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각오 다진 재계 경영 키워드

삼성 지주사 전환-일등 LG-현대차 825만대

디지털경제입력 :2017/01/02 15:59    수정: 2017/01/02 16:04

정기수, 정진호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삼성, 현대차, LG, SK, 효성의 정유년 새해 각오는 비장하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그 어느 해보다 높다는 두려움이 크지만 이 위기를 극복해야만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몇몇 그룹 총수들이 혹독한 시련을 겪은 만큼 올 한해는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사업의 근간과 제품 공정까지 모든 것을 뜯어 고치고 바꾸겠다는 의지가 높다.

삼성그룹은 올해 지주회사 전환과 특검이라는 그야말로 대전환기를 맞는다. 작년 11월 전자 핵심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지배구조 개편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들었다. 올 상반기 이 같은 계획이 더욱 구체화 되는데, 삼성전자는 당시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의뢰해 함께 협업하고 있으며, 검토하는 데 최소 6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지디넷)

삼성전자는 지주회사 전환의 선결 조건으로 인적분할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통해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지주회사)와 사업회사 둘로 쪼개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나온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업회사 주식을 지주회사에 맡기고 신주를 배정받아 지주사 지분율을 높이는 안이다.

특검 역시 올해 삼성그룹을 둘러싼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이 공언한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를 비롯해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가 특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여러 의혹들이 많지만 삼성물산 합병 지원 대가로 최순실 모녀를 지원했다는 의혹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씻고 올해 다시 재도약 하겠다는 각오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치른 값비싼 경험을 교훈삼아 올해 완벽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제품 경쟁력의 기본인 품질은 사소한 문제도 타협해서는 안된다. 공정 개선과 검증 강화를 통해 품질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자"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글로벌 판매목표를 825만대로 잡았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목표로 제시한 813만대보다 12만대 증가한 규모로 그룹 출범 이후 역대 최대 목표치다. 대내외 경영환경은 어렵지만 보다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세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올해 그룹 경영방침을 '내실강화, 책임경영'으로 제시하고, 새로운 미래 성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 ▲민첩하고 유연한 대응 ▲부문간 소통협력 강화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는 조직 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또 어려운 여건에서도 ▲R&D(연구개발) 투자 확대 및 핵심 미래 기술 내재화 ▲상품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를 통해 미래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508만대(국내 68만3천대, 해외 439만7천대), 317만대(내수 51만5천대, 해외 265만5천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가 7만대, 기아차가 5만대 각각 늘어났다.

양사 모두 내수는 작년 목표보다 1만대 줄었지만 해외 판매 목표는 현대차가 8만대, 기아차가 6만대 증가했다. 지난해 현대차 중국 창저우 공장과 기아차 멕시코 공장이 가동에 들어간데다 올 하반기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 완공 등 생산물량 확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창립 70주년을 맞는 LG그룹의 새해 키워드는 '일등 LG'다.

미래 성장 동력인 자동차부품(VC) 사업, 신생 에너지 사업 등 신성장 동력을 본궤도에 안착시키고 글로벌 일등 가전업체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핵심계열사인 LG전자 CEO 조성진 부회장은 '이기는 조직문화'(Winning Spirit)를 내재화하고 스마트워킹 문화를 정착하라며 임직원들의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특히 글로벌 일류 가전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품질과 수익성에 초점을 맞춰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자원을 쏟아 붓겠다는 각오다. LG화학 역시 바이오 신규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성장전략을 구체화 한다는 방침이다.

2일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열린 새해인사모임에서 LG 창립 70년을 맞아 구본무 회장과 주요 경영진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앞줄 왼쪽부터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구본무 LG 회장, 구본준 (주)LG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왼쪽부터)엘후리 그룹 후안 파블로 엘후리 매니저, 엘후리 그룹 후안 엘후리 회장, 네오현대 마르코스 말로 대표, 주 에콰도르 이은철 대사, 현대차 해외홍보담당 구자용 상무, 현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50대 경영진을 전면에 내세운 SK그룹은 올해 경영 방침을 '딥 체인지(Deep Change)를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정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서 열린 그룹 신년회에서 "딥 체인지로 더 큰 행복을 만들기 위해 내부로부터 근본적으로 혁신을 이뤄내자"면서 "SK그룹 발전의 성과물이 투자, 고용 등의 형태로 나타나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다. 또 "지난해 구성원 모두의 땀과 노력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서 고군분투했다"며 "새해에는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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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세 경영 시대를 연 효성의 글로벌 경영도 주목된다. 효성그룹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조석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과 삼남 조현상 부사장을 각각 회장과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형제 3세 경영에 시동을 건 상태다. 조현준 회장은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시장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며 "스포츠맨십에 기반한 페어플레이를 통해 효성을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요 그룹들은 올해 미국, 중국 등 신 보호무역주의가 더욱 강해지고 한·중간 기업간 기술력 차이 축소로 특정 분야에서는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추월하는 현상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