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국내 업체들의 위상이 조금씩 위협받고 있다.
그 동안 큰 화면과 해상도가 높은 프리미엄 TV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의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 현지 업체들이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면서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현지업체들은 정부 보조금 등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면서 국내업체들의 앞길을 막고 있다.
21일 중국 시장조사업체 AVC에 따르면 최근 중국 30개 핵심도시 내 오프라인 매장 TV 판매량에서 초고화질(UHD) 프리미엄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2014년 16.8%였던 것이 2015년엔 37.1%로 늘어난 데 이어 2016년엔 57.1%로 확대됐다. 지난해 중국 시장 내 55인치 이상 TV 판매량도 전년 대비 40% 증가하며 프리미엄 트렌드가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중국 프리미엄 TV 시장은 아직까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TV 제조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업체들은 중국에서 2천 달러 이상 프리미엄TV 시장 점유율(판매금액 기준) 41%를 기록했다. 반면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은 30%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확보한 수익을 바탕으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 하이센스, TCL 정도를 제외하고 스카이워스, 콩카, 창홍 등 중국 주요 TV 제조사들은 모두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분류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제품 라인업 확대에 나섰다.
중국 1위 TV 업체 하이센스는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ULED(Ultra LED) TV를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TCL도 올해 초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7에서 퀀텀닷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QUHD TV'를 전면에 내세웠다. TCL은 자회사 차이나스타(CSOT)가 OLED에 투자를 집행함에 따라 이후 OLED TV 생산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더해 각 지방정부 별로 현지 업체에 지급하는 각종 보조금 정책도 한국업체들에겐 위협적인 요인이다. 여기에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등 정치적 영향으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높아지는 것도 국내 업체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 TV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중국 TV 시장에서 현지 업체들의 점유율은 2014년 76.6%, 2015년 81.9%, 2016년(3분기 누적) 84.3%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반면 한국산 비중은 2014년 6.9%, 2015년 5.6%, 2016년 4.5% 등으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은 시장 구조가 워낙 현지 업체에 유리하게 이뤄져있고 최근에는 정치적인 영향까지 겹쳐 국내 업체들이 진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중국 업체들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서 국내 업체들이 글로벌 브랜드력만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업체들, 기술력 바탕으로 차별화 시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 프리미엄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력으로 확실한 차별화를 시도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중국 업체들이 강점을 가진 보급형 시장보다는 프리미엄 TV 위주로 마케팅 전략을 다듬고 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양자점) 입자에 메탈을 적용해 화질을 개선한 QLED TV를 오는 3월 상용화할 예정이다. LG전자는 OLED TV 외에 1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활용한 LCD 기반 '나노셀' TV를 이달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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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의 경우 자국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등 진입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중국 업체들과 경쟁한다기 보다 기술력으로 대응해나갈 계획”이라며 "OLED와 LCD TV 모두 하이엔드급 제품을 확대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확보해 해외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흐름은 약 2년 전부터 지속돼 왔다”며 “국내 업체들은 이제 판매량 싸움이 아니라 기술력을 강화해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혀야 글로벌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