테슬라와의 공식 제휴 없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것이었지만 앞으로 테슬라 전기차를 마케팅에 활용하려는 업체가 적지 않을 것으로 인다. 일본의 경우 도쿄에서만 3개의 택시 회사가 테슬라 모델S를 택시로 활용하고 있다. 처음 테슬라 택시가 도쿄 시내에 등장했을 때 행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최근에 등장한 '테슬라 택시'라는 업체는 아예 테슬라와 공급 계약을 맺고 모델S 차량을 도입해 프리미엄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시간 기준 기본 요금이 4650엔(약 4만7천원)으로 다소 비싸지만 하루 평균 20명 정도가 이용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일본에서 영업 중인 테슬라 택시 (사진=テスラタクシ─東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