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으로 화해했던 두 회사는 왜 5년 만에 다시 맞붙었을까?
2년간 특허 공방 끝에 지난 2011년 극적으로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했던 애플과 노키아가 또 다시 특허 소송에 휘말렸다.
노키아는 애플이 추가로 특허권을 침해했다면서 독일과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특허권자의 천국으로 통하는 텍사스 동부지역법원에 소장을 접수해 눈길을 끌었다.
또 독일에서는 만하임, 뒤셀도르프, 뮌헨 지역법원 등에 소장을 접수했다.
애플 역시 노키아 특허권을 관리하는 아카시아를 비롯한 9개 업체를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표준 특허에 대해선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특허 계약을 체결하라는 프랜드(FRAND) 원칙을 위반했다는 게 소송 취지다.
특히 애플은 이번 소송을 통해 노키아 측이 특허사략행위(Patent Privateering)한 혐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허사략행위란 생산기업이 특허괴물 같은 특허 주장주체(PAE)를 활용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 노키아 "애플이 2011년 계약 이후 추가 특허 라이선스 거부"
두 회사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선 7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갈 필요가 있다. 노키아가 지난 2009년 애플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두 회사는 2년 여 동안 열띤 공방을 벌인 끝에 2011년 6월 극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면서 법정 공방을 피했다. 라이선스 협약 당시 애플은 “아이폰 핵심 기술은 지켜냈다”면서 의미 부여했다.
이번 소송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키아는 21일(현지 시각)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애플은 2011년 라이선스 협약을 체결한 이후 다른 특허 발명들(other of its patented inventions)을 라이선스 하라는 추가 제안(subsequent offers)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2011년 라이선스 협약 당시 7억2천만 달러 상당을 노키아에 지급했다. 이와 함께 일정액의 로열티를 계속 지불하기로 했다. 이런 파격적인 조건 대신 애플은 노키아 기술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했다.
당시 애플이 “아이폰 핵심 기술은 지켜냈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그 기술들은 라이선스 대상에서 제외하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키아는 이날 “애플이 디스플레이, 이용자 인터페이스, 소프트웨어, 안테나, 칩셋, 동영상 코딩 같은 기술과 관련된 특허권 32개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애플과 노키아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 특허권 남용일까, 무단 도용일까
노키아는 2013년 NSN, 2016년 알카텔-루슨트 인수와 함께 최근 20년간 1천150억 유로 이상의 연구개발(R&D) 덕분에 스마트폰, 태블릿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특허 포트폴리오를 갖게 됐다고 강조했다.
추가로 확보한 특허에 대해 애플이 라이선스 협상에 임하지 않음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다는 얘기다.
반면 애플 주장은 다르다. 애플은 노키아 측이 2011년 특허 라이선스 협약 때 제외한 기술을 앞세워 다시 자신들에게 로열티를 뜯어내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실상 패배한 노키아가 아카시아를 비롯한 특허괴물 들에게 관리를 맡긴 특허권으로 다시 자신들을 제소했다는 것이다.
애플은 아카시아 등이 이전 노키아 특허권을 앞세워 자신들을 상대로 최소한 12회 이상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두 회사 공방은 2011년 체결된 라이선스 협약이 출발점이 된 셈이다. 노키아는 이후 추가로 확보한 특허권에 대해 애플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길 거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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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애플은 노키아 전 특허권을 앞세워 자신들을 제소하는 아카시아 등의 의도에 대해 의구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노키아와 공모한 뒤 자신들을 제소하는 일종의 '특허사략행위'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2011년 체결한 크로스라이선스 협약 때 제외한 특허 기술을 놓고 노키아와 특허괴물들을 공모해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