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에 5년간 3.6조원 투자

포드, 토요타 등도 대규모 투자 잇따라

카테크입력 :2017/01/17 17:19    수정: 2017/01/17 17:46

정기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의 공약인 보호무역주의의 첫 타깃으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속속 백기를 드는 모양새다.

앞서 포드, FCA(피아트-크라이슬러), 다임러, 토요타 등이 연이어 미국 내 공장 설립 등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현대차그룹도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약 3조6천4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17일 현대차그룹과 외신 등에 따르면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이날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부터 오는 2021년까지 미국에 3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과 내외빈들이 기아차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되는 K3(현지명 포르테)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이는 지난 5년간 투자된 금액(21억달러)보다 5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아울러 현대차그룹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모델이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을 미국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신공장 건설 등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은 "미국에서 친환경·자율주행차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관련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고, 기존 생산시설에서 신차종 생산·환경 개선 투자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결정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검토된 것으로 계획에 없던 신규 투자가 아닌, 예정됐던 투자"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압박과는 무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미국 내 신규공장 증설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길 희망하고 있다"면서도 "현지 수요 추이를 지켜본 뒤 생산 규모와 건설 지역 등을 감안해 면밀히 검토해 결정한다"고 기존의 원론적인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하지만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 K3(현지명 포르테)를 생산, 북미로 수출 계획을 갖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압박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투자계획 발표를 통해 트럼프 정부의 심기를 최대한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향후 혹여 불거질 수 있는 불이익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집권을 앞둔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내라"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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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포드는 당초 16억달러를 들여 멕시코 소형차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미국에 7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FCA는 미국 공장에 3년간 10억달러를 투자하고 2천명을 추가 고용하기로 했다. 다임러그룹도 미국 앨러배마공장에 13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일본 토요타 역시 5년간 미국에 1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유일하게 독일 BMW 만이 멕시코 공장 건설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페터 슈바르첸바우어 BMW·MINI·롤스로이스 총괄은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되는 차량에 35%의 국경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놀랍지도 않다"면서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