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기업들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등 미래 핵심기술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어제(2일) 정유년 신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중국 등 경쟁 기업들의 미래기술 개발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위기 의식으로 풀이된다.
삼성, LG, SK, 현대차 등 주요 그룹 최고경영진들의 눈이 4차 산업혁명으로 향하고 있다.
초연결성과 융복합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미래 산업사회의 빅뱅으로 불린다. 그만큼 정보기술(IT) 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자동차, 문화·예술, 스포츠 등 인간의 삶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정보화 사회 이후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이 지능을 갖는 인텔리전스(Intelligence) 사회가 도래하는 만큼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기업의 미래가 없다는 게 이들 경영진들의 판단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과감한 기술 투자와 관련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올해 각 계열사간 저성장 사업을 신속히 정리하고 재편하는 사업구조 개편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공정기술에 더해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자율차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전방위로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등 하드웨어에 살아 움직이는 혼을 불어넣는 격이다. 삼성은 1분 1초라도 시간을 벌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M&A)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업체 비브랩스를 인수했다. 곧 이어 11월에는 미국 전장전문 기업 하만을 국내 기업의 M&A 사상 최고 금액인 80억달러(약 9조4천억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하만 인수는 삼성의 AI 사업 전략이 비단 스마트폰이나 가전 기기에 묶여 있지 않을 것이란 추측을 가능케 해주는 대목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조이언트 등 IoT,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4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는 미래기술 기업들을 잇따라 인수한 바 있다.
LG그룹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확보에 팔을 걷어 부친 상황이다.
구본무 LG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공 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경쟁 양상과 게임의 룰을 완전히 바꿔 놓고 있다"며 "제조 분야도, 틀을 깨는 시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생산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4차 산업 혁명의 흐름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국내 최대규모의 융복합 연구개발(R&D) 단지인 마곡 사이언스파크 시대를 여는 LG는 이곳을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LG전자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로봇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LG전자의 자율주행과 AI 기술력이 축적된 가정용 허브 로봇은 5일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CES 2017'에서 일반에 공개를 앞두고 있다. LG전자는 스마트 가전을 중심으로 AI 등 관련 신기술을 적용, 가정에서부터의 혁명을 이끌겠다는 포부다. 이밖에 LG전자는 자동차부품(VC) 사업부를 중심으로 폭스바겐 등과 협력을 맺으면서 미래 커넥테드카와 자율주행 기술을 축적해 나가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지난 연말 인사에서 SK텔레콤 수장을 맡은 박정호 사장은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 ICT 기업이 되자"며 그룹 계열사들의 협력을 통한 4차 산업혁명 선도에 방점을 찍었다.
SK그룹은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고 있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IoT 영역에서 SK C&C, SK하이닉스 등 그룹 내 역량을 총결집해 커넥티트카, 에너지 관리 솔루션, 스마트홈 등에서 혁신적인 서비스 상품을 발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그룹 관계사는 물론 국내 업계와 벤처, 스타트업, 글로벌 톱 ICT기업들과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협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판 짜기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지능형 커넥티드카 등 미래 자동차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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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척 로빈스 시스코 CEO는 지난해 4월부터 '초연결 지능형 자동차'의 핵심 기술인 차량 네트워크 기술을 함께 개발해 오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의 연구개발 성과와 관련 기술이 적용된 차량을 오는 'CES 2017'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시스코와 손을 잡은 현대차의 '모빌리티 비전'은 스마트홈과 커넥티드카 기술이 모빌리티와 일상생활 선에서 어떻게 융합되는지 보여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