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증 스캐너 도입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와 이동통신3사,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이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방통위는 14일 정책설명을 하는 자리에서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하면 신분증을 유통점에서 따로 복사해 보관하지 않아 위변조나 명의도용 예방을 강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방통위는 신분증 스캐너의 판매점 보급률은 96%로 대부분의 유통점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노익 방통위 이용자정책국장은 "신분증 스캐너는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통3사에서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방통위는 사업자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잘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이러한 설명 자리를 마련했다"며 "신분증 스캐너는 이동통신사가 주체가 돼 하고 있는 정책이다"라고 말했다.
이동통신3사는 가입자의 개인정보보호 의무가 있기 때문에 신분증 스캐너 도입을 통해 그동안 휴대전화 가입 시 신분증을 복사하면서 생겼던 불편법 영업행태를 해소하고,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그동안 신분증 스캐너를 사용하지 않고 있던 중소 유통인들은 법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통위와 KAIT가 스캐너 기기를 갖고 수익사업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일부에선 위변조된 신분증도 제한된 수준에서 확인만 가능할 뿐 타인 신분증으로 명의도용을 막을 수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임형도 SK텔레콤 실장은 "2015년부터 KT와 SK텔레콤이 대리점이나 직영점에 한해서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이를 판매점까지 확대한 것"이라며 "LG유플러스와 함께 고민한 결과 기존 신분증 스캐너 제조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고, 수익사업을 위해서 특정 업체를 선택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범석 KAIT 팀장은 " 절차에 따라서 수익이나 요건에 맞는 스캐너 제조사와 계약을 진행한 것이지, KAIT는 위탁 대행만 하고, 장비랑 시스템 운영에 따른 운영비나 인건비 외에는 추가적으로 수익을 얻거나 하진 않는다"고 단언했다.
기술적 오류나 위조 신분증을 걸러내지 못한다는 지적에 정 팀장은 "일부 통신사에서 구현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던 적이 있지만, 병행운영기간엔 개선돼 감별 기능엔 문제가 없다"고 대답했다.
신분증 스캐너로 위변조된 신분증을 스캔했을 때 뜨는 경고문에 대해서 임형도 실장은 "유통점에서 신분증을 재확인 하고 개통 처리를 하라고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며 "유통점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것은 아니며, 한두번 경고 문을 봤다고 해서 페널티를 받는 것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단계나 방문판매, 온라인 판매와 유통점 판매에서 나타나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사업자들이 입을 열었다. 현재 일부에 한해 모바일 앱 스캐너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지만, 모바일 앱은 위변조를 걸러낼 수 없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고, 또 앱이 APK 다운로드 형태로 되어 있어서 보안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범석 팀장은 "영업 형태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신분증 스캐너를 이용할 수 있도록 스캐너의 이동성을 강화하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모바일 앱 스캐너에서는 신분증 위변조 감별을 못하기 때문에 이동형 스캐너를 단계적으로 도입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모바일 앱 스캐너를 설치하는 방법에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보안 문제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모바일 앱 스캐너는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 원스토어 등에서 다운로드 하는 방식이아닌, 안드로이드폰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앱’을 설치할 때 사용하는 APK 다운로드 방식이다.
KAIT 측은 “각종 본인 인증 절차 후에 앱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다운 받는 것은 불가능하며, 모바일 보안 솔루션도 함께 탑재돼 있는 등의 보안 장치도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도 이에 대해 "전체 판매량 중에서 방판과 다단계 판매 부분은 적다"며 "절대 다수를 위해 신분증 스캐너를 도입했고, 방판이나 다단계 판매 시에도 모바일 앱으로 사진을 찍으면 복사본이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분증 스캐너 사용을 통해 우회적으로 악용하려는 불법영업 행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KAIT 측은 "불법 영업 행태에 대한 사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서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노익 국장은 "명의도용이나 대포폰 등 취약계층을 악용해 개통하는 사례들이 수없이 많이 있었는데, 그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 신분증 사본 복사 자체를 없앤 것"이라며 "기존보다 피해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이동통신3사와 KAIT는 유통점의 신분증 스캐너 사용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신분증 스캐너가 고장 나거나 장애가 발생하면 일반 스캐너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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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AIT는 상담 창구를 열고 고장 시 장비를 즉시 교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거나 주말 근무 등을 통해 전사적으로 신분증 스캐너 안정화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KAIT 측은 "신분증 스캐너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지 보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라며 "개선해야 할 부분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고, 유통점이나 방판, 다단계 판매에서도 위변조 여부를 육안으로라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