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다음주 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미국 판매법인 CEO(최고경영자)를 전격 교체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스스로 물러났다는 게 회사 측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지만, 사실상 판매 부진에 따른 경질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현대차는 올 10월에도 현대차 중국법인 핵심 임원과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하는 문책성 수시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임박한 그룹 정기인사에서도 한바탕 칼바람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불거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현대차 북미법인(HMA)에 따르면 이날 데이브 주코브스키 CEO가 사임했다. 오는 31일로 계약이 만료되면서 물러나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제리 플래너리 고문 변호사 겸 수석 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2007년 현대차 미국법인 판매담당 부장으로 입사해 2014년부터 미국 법인을 총괄해 온 주코브스키 CEO는 현대차의 북미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규모 스폰서 마케팅 등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과 저유가, SUV 위주로 현지 시장이 재편되는 등 악재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결국 현대차는 경쟁업체인 토요타와 혼다에 크게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했고, 이에 따른 책임을 묻는 차원에서 경질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차 북미법인은 올 1~11월 미국 시장에서 71만2천700대를 판매, 전년동기 대비 2.0% 소폭 증가했다. 2014~2015년에도 매년 한 자릿 수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두 자릿수 증가세를 기록한 2010~2011년과 비교하면 초라한 결과다.
내년 북미 시장에 제네시스 브랜드 안착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현대차에게는 현지 판매 수장의 교체로 분위기 쇄신의 의미도 적지 않다. 현대차는 내년 미국 시장에 G80 상품성 개선 모델을 투입, 프리미엄 시장 판매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오는 26일 '2017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국회 청문회와 특검 등으로 행정절차에 차질이 빚어져 인사 시기가 내년 초로 넘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사 시기와 별개로 올해 현대·기아차 등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 만큼, 예년보다 임원 승진자 수는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은 당초 목표였던 813만대 달성은 물론 800만대(현대차 501만대·기아차 312만대) 돌파도 힘든 상황이다. 현대·기아차의 올 1~11월 글로벌 누적판매 대수는 706만8천13대(현대차 436만3천181대·기아차 270만4천832대)로 전년동기(719만1천373대) 대비 1.7% 감소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역성장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년 연속 연간 판매목표 달성 실패는 물론, 3년 만에 글로벌 판매가 800만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사장단급 인사는 연중 수시로 이뤄지지만, 올해 실적 악화를 감안하면 일부 사장급 임원에 대한 경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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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신상필벌'로 대변되는 정몽구 회장의 인사 특징을 볼 때 노조 파업과 판매 부진 등 책임을 묻는 문책성 인사가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룹의 사활을 건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글로벌 시장 안착을 위한 추가 인사와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커넥티드카 기술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R&D) 부문에서는 승진 인사도 점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