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140자의 마법'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트위터는 실적 악화와 구조조정이란 이중고를 겪었다. 회사매각 시도까지 무산되면서 4년 만에 시가총액이 3분의 2로 줄었다.
비슷한 시기 SNS 강자로 떠오른 페이스북의 행보는 트위터와 사뭇 다르다. 실적이 꾸준히 늘면서 어느 새 전세계 시가총액 6위의 기업으로 떠올랐다. 단순히 SNS에 그치지 않고 모바일 메신저 시장까지 집어삼켰다.
유사한 서비스를 하는 듯 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은 융합의 차이가 두 기업의 성패를 갈랐다고 지적했다.
■ 이종산업 융합을 못하는 기업 “뒤처진다”
7일 미래창조과학부 간부회의장에서 열린 ‘융합,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하성도 소장은 “4차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융합은 학술 연구의 지형을 바꿨을 뿐 아니라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기업의 성패도 가르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사례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들었다. 트위터는 SNS에 안주했지만, 페이스북은 무인기와 가상현실(VR) 등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시키면서 더욱 세를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 페이스북을 보면 오큘러스 인수 후에도 SNS의 타임라인을 VR 유통 플랫폼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또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운 오지에 인터넷 드론 ‘아퀼라’ 서비스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VR이 지난해 초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마크 저커버그가 VR과 무인기 사업 확장에 1천200명의 채용계획을 밝힌 뒤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는 이때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오르기 시작했다.
비슷한 사례는 전자상거래 회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글로벌 IT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아마존과 비슷한 유형의 사업을 하는 이베이의 이야기다.
하성도 소장은 “아마존은 클라우드, 인공지능, 로봇, 드론 등의 신사업으로 기존사업 융합을 꾀했고, 이베이는 온라인결제 솔루션인 페이팔을 품는데 그쳤다”며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20년 사이 1천배나 증가했지만, 이베이는 오히려 자회사 페이팔보다 기업가치가 낮다”고 설명했다.
또 우버 역시 차량공유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자율주행 자동차나 개인용 항공기(PAV) 사업으로 확장하면서 혁신의 대명사가 됐다는 사례를 들었다.
■ 한국의 융합 R&D 수준은 어디에 있나
3차 산업혁명까지 빠른 속도로 쫓아가기에 바빴던 국내에서는 4차 산업혁명만큼은 선도해야 한다는 기류가 정부는 물론 학계와 정치권에도 확산된 상황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고 꼽히는 융합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하 소장은 “학술논문 융합연구 지수만 보면 인접분야 면에서 볼 때 국내 지수도 글로벌 지수와 비슷한 수준에 이르는 상황이 됐다”면서도 “반면 이종분야간 융합연구는 여전히 저조한 편이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왜 4차 산업혁명이 안보일까와 같은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다. 융합 연구가 부족한데 융합 산업을 논하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타분야 전문가와 융합 R&D 주제 발굴을 위한 만남 자리 자체가 부족하고, 분야 중심의 과제 선정이나 기존 연구자 평가 시스템이 융합 연구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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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소장은 이에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초연결사회가 구현돼 모든 분야 R&D는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파편적이고 분야별 융합에서 전체론적 관점의 융합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 조직이 아니라 상시적 융합조직을 통해 체계적인 융합 R&D를 이끄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