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간편 서비스업체들을 독립시키는 걸까?
올 들어 카카오와 NHN엔터테인먼트가 연이어 간편 결제 서비스를 독립 법인으로 분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월 이사회에서 핀테크 사업부를 독립법인 ‘카카오페이(가칭)’로 분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후 카카오는 지난달 21일엔 중화권 간편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를 운영하는 알리바바 계열사 앤트파이낸셜서비스그룹을 통해 2억달러(약 2천300억원)를 투자 유치를 했다고 발표했다.
NHN엔터테인먼트도 지난 2월9일 간편결제 서비스 페이코를 자회사로 독립하기로 결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페이, 페이코, 네이버페이, SSG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5개사 중 2개 업체가 독립을 하게 됐다.
■ 투자 유치로 시장 경쟁력 강화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3분기 전자지급서비스 이용액은 하루 평균 3천600억원에 이르렀다. 2008년부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엔 현재 절대 강자가 없다. 그러다보니 대형업체와 중소업체들이 간편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적자도 감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충분한 투자 유치가 필수 조건이다. 자본이 얼마나 충분한가에 따라 생존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서비스 분사 카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로 운영되는 것보다 책임감 있는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데 한층 유리하다. 빠른 의사소통 체계로 인해 모바일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카카오페이가 분사와 동시에 2억 달러를 투자받는다고 밝힌 만큼 투자 유치 확대는 현실적인 전략이다.
페이코 분사 당시 안현식 NHN엔터테인먼트 최고재무관리자가 "(올해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외부와의 협조를 통해 해소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한 것 또한 맥락이 일치한다.
2015년 이베이에서 분사한 글로벌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팔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에 힘입어 분사 이후 나스닥에 재상장된 주가가 5.44% 오른 전적이 있다.
■ 결제 가맹점 대폭 확대
오프라인 결제망이 미흡하다는 점은 간편결제 서비스가 신용카드에 비해 시장점유율이 뒤지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한국소비자원이 2016년 실시한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 소비자 설문조사’에도 이런 점이 잘 드러나 있다.
간편결제 서비스마다 이용 가능한 가맹점이 달라서 불편했다는 응답이 30.7%에 이르렀다. 이는 별도 앱을 다운받아야 한다는 응답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분사로 기동성이 높아진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은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가맹점 확보, 결제 시스템 관리를 통한 범용성 향상에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NHN엔터테인먼트는 페이코를 자회사로 독립하면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맹점 페이코존의 공격적인 확장’을 당면 과제로 꼽았다.
지난 1월 가맹점에 CU편의점이 추가되면서 오프라인 가맹점을 약 1만1천 개 늘린 페이코는 향후 카페·외식·뷰티 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카카오페이 또한 앤트파이낸셜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알리페이의 국내 가맹점 3만4천개를 카카오페이 중심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알리페이의 해외 서비스 네트워크와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하게 된다는 뜻이다.
■ 편의 서비스 확대로 충성 고객 확보
분사로 의사소통 체계가 신속해지면서 이용자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추가할 계획이다.
NHN엔터테인먼트는 분할 당시 NHN 페이코 주식회사의 주력 계획으로 결제, 송금, 멤버십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통합 이용자 확대를 제시했다. 페이코는 현재 SC제일은행과 제휴해 자동금융거래단말기(ATM)에서 입출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제휴 은행을 계속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또한 여러 곳에서 쌓인 포인트를 ‘페이코 포인트’로 통합할 수 있는 ‘포인트 전환 기능’도 추가했다.
카카오페이도 분사 이후 기타 서비스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내정자가 시장 독점 플랫폼인 카카오와 해외까지 걸쳐 다양한 금융, 커머스, 서비스 네트워크를 지닌 앤트파이낸셜과의 시너지를 언급한 것 또한 간편결제 서비스와 다른 서비스를 통합 제공해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 분사하지 않은 곳도 서비스 확대 주력
통합 서비스로 이용자 확대하는 전략은 다른 간편결제 서비스 여러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삼성페이 앱에서 국내 유명 쇼핑몰의 상품을 검색, 구매할 수 있는 ‘쇼핑’ 기능을 추가했다. 지마켓, 현대백화점, 위즈위드 등의 상품을 찾아보고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신세계그룹의 SSG페이는 바코드 스캔 한 번으로 쿠폰 적용, 포인트 적립, 현금영수증 발급,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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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결제 서비스 업체들의 서비스 확대는 '자물쇠 효과'를 노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자물쇠 효과란 기존에 사용하던 서비스 혹은 제품보다 더 뛰어난 서비스 , 제품이 등장해도 이미 투자된 비용, 혹은 귀찮음 때문에 수요 이전이 촉진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시장 독점을 노리는 간편결제 서비스 업체 입장에서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 확대를 통해 이용자가 타사 업체로 이탈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