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에 익숙했던 사용자들이 과연 유튜브를 돈 내고 보게 될까?
1년 전 처음 등장한 유튜브 유료 서비스 '유튜브 레드'가 국내에도 상륙했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 멕시코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다. 월 사용료는 부가세를 빼고 7천900원이다,
유튜브 레드의 차별화 포인트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이 서비스에 가입하면 광고를 보지 않아도 된다. 유튜브 영상을 볼 때마다 앞에 뜨던 성가신 광고를 피할 수 있게 된단 얘기다. 음악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뮤직 앱에서도 광고없이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영상을 스마트폰에 저장한 뒤 오프라인에서도 시청할 수 있게 했다. 또한 다른 앱을 실행하거나 화면을 끄더라도 재생 중이던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들을 수 있도록 '백그라운드 재생'을 지원한다.
5일 유튜브는 서울 CGV청담씨네시티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튜브 레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참석한 유튜브 프로덕트 매니지먼트 담당 아담 스미스 부사장은 "유튜브 레드와 뮤직은 고객들이 동영상이나 음악을 감상할 때 광고의 방해를 받지 않길 원한다는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라며 "(공짜인) 유튜브와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라고 강조했다.
유튜브에서 한국, 중국, 대만, 홍콩 음악 파트너십을 총괄하는 이선정 상무는 "광고 기반인 기존 유튜브를 없애고 레드/뮤직만 런칭했다면 굉장히 큰 변화와 갈등이 생겼을 것"이라며 "이전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또 하나의 옵션을 제공하겠다는 뜻"이라고 부연설명했다.
부가세를 포함하면 약 1만원 정도 결제를 한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되는 유튜브 레드는 특히 주요 아티스트,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제작자들과 협업해 전용 콘텐츠인 '유튜브 오리지널'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에 첫 콘텐츠로 빅뱅이 출연하는 동영상이 공개된다.
함께 출시된 유튜브 뮤직은 기존 유튜브 앱에서 음악 관련 콘텐츠만 빼서 별도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이 앱에서 아티스트를 검색하면 인기 트랙 및 스테이션, 동영상, 앨범 등이 일목요연하게 표시된다. 공식 뮤직비디오와 앨범 외에 라이브나 팬들이 올린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이선정 상무는 "내 취향에 맞춰 음악 영상을 추천해주는 '나만을 위한 맞춤 뮤직 스테이션', 매일 가장 인기있는 음악을 소개하는 '오늘의 유튜브 뮤직 추천' 등 나만을 위한 음악 큐레이션과 최신 인기 음악을 두루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유튜브 레드를 유료 구독하는 사용자들은 레드에서와 마찬가지로 광고없이 뮤직앱을 이용할 수 있으며, 콘텐츠 다운로드, 백그라운드 재생 등을 지원한다.
유튜브는 신규 가입자에 한해 1개월 동안 무료로 유튜브 레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내년 '빅뱅' 콘서트 외엔 독점 콘텐츠 계획 없어
사용자들이 돈을 내고 유튜브를 이용할 것인가에 대해 업계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유튜브 레드가 성공하기 힘들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콘텐츠를 유료로 서비스하는 모델 중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근거로 꼽는다.
하지만 광고 기반 무료 모델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유튜브 레드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광고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유통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데다 유튜브 공짜 서비스 역시 광고를 뛰어넘지 않고 30초를 모두 봐야 광고료를 받을 수 있는 등 제약이 많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유튜브 레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긴 쉽지 않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로 한번쯤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도 힘을 얻고 있다.
결국 핵심은 유료 모델에 대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얼마나 돈을 내고 볼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가에 달렸다.
이날 유튜브는 내년 여름 전까지 빅뱅이 주인공인 동영상 콘텐츠를 유튜브 레드를 통해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을 주고 볼만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체감하기 힘든 실정이다.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계획에 대해 아담 스미스 부사장은 "빅뱅이 출연하는 콘텐츠 외에는 아직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선정 상무는 "국내서도 다른 여러 파트너들과 콘텐츠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봐야한다"고 부연설명했다. 빅뱅 외에도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파트너십을 할 생각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이나 방식 등에 대해서는 모호한 답을 내놨다.
■ 좀 더 치밀한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있어야
콘텐츠 제작자 혹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유튜브 레드는 광고 이외에 또 다른 수익원인 것은 분명하다. 이날 참석한 아이코닉스 최종일 대표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도 다양하게 사용자들과 만날 수 있게 돼서 반갑다"며 "이전까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광고를 시청해야했던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새롭게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티TV라는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자 MCN 샌드박스네트워크를 운영 중인 나희선 이사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일반 광고 수익 외에 유튜브 레드를 통한 수익이 따로 잡히는 만큼 내 콘텐츠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되고,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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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 유튜브는 지난해 대비 한국서 업로드한 콘텐츠의 시간이 11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 사용자의 시청시간도 65%가 늘었다. 지난달 기준 국내 유튜브 채널 가운데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채널도 50여개, 10만 구독자를 넘은 채널이 600개라는 점도 그동안 국내 시장에서 유튜브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유튜브의 성장과 별개로 유튜브 레드가 까다로운 국내 사용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