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머신러닝 연구와 자동화 분야 연구에 집중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는 교통을 포함한 많은 분야의 자동화 시스템에 대한 잠재성을 높게 보고 있다.”
애플이 지난 11월 22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제출한 서류 중 일부다. 이 내용을 토대로 애플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차 또는 자율주행 기술 솔루션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4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씨넷 등 주요 외신을 통해 공개된 이 서류는 애플 통합 상품 디렉터인 스티브 케너 명의로 작성됐다. 이는 애플이 IT 및 자동차 업체들의 기술 개발 현황을 제출해야 한다는 NHTSA 지침에 따른 것이다. (▶애플 NHTSA 제출 셔류 원문 바로가기)
5쪽 분량 서류를 직접 살펴보면, 애플이 스스로 언제까지 자동차를 만들고 출시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이 언급이 안됐다. 자율주행차 스스로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잠재성(potential)에 대한 애플의 입장이 많이 언급됐다.
케너 이사는 “NHTSA 지침에 충분히 따른 자율주행차는 사용자 경험을 훌륭하게 증대시킬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다”며 “자율주행차는 해마다 발생할 수 있는 자동차 추돌사고와 희생자를 방지시킬 수 있는 훌륭한 교통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애플은 자율주행차 개발시 필요할 윤리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NHTSA가 국제유럽경제위원회(UNECE), G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함께 자율주행차에 대한 일관된 접근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완성차 안만든다”는 삼성의 행보와 비슷한 애플
애플이 NHTSA 서류를 통해 이같은 입장을 낸 것은 “완성차를 만들지 않겠다”는 삼성전자의 입장과 비슷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직접 차를 만들 수도 있다는 정황이 포착된 시기는 지난해 9월부터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오는 2019년을 목표로 전기차를 출시할 수 있다는 보도를 내놨기 때문이다. 이같은 진행상황은 ‘타이탄(Titan)’ 또는 ‘열정 프로젝트(Committed Project)’로 불러져 왔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전기차 개발을 위한 애플의 내부 인력이 6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체 차량 생산을 위해 애플이 자동차 업계 출신 임원을 데려온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전기차를 직접 만들겠다는 애플의 움직임 또는 정황은 올해초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2년넘게 타이탄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올해 1월 퇴사했고, 애플카 제작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던 다임러와 BMW가 지난 4월 협상 결렬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0월 17일 보도에서, 애플이 최근 자동차 관련 수백명의 인력을 해고하고, 전기차 개발 대신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더 이상 이같은 상황에서 차량 개발에 나설 수 없다는 애플 내부의 판단으로 보여진다.
애플 서류는 삼성전자가 지난 21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진행한 하만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린 후 하루만에 NHTSA에 제출됐다. “완성차를 직접 만들지 않고 스마트카 관련 1차공급자(티어 1) 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입장이 삼성전자로부터 나오자, 애플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NHTSA 서류를 삼성전자 간담회 시기에 맞춰 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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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현재 드론을 띄워 자체 지도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도로의 신호등과 공사현황 등을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타 업체들이 자동차를 활용해 도로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 드론이 더 빠를 수 있다는 내부 분석이다.
애플은 이같은 시스템이 자동차 내비게이션 품질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자동차 업체에 탑재된 카플레이에는 애플이 순수 제작한 지도를 활용한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애플이 자율주행차 솔루션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이에 맞춘 신형 카플레이 시스템도 출시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