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굶었다. 정말 배가 고프다."
LG전자가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 G6에 거는 기대를 함축한 말이다. G6의 성공은 오랫동안 성공작에 목말라 있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직원들의 희망이자 바람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마지막 자존심의 발로이기도 하다.
7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이 G6로 반전의 모멘텀을 노리고 있다.
G6는 이달 2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MWC 2017' 개막 하루 전 현지에서 공개된다. 지난 한해 MC사업본부는 1조2천591억원의 손실을 봤다. 배터리 착탈식 모듈형 디자인으로 기대를 모았던 G5의 실패가 가장 컸다. 플래그십 모델이 제 역할을 해 주지 못했다. 하반기 나온 전략폰 V20도 이를 만회하기에는 성과가 미미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간으로 매출 55조3천670억원과 영업이익 1조3천378억원을 기록했다. 바꿔 말하면 스마트폰 부문에서 까먹지 않았다면 LG전자의 영업이익이 두배 늘어난 2조원 중반 대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는 말이 된다. 부진한 스마트폰 사업이 기업 가치 하락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LG 스마트폰, 아직 기회 있다
LG전자 휴대폰 역사는 짧지 않다. 1995년 '화통(話通)' 브랜드로 시작한 휴대폰 사업은 프리웨이, 싸이언, LG모바일, 옵티머스 등을 거치면서 20년을 훌쩍 넘었다. 2003년에는 미국 CDMA 시장점유율 1위까지 올랐다. 프라다폰, 초콜릿폰(텐밀리언 셀러), 김태희폰, 와인폰 등 족적을 남긴 인기모델도 많았다.
2010년 3분기엔 세계 휴대폰 시장 3위 자리를 꾀어 차고 분기 판매량이 2천800만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현재 연간 5천 600만대 정도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LG전자는 아직까지 북미 시장에서 점유율 15%를 유지하고 있다. 휴대폰이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싸움의 판이 바뀌었지만 LG전자가 과거 성공의 법칙을 만들어 본 저력과 DNA를 갖고 있다는 평가다.
LG전자 관계자는 "북미 소비자들에게 LG 스마트폰이 여전히 합리적인 가격에 믿고 살 수 있는 제품으로 사랑 받고 있다"며 "이동통신사 반응도 긍정적이다. 아직 해볼 만 하다"고 전했다.
대화면 G6는 한국을 비롯해 북미 시장을 겨냥해 나온 폰이다. 따라서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을 비롯해 최고 경영진들이 북미 시장 영업 및 채널 마케팅에 올인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G6 성공 예감...고객 마음 읽었다
G6의 성공 예감은 제품 자체에 담겨 있다. G6는 전작 G5의 배터리 착탈식 모듈형 디자인과 결별하고 풀 메탈 글래스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을 채택했다. 무리한 차별화 보다 고객의 마음을 읽었다는 뜻이다.
V20 모델에서 익힌 5.7인치 QHD+(1440X2880) '풀비전(FULLVISION)' 디스플레이도 주목된다. 18대 9 화면비율로 한 손에 꼭 잡히면서 시각적으로 동영상을 보거나 사진 찍기 편리하다. 무엇보다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방수·방진 설계에 스마트폰 내부 열기를 빨리 방출하는 히트-파이트(Heat Pipe) 기술을 채택해 제품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한층 강화했다. 여기에 LG 특유의 듀얼 광각 카메라는 덤이다.
한마디로 기본기와 품질에 충실했다. 그동안 스마트폰 트렌드와 거꾸로 가는 '청개구리냐'는 비아냥을 들으며 차별화만을 고집하던 아집을 버린 듯하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G3 이후 연이은 부진 탓인지 차별화를 통한 성공에 대한 압박과 집착이 너무 심했던 것 같다"며 "G6에서는 시장 트렌드에 맞는 평범함의 위력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MC사업본부기 G6 성공을 위해 지난해부터 조직 및 인력, 라인업 간소화, 유통 채널 효율화 등 전열을 재정비 해왔다는 점도 올해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각국 통신 사업자별로 따로 요구하는 스펙 사향으로 추가되는 라인업을 축소하고 불필요한 추가 비용 등을 줄여나가기로 했다. 일정한 물량 오더가 아니면 얽메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조성진 부회장 리더십 기대...스마트폰 판매량 연간 1억대 넘어야
올해 단독 대표이사에 취임한 조성진 부회장의 리더십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조 부회장은 30년 넘게 세탁기 개발에 몰두하며 세탁기 세계 1등의 신화를 만든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기본과 품질을 중요시 하는 그의 기술 리더십이 스마트폰 사업 부문에서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감과 공감대가 크다.
조 부회장은 지난 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한 달에 3~4일 정도는 MC사업본부에 가서 근무를 한다고 생각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서 턴어라운드를 이루겠다"고 최우선 과제로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 탈출을 꼽은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엔지니어 출신답게 경쟁사 스마트폰을 사들여 직접 뜯어보고 분해하는 등 제품의 본질적 경쟁력을 고민 중"이라며 "내부에서도 이런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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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G6가 과연 얼마나 팔릴 것이냐다. 플래그십 모델로 제 몫을 하려면 500만대에서 600만대 이상 팔려야 한다. 장기적으로 MC사업본부가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의미 있는 경쟁과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연간 1억대 판매 벽을 뛰어 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스마트폰 원가 경쟁력과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시장 개척은 물론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G6의 실적이 반영되는 1분기 MC사업본부의 영업손실 규모를 약 1천200억원 수준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직전 분기에는 4천67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