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사람들로부터 투자를 받아 초기 스타트업을 키운 뒤 수익을 나눠 갖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 1년째를 맞았다.
아직까지 투자환경은 만만치 않지만 성공 상례들이 조금씩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엔 영화, 농업, 아이디어 상품, 교육 등 분야에서 짭짤한 성과를 거두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에 따라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운영하는 플랫폼들이 지속가능한 투자수단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3일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인크 등 주요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펀딩 성공사례들이 나오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다.
P2P대출 같은 새로운 유형의 투자를 해봤던 이들이 크라우드펀딩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영화처럼 상대적으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에 대한 투자를 경험했던 이들이 초기 스타트업에게도 눈길을 주고 있다.
와디즈에 따르면 최근 152명으로부터 목표금 1억5천만원을 넘은 1억9천570만원 투자금을 유치하며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콘텐츠 수입-배급사인 미디어캐슬은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이름은' 국내 개봉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약 40% 수익률을 안겨줬다.
ICT농업벤처인 만나씨이에이 사례도 주목할만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물고기양식과 수경재배를 접목시한 아쿠아포닉스 농법을 적용한 공유농장 자회사인 팜잇 1호, 2호 주식회사에 대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각각 최고한도인 7억원 규모 투자를 받았다. 투자자들은 이 회사들의 주주가 되는 동시에 이곳에서 재배한 채소를 배달해 주는 '만나박스' 1개월 이용권을 받는다. 현재 팜잇 1호는 오는 봄부터 농작물 재배를 시작한다.
고용기 오픈트레이드 대표는 지난해 61명으로부터 2억원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태주산업에 주목했다. 이 회사는 멀티탭에 꽂혀있는 플러그를 눌러서 뺄 수 있게 한 일명 '클릭탭'이라는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했다. 두 손을 힘을 줘서 뺄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미세먼지나 이물질 삽입 등으로 인한 화재를 막고,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효과를 낸다.
이 회사는 국내, 미국, 일본에서 특허를 등록한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전문투자기관으로부터 11억원 후속투자를 받는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KTX 객실 내 멀티탭 공급 사업자로도 선정됐다. 고용기 대표는 "이 회사의 경우 코넥스 시장으로 넘어가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좋은 사례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트레이드는 최근 영화배우 맷 데이먼이 제작을 맡은 '맨체스터 바이 더 씨'라는 영화에 대해 158명으로부터 1억5천만원 펀딩을 완료했다. 고 대표는 "손익분기점을 낮게 잡을 수 있는 영화들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이외에도 채권 형태로 투자할 수 있는 건설, 게임 등에 대해서도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스타트업이 아닌 영화의 경우 채권 형태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할 수 있다. 기술이나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초기 스타트업에 비해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어느 정도 수익도 예측할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이를 경험한 일반 인들이 거꾸로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하면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인크에서는 스마트교육도구를 만드는 스타트업인 모션블루가 7천35만원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에 성공한 뒤 IBK금융그룹 등으로부터 10억원에 달하는 후속투자를 받았다. 최근에 이 회사는 국내 영어교육업체로부터도 전략적인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융복합 스마트블록 '모블로'는 스마트폰앱과 연계해 블록을 조립해 볼 수 있도록 해 아이들의 창의력을 높일 수 있게 돕는다.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5천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던 P2P대출에 비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은 아직까지 시장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펀딩에 성공할 경우 그에 따라 모집금액 대비 평균 5%~7% 사이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지난해 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180억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9억원~12억6천만원 수준의 수익을 14개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 나눠갖는 구조다.
관련기사
- 크라우드펀딩 발목잡는 UX, 이번엔 달라지나2017.02.03
-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광고규제-전매제한 풀려2017.02.03
- 투자형 크라우드펀딩, KSM 등장하면 빛 볼까2017.02.03
- 영화를 둘러싼 크라우드 펀딩의 딜레마2017.02.03
지난해 새로운 투자방식을 경험한 일반인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만큼 올해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의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금융당국에서도 그동안 투자광고를 자본시장법 상 홈페이지 주소나 웹사이트 링크만 SNS, 포털 등을 통해 공유할 수 있도록 제한했던 것에서 벗어나 시행령 개정을 통해 크라우드펀딩 대상 업체, 기본사업내용, 펀딩 기간 등에 대해서도 알릴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으며 올해 상반기 중에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여러 지원책을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