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포폰'이 또 다시 관심의 초점으로 떠올랐다.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19일 열린 7차 변론기일에서 박 대통령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한 때문이다.
‘경제민주화’를 내세운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대포폰, 대포통장, 대포차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던 터라 일반인들이 받은 충격은 크다. 노숙자 등의 명의를 이용해 대포폰, 대포통장을 만들어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 큰 사회문제로 지적됐기 때문이다.
현행 법에서도 대포폰에 대해선 엄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에서는 '3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실제로 전기통신사업법 제95조의 2에는 "다른 사람 명의의 이동통신단말장치를 개통해 그 이동통신단말장치에 제공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거나 해당 자금의 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도 불구하고 대포폰이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 국내 포털은 차단…구글에선 여전히 무방비 검색
대포폰은 다른 사람 명의로 개통한 휴대폰이다. 때문에 ‘차명폰’이라고도 불린다. 통상 범죄를 은폐하는데 이용되거나 타인 명의로 개통된 휴대폰으로 물품을 구매해 이를 팔아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데 악용된다. 후자는 일명 ‘휴대폰깡’이라고 불린다.
최순실 씨 등이 이용한 대포폰은 주로 전자에 해당된다. 휴대폰의 실제 이용자가 누구인지를 감추거나 위치를 노출하기 않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음성통화에만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순실 사태로 인해 대포폰의 사용이 중대 범죄라는 것이 알려졌음에도 여전히 대포폰을 구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국내 포털에서 ‘대포폰’으로 검색할 경우 정보가 차단돼 있지만 구글 검색에서는 손쉽게 대포폰을 구입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대부분 '선불폰 판매'라고 돼 있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모두 대포폰 판매처들이다.
이 판매처들은 ▲야간업소, 대출광고, 전단지 ▲업무 외 개인적인 전화를 사용하고 싶을 때 ▲신분노출이 싫으신 분 등의 광고 문구를 사용하며 버젓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전국 24시간 배송, AS 보장이라며 구매자들을 유혹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차명 가입을 통한 대포폰 유통을 막기 위해 이동통신사로 하여금 ‘부정가입시스템’을 구축토록 했다. 지난해부터는 이통사로 하여금 명의도용을 근절시키기 위해 ‘신분증 스캐너’를 의무 사용토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민등록증이나 외국인등록증 등이 있어야만 통신서비스 가입이 가능하지만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일일이 얼굴을 확인하고 영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위변조 된 신분증을 사용하는 것도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어렵지만 온라인이나 방문판매의 경우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포폰 업자들이 내국인 명의뿐만 아니라 외국인 명의의 대포폰을 판매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미래부 "부정가입방지시스템 등 대책 계속 마련"
대포폰 뿐만 아니라 모바일 핫스팟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에그’와 ‘인터넷전화’도 판매하고 있는 것도 문제점이다. 대출이나 성인광고 등 불법 스팸들을 다량으로 배포할 수 있어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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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대포폰은 크게 명의를 도용당하거나 금전이 필요해서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가 있다”며 “명의도용 방지를 위한 예방적인 조치로 지난해 4월부터 이통사들이 부정가입방지스템을 사용토록 하고 있고 사망자를 통한 명의도용이나 출국한 외국인들의 통신서비스 차단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명의를 빌려주는 경우에는 대포폰 근절에 어려움이 있고 단속이나 조사나 사법권이 없는 부처 입장에서는 완벽한 차단이 쉽지 않다”며 “다만, 최근 이통사들이 의무화한 신분증 스캐너와 연동할 경우 향후 대포폰을 막는데 상당히 유용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