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재계 간 정경유착의 원흉으로 지목되며 해체 여론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사면초가다. 해체냐 쇄신이냐는 향후 조직의 운명을 정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15일 오전 서울 시내 모처에서 주요 회원사 그룹 사장단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 형식의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이 모임은 성사 자체가 불투명했다. 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가 아직 진행 중이고 특검을 앞두고 자숙해야 할 상황에서 국민적 지탄 대상인 전경련이 살 궁리를 위해 모임을 소집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회원사들의 부정적 반응 때문이다.
이에 삼성, 현대차, SK 등 지난 국정조사 청문회에 총수가 불려나간 주요 그룹들은 이날 간담회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 관계자는 이날 오전까지 '(간담회에)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4대 그룹 중에서는 LG그룹이 유일하게 부사장급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주요 그룹 회원사들이 회의에 불참하면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년 2월 정기총회 이전에 향후 진로에 대한 결론을 내려던 전경련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현재 전경련 해체와 관련 회원사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구본무 LG 회장이 제안한 것처럼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처럼 연구 재단으로 조직을 바꿔 운영되어야 한다는 쇄신안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전경련 해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뭐라 말씀드릴 자격이 없지만, 저희는 탈퇴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전반적인 기류가 탈퇴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현재 삼성을 포함한 5대 그룹이 전경련에 내는 연간 회비는 전체 운영비의 약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2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최근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은행권의 전경련 탈퇴 선언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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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실현 주권자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국민경제에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전경련은 즉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존폐 위기에 있는 전경련은 최근 내년도 신입사원 공채 절차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