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를 이용하면) 고객들이 고마워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이뤄질 것입니다. 고객이 청약저축을 들고 나서 기간이 지났으니 아파트 관련 정보를 주는 것은 어떨까, 자동차용 대출 상품에 가입했으니 1년 지나면 자동차 관련 어떤 정보가 필요할까 등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은행 업무에 빅데이터가 접목되면서 서비스가 크게 진화할 전망이다. 은행의 정보 분석은 1990년대 데이터베이스 마케팅에서 출발해 2000년대 고객관계관리(CRM)으로 발전했다. 2010년대 빅데이터가 등장하면서 정보 활용 영역은 CRM, 상품·서비스 개발을 넘어 이종산업 제휴, 내부업무 효율화로 넓어졌다. 은행은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상품 정보에 이기종 정보까지 활용하며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백홍근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본부장은 22일 서울 광화문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린 금융결제원 창립 30주년 기념세미나에서 ‘빅데이터 기반 디지털뱅킹 혁신’을 주제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은행 업무의 변화를 진단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마케팅본부 내 빅데이터팀을 격상시켜 빅데이터센터를 신설했다. 빅데이터센터에는 현재 14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은행 내부에 모여있는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 구성원의 이력은 다양하다. 정보 분석 전문가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절반이고 국문, 사회, 심리학 전공자들도 포진해 있다. 백 본부장은 “문제의 본질을 보는 것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도 할 수 있지만 인문의 감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현업의 요구사항을 받아 분석하는 업무를 한다. 백 본부장은 “업무 담당자들이 궁금해하거나 신기해하는 것들을 분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령 업무담당자들은 기온이 어느 정도 내려갔을 때 내점 고객 방문량의 감소가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하기도 한다. 또 어떤 담당자는 아침에 펀드상품을 가입시키면 그 날은 펀드가 유난히 잘 팔리는데 이같은 정보의 상관관계를 묻기도 한다. 빅데이터센터는 정보 분석을 통해 데이터의 의미를 찾아내고 있다.
최근에는 며칠씩 걸리던 정보 분석 과정이 기술의 발달로 실시간으로 가능해졌고 비정형 정보 분석도 할 수 있어 분석 대상의 범위가 넓어졌다. 백 본부장은 “고객 음성 데이터는 텍스트로 바꿔 분석하고 이를 다시 고객 응대에 활용한다”며 “이런 활동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석 정보들은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도 활용된다. 과거에는 1년에 한번 시장조사를 하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상품 개발을 했지만 이제는 핀테크 기술을 이용해 시장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됐다. 가령 미국 대선 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금융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들의 걱정은 무엇인지, 펀드 마케팅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를 계량적으로 분석해낼 수 있다.
신한은행은 빅데이터를 접근하는데 있어 하듑이나 맵리듀스와 같은 기술보다는 정보 자체의 의미 측면으로 접근하고 있다. 백 본부장은 “빅데이터 방향은 기술 요소에 대한 얘기가 많은데 이를 이해할 수 없어서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며 “우리가 할 일은 문제를 규명하고 해결방법은 찾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또 빅데이터를 전사적인 관점에서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 빅데이터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모든 부서가 정보 분석은 해야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빅데이터 분석의 정보와 관련한 상당 부분의 업무를 해당 부서에 맡기기도 한다. 백 본부장은 빅데이터 분석의 문화를 만들고 정보에 접근해 의미를 도출하는 업무에 대해 “장기적인 일”이라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리테일 고객 개인별 주거래화 수준을 측정하는 ‘리테일 고객 주거래지수 모형’을 만들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모형은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과 협력해 개발했으며 은행 외부 빅데이터까지 분석 역량에 활용할 계획이다.거래 규모 뿐만 아니라 거래 빈도, 정기적인 거래여부, 채널 이용 행태 등 거래 형태도 반영한 모형이다.
백 본부장은 “고객이 늘었는지 왜 늘었는지, 이 추세가 계속 가는지를 주기적으로 파악하도록 할 것”이라며 “비주얼 분석을 통해 사무실 모니터나 태블릿으로 실시간으로 정보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성향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500여개 카테고리로 분류했다. 직업, 생활수준, 예금, 대출 가입 현황을 통해 가입확률이 높은 상품을 회귀 분석했다. 분류한 항목별로 혜택이 많은 상품들을 분류해내고 이에 대한 순위를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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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은 이번 행사에서 어렵게 고객을 분석해내고 의미를 만들었지만 개인별로 맞춤화된 상품 판매가 안돼 왔던 이유에 대해 현실적인 어려운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백 본부장은 “그동안 영업현장의 문제는 고객과 팔아야 할 상품이 모두 많았다는 것”이라며 “여기에 본점에서 만들어 놓은 신상품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한테 가장 맞는 상품을 제안할 수 있는 영업자동화시스템(SFA)의 활용이 높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영업점 고객이 줄고 스마트폰을 이용한 서비스가 늘어나면 적용 걸림돌이 계속 없어질 것”이라며 “당장 재무적인 성과보다는 고객을 위해 고민하면 앞으로 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