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기기 개발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아마존이 ‘알렉사’를 무기로 ‘스마트폰 다음 플랫폼’의 패권을 쥘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18일 주요외신과 블로그 등에 따르면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스피커형 음성 지원 단말기 아마존 에코는 아마존의 하드웨어 역사상 최대의 히트작이 됐다.
하지만 진짜 ‘대박’은 에코가 아니라, 에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인 알렉사다.
아마존 에코가 출시될 때만 해도 이 기기는 ‘말을 건네는 것만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는 스피커’로 인식됐다.
그런데 인간의 음성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유창하고 정확하게 답변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공지능 알렉사 덕분에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 아마존 5만 건 이상의 리뷰에서 3분의 2 이상이 별 5개의 평점을 줬다. 아마존의 전자책인 킨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하드웨어 성공 사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아마존이 기대하는 것은 에코 본체가 아니라 기기의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 알렉사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에코의 도우미 기능이 아닌 다른 서비스나 타사에 개방함으로써 모든 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즉 에코는 알렉사를 이용하는 유일한 제품이 아닌 단순히 알렉사를 활용하는 최초의 제품에 불과한 것이다.
아마존은 알렉사를 타사와 개발자에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알렉사 보이스 서비스(AVS)라는 음성 인식 기능을 개방했으며, 알렉사 스킬 키트(ASK)라는 콘텐츠 제작의 틀을 정의했다. 개발자들은 ASK의 Skill((기술)이라는 기능을 사용해 알렉사의 다양한 주문을 처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미노피자의 알렉사 피자 배달, 우버의 알렉사 배차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에코나 파이어TV를 사용해 알렉사에게 말을 걸고, 일상생활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마존의 목적이다.
물론 아마존에서 쇼핑 알렉사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활동 알리미 ‘핏빗’,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스마트 전구 ‘휴’ 등 각종 서비스가 속속 알렉사를 이용하고 있다.
나아가 아마존은 에코나 파이어TV 등에 한정된 알렉스 활용도를 넓히기 위해 ‘Echosim.io’라는 알렉사 시뮬레이터를 공개한 상태다. 이것은 웹사이트에서 마이크를 통해 에코에게 말을 거는 것뿐 아니라 알렉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즉, 모든 웹 서비스에서 알렉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아마존이 환경 정비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아마존 AVS 수석 책임자에 따르면 아마존이 알렉사를 통해 주시하는 미래는 ‘스마트폰 다음’이다. 마우스나 키보드 중심의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 PC에서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용하는 스마트폰으로 컴퓨팅은 진화했다. 스마트폰 시대의 터치 인터페이스 다음은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되면서 ‘오디오 인터페이스’가 된다는 것이 아마존의 생각이다.
전문가들은 IoT 시대가 되면 알렉사는 OS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PC라는 하드웨어 및 각종 소프트웨어를 윈도가 주재하고, 스마트폰의 하드웨어와 각종 앱을 안드로이드가 관리하는 것과 같이 IoT 단말과 서비스를 알렉사가 관장하는 구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즉 아마존은 알렉사를 스마트 가전 등 생활 관련 제품을 총괄하는 지배적인 허브로서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 외신 분석이다.
지배적 지위를 가진 유일한 OS가 탄생하면 하드웨어 간의 경쟁이 촉진되고 제품 성능이 향상이 이뤄진다. 하드웨어의 상품화가 일어나면 OS 제공자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게 된다. 많은 수의 사용자를 끌어와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고 장기간 이익을 올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알렉사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포드는 차내에서 알렉사에게 좋아하는 스포츠 팀 경기 결과를 물어볼 수 있으며, 주행 중 집 주차장 셔터를 조작하거나 슈퍼마켓 물건을 주문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LG전자는 스마트 냉장고 ‘스마트 인스타뷰’에 알렉사를 채용하는 것을 발표, 장기적으로 알렉사를 통해 냉장고에 부족한 재료를 자동 주문하는 게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노인 홈 케어 로봇 ‘엘리큐’(ElliQ)는 마치 집사처럼 알렉사가 정확한 조언을 하거나 번거로운 작업을 대신 해준다.
얼마 전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17을 통해서도 알렉사의 위력은 드러난다. 애플과 구글의 음성 인식 시스템을 사용한 업체는 극히 일부였던 반면, 상당수가 아마존의 알렉사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CES 2017에 알렉사 통합 제품을 발표한 회사 수는 700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전부터 자동차까지 모든 것에 알렉사가 빠지지 않았다.
관련기사
- 스마트폰 이후…'AI비서 전쟁' 승자는2017.01.18
- AI혁명…'제로스크린 시대'가 온다2017.01.18
- 말로 하는 ‘AI 비서’ 개발 경쟁 치열2017.01.18
- 아마존 음성인식비서 '알렉사', 구글-애플 넘어설까2017.01.18
외신은 아마존의 상대가 구글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 8년 전 일본의 오디오 관련 회사가 모두 아이팟과 아이폰에 백기를 올렸던 것처럼 알렉사가 사실상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적어도 올해 CES에서 알렉사의 압승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으로 단언했다.
외신은 “클라우드 기반의 음성 인식 분석 엔진에서 다른 회사가 알렉사를 이길 것으로 생각하진 못했지만 이 정도까지 알렉사 일변도가 돼 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기술 산업은 사실상 표준의 지위를 획득한 서비스가 압도적으로 우위에 서서 시장을 지배한다. 아마존이 큰 먹이를 손에 쥐려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