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과 특검 정국, 그리고 불확실한 글로벌 저성장 기조 속에 단행된 SK그룹의 연말 임원인사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글로벌'로 요약된다.
최태원(56) SK 회장보다 나이가 많은 사장급 이상 임원들 대부분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50대 최고경영자(CEO)를 전진 배치하는 파격적 인사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는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젊은 인재 발탁을 통해 내년도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 확장과 성장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조직 혁신과 변화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최 회장의 강한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및 전략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조대식 SK 사장은 60년생으로 올해 56세다.
에너지 부문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을 이끌게 된 김준 SK에너지 사장(55세)를 비롯해 신임 커뮤니케이션 위원장을 맡으면서 SK텔레콤 대표를 겸직하는 박정호(53) SK C&C 사장이 50대 초중반으로 다양한 글로벌 사업 경험과 역량을 겸비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또한 SK C&C 사장을 맡게 된 장동현(53) SK텔레콤 사장, SK네트웍스 사장에 오른 박상규(52) 워커힐호텔 총괄도 50대 초반이다.
그나마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SK하이닉스 사장에 유임된 박성욱(58) 사장이 유일하게 50대 후반이다.
특히 인수합병(M&A)과 글로벌 성장을 주도한 인재들이 대거 사장에 발탁됐다는 점도 눈에 뛴다.
황의균 SK해운 사장은 다양한 글로벌 사업 수행 경험을 살려 내년도 해운업의 불황을 돌파할 인물로 낙점됐다.
이재훈 SK가스 사장은 오랜 교역 및 신규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SK가스의 글로벌 성장을 견인해 왔다.
지동섭 SK루브리컨츠 사장은 전략/기획 분야 전문가로, 해외 신규시장 공략 등 과제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전망된다.
서성원 SK플래닛 사장은 11번가 성장을 견인한 경험과 텔링크 대표 경험을 살려, 경쟁력 확보 및 마켓 리더십 강화를 추진할 적임자로 풀이된다.
이번 인사는 최태원 회장이 올해 2월 지주회사인 SK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과감함 변화와 경영 혁신을 화두로 던진 것과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그룹 내 각종 CEO 세미나를 통해 주력 계열사 대표들에게 줄곧 "과거의 성공과 관행에 안주하지 말고 각사 비즈니스 모델을 바꿔라"고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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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수펙스추구협의회를 포함한 16개 계열사 승진인사 규모는 직급별로 부회장 2명, CEO 5명 이외에 승진 61명, 신규선임 103명 등 총 164명이다. SK는 지난해 승진 137명, 신규선임 82명 등 총 219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지난해엔 부회장 2명, 사장 2명 승진이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통신, 에너지 등 국내 사업에 편중되어 있다는 평가를 받아온 SK가 사업 구조와 비즈니스 모델을 글로벌 환경으로 바꾸고, 과감한 실행력으로 구조 혁신을 이루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며 "글로벌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젊고 추진력 강한 젊은 인재를 등용한 인사"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