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를 푸는 것만으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 알아서 파악해준다. 그 뿐 아니다. 개인 맞춤형 문제를 제시해 실력향상을 돕기도 한다.
과외교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맞춤형 수학교육을 인공지능 기반 기술로 해결해보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에듀테크 전문기업 비트루브. 이 회사는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대만, 중국 등 글로벌 시장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교육 분야에 IT기술을 접목하려는 에듀테크 시장에서도 인공지능은 화두다. 이 중 비트루브는 국내는 물론 대만에 이미 서비스를 런칭하고, 최근 중국에서 중관촌이노웨이와 인텔 차이나 액셀러레이터가 공동주최한 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 현지 교육관련 기업, 기관 및 벤처캐피털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1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 중인 2017 교육 박람회 첫 날, 이곳에 부스를 차린 오태형 비트루브 대표(CEO)를 만났다.
이 스타트업은 현재 인공지능 기반 수학교육 플랫폼인 '마타수학'을 서비스 중이다. 오 대표는 마타수학이 "학생들에게 최적의 학습경로를 제시하는 인공지능 수학선생님"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대학교 동창들이 차린 스타트업
비트루브를 창업한 것은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동창생 4명이다. 한성과학고를 1기로 졸업한 이들은 서울대 95학번 동기이기도 하다. 심지어 오 대표와 정두섭 최고연구책임자(CRO)는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같은 지도교수 밑에서 대학원 연구실을 다녔다. 안명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김세훈 최고전략책임자(CSO) 등도 고등학교 시절 같은 반이었다.
대학 졸업 뒤 저마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던 이들이 뭉치게 된 것은 대학원을 다니며 강남 유명 학원에서 수학강사로 활동했던 오 대표의 아이디어 덕분이다. 2011년부터 학생들을 가르치게 된 그는 학생들이 수학문제를 풀 때 어떤 오답을 내는가를 분석해서 역추적해 보면 어떤 수학개념이 취약한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기에 대학시절 여러 머신러닝 알고리즘 기반 트레이닝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험을 살려 이런 과정을 하나의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면 맞춤형 수학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발전했다. 어떤 오답을 썼느냐에 따라 통계적으로 그 학생이 어느 정도 수학실력을 가졌는지를 확인하고,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했을 때 가장 빨리 실력이 향상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학습경로를 설계해주는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었다.
예를들어 이공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미분 문제를 틀렸을 때 이후에도 비슷한 미분문제를 풀어보라고 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그 보다는 학생의 학습 수준을 보고 직선의 방정식부터 배워야겠네라는 식으로 판단을 하고, 해당 부분을 다시 가르치고, 문제도 풀어보도록 하는 식으로 반복학습시켜준다.
이렇게 하면 마치 과외교사가 지도하듯 학생들이 취약한 부분을 점검해 관련 부분에서 실력을 향상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 것이다.
그는 이러한 아이디어로 출발해 2012년 시스템 개발, 투자상품개발, 연구원과 학원강사를 했던 다른 동창 친구들을 불러 모은다. 초기 테스트를 통해 실현가능한 아이디어라는 판단이 선 뒤에 이듬해 9월 창업한 회사가 비트루브다.
■인공지능이 수학교육 시켜준다고?
그렇다면 비트루브가 서비스 중인 마타수학은 어떤 면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인공지능 서비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오 대표는 "과외교사가 너는 고등학교 2학년이지만 중학교 과정 중 어떤 부분을 다시 공부해야겠다고 조언해주는 과정을 대체해 줄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이 수학문제를 푸는데 부족한 부분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통계적으로 추출해내서 다시 학습해야하는 과정을 알려준다는 설명이다.
보다 정교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원하는 결과를 내놓기 위해서는 분석을 위해 입력되는 데이터의 양과 질이 중요하다. 초기 베타테스트 과정에서 오 대표는 학생들에게 수학문제를 풀어오라고 한 뒤 이 중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에 대한 데이터를 전 처리 과정을 거쳐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입력해봤다. 이러한 과정을 반복해 어느 정도 데이터에 대한 분석이 이뤄지다보니 학생들이 어떤 부분에서 취약한지에 대해 정확성을 높일 수 있었다.
마타수학의 두뇌 역할을 하는 마타알고리즘은 이들이 직접 개발했다. 시스템이 돌아가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해당 학년 학생에게 30여개 수학문제를 낸다는 틀린 문제에 대해 어떤 오답을 냈는지를 진단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진행한다. 그 뒤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분석을 통해 취약한 수학개념을 추출해 낸다. 이러한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학습경로를 설정하고, 이러한 개념을 담은 일종의 '치료문제'를 제공하는 식으로 보다 효율적으로 학습을 진행한다.
비트루브는 실제로 지난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모의고사와 11월 치러진 수능시험에서 출제된 수리영역 문제를 두고 학원 내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마타수학을 활용해 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마타수학을 활용한 학생들은 기존 등급을 유지하거나 향상된 비율이 83.8%에 달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78.7%에 그쳤다. 수능성적 백분위의 경우에도 마타수학을 사용했던 학생들이 6.0에서 4.5로 등급이 올라간 반면 그렇지 않았던 학생들은 6.2에서 6.4로 현상유지 수준이었다.
■"글로벌서도 통하는 교육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
국내외 수학교육환경이 다른데도 대만, 중국과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루브의 알고리즘이 주목받았던 이유는 뭘까? 오 대표에 따르면 교육콘텐츠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 기반 인공지능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플랫폼에 어떤 형태의 콘텐츠(나라별 수학문제)를 넣더라도 분석을 통해 최적의 학습경로를 알려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대만의 경우 이미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고, 중국에서도 창업경진대회 대상을 받은 뒤 현지 주요 교육회사, 벤처캐피털 등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관련기사
- AI혁명, 진짜 남 얘기 아니다2017.01.19
- 진화하는 한국 에듀테크, 이제 글로벌이 보인다2017.01.19
- 한국형AI, 왓슨 따라잡으려면…"생태계가 답"2017.01.19
- 한컴그룹 "국내외 에듀테크 잡겠다"…중소71개사 협력2017.01.19
비트루브는 앞으로 수학 이외에 영역까지 도전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학습(學習)'에서 '학'이 학교에서 동일한 교육과정을 거쳐 배우는 것을 말한다면 '습'은 서로 다른 수학능력을 가진 학생들이 이를 습득해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게 개인별 교육방식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비트루브는 마타수학은 기본적으로 '습'을 위한 시스템이며 이를 모든 교육방식에서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때문에 이 회사는 마타영어, 외국인들을 위한 마타한국어 서비스도 내놓을 계획이다.
기술적으로는 사람이 데이터를 넣어주고 이를 관리해줘야하는 지도학습 이외에도 비지도학습을 통해 사람이 미쳐 알지 못했던 학생들의 취약점에 대해 알아서 파악해 대응할 수 있게 돕도록 딥러닝 기술도 적용해 본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