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이세돌 9단을 상대로 5전 4승 1패한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만든 영국 딥마인드를 일찌감치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윈도10에 음성인식 비서 '코타나'를 통합했다. IBM은 자연어를 처리하고 의미를 이해하는 '왓슨'을 만들었다. 아마존은 음성으로 제어되는 스피커 제품에 사용자와 대화하는 비서 앱 '알렉사'를 탑재했다. 페이스북은 메신저용 챗봇 개발 플랫폼을 내놨다.
이처럼 AI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이 최근 AI기술로 인류와 사회에 기여할 방법을 찾는 조직을 결성해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9월말 '파트너십온AI'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비영리 컨소시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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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소개에 따르면 파트너십온AI 멤버들은 AI와 관련된 연구과제를 설정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연구결과를 오픈 라이선스로 출판할 예정이다. 윤리학, 공정성, 포괄성, 투명성, 프라이버시, 상호운용성, 인간과 AI시스템간의 협업, 기술의 신뢰성과 확실성과 견고성 등이 주제로 다뤄진다. AI기술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그걸 활용했을 때 야기될 사회적 우려를 덜겠다는 목표다.
다만 실제 활동 계획이나 다른 AI관련 단체와의 협력 방법 및 성격은 다소 불분명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유가 있었다. 그간 IT거인들의 AI분야 경쟁 초점은 연구성과 쪽에 쏠려 있었지만, 이미 그 중심은 실용화를 통한 사업 실적과 시장에서의 경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다. 명분이야 좋지만, 각자의 미래 전략과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을 놓고, 구체적인 내용에 한 목소릴 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구글, MS, 아마존, IBM, 페이스북)는 파트너이자 치열한 경쟁자"
컨소시엄 창립멤버 중 한 곳인 MS의 연구조직 핵심 임원이 3일 서울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은 상황을 직접 언급해 눈길을 끈다. MS리서치에서 비공개 프로젝트 담당조직인 넥스트(NeXT)의 수장인 피터 리(Peter Lee) 총괄 부사장의 발언이다.
"파트너십온AI 컨소시엄의 활동은, 컨소시엄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알다시피 컨소시엄 멤버들이 파트너인 동시에 치열한 경쟁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민감한 사안이다. …"
컨소시엄 출범 당시 공개된 목표는 다소 추상적이었는데, 이후 좀 더 구체화된 활동 계획이나 방향이 수립된 바 있느냐는 간담회 현장 질문에 리 부사장이 답한 내용 일부다. 답변 내용은 아직 회원사 5곳이 세부 목표 합의를 도출하진 못했단 얘기로 요약됐다.
나머지 이어진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회원사 저마다 주력하고 있는 사업 영역이나 그 추구하는 기술적 목표가 다를 수 있다. 이를 아우르면서도 각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정제된 표현으로 컨소시엄의 활동 계획과 방향을 정립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는 뉘앙스였다.
"… (컨소시엄은) 우리가 발전시키려는 AI기술이 앞으로 인류에 도움이 되고, 해롭지 않은 방향으로 균형있게 쓰이길 원한다는 공동의 이해에 기반한다. 이런 기반을 갖고, 우리가 달성하려는 일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에 합의하는 게 컨소시엄의 첫번째 할 일이다. 세계적인 기술 리더십을 가진 회사들이 AI를 긍정적으로 민주화하는 목적을 어떻게 표현할지 합의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파트너십온AI 첫 주제는 노동문제"
물론 연구 자체는 진행 중이다. 리 부사장은 다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학계 지원사업 등을 통해 AI를 윤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같은 주제를 다뤄 왔고, 파트너십온AI 컨소시엄에선 AI의 활용이 노동에 미칠 영향을 첫 연구 주제로 잡았다고 언급했다.
"모든 기술, 특히 강력한 기술은 유익하게도, 사악하게도 쓰일 수 있다. …(중략)… 컨소시엄에서도 윤리적인 결정을 어떻게 해나갈지 확립해 나가고 있다. 노동 관점에서도 접근한다. 자동화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 가능성이 있다. 컨소시엄에서 다룰 첫 주제가 노동이다. AI를 통해 자동화를 거치면 사람들의 노동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와 같은 내용이다."
그럼에도 대외적인 메시지를 만들어가는 방식 면에선 여전히 내부에서 조율이 필요한 분위기로 해석된다. 이는 컨소시엄이 아직 추가 멤버를 모집하지 않고 있는 배경과 연결된다.
여타 비영리단체는 출범 시점에 멤버 모집에 관한 정책과 규약이 함께 공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파트너십온AI는 아직 이런 정책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를 제외하면 창립멤버 기반은 미국에 있다. 미국 IT업체 위주로 굴러가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
■"신기술 빠르게 받아들이는 한국 문화 역할 크다"
한국이나 아시아권 등 미국 외의 지역에 있는 기업은 파트너십온AI 컨소시엄에 참여할 수 없는 걸까? 리 부사장은 컨소시엄이 방향성을 구체화한 이후 한국 회사들도 참여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으나 언제 그런 사례가 나올 지는 미지수다. 해당 답변을 아래에 옮겼다.
"우리는 소수 멤버로 출발하길 바랐기에 몇몇 미국 회사들이 모여 시작한 것이다. 그래야 컨소시엄의 목적과 준수해야 할 규율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립된 내용을 채택한 뒤엔 더 많은 기업들이 가입해 주길 바란다. 전세계에 중요한 기술을 제공하는 회사들이 한국에 있기에 중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한국의 문화적인 특성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이날 리 부사장은 간담회에 앞서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열린 '21세기컴퓨팅컨퍼런스' 첫 기조연설을 맡아 MS가 바라보는 AI연구의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AI가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로 발전돼야 하며, 이런 'AI민주화'를 실현하는 혁신과 성장동력을 준비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 메시지에 비중을 뒀다.
기조연설에서 리 부사장은 참석자들에게 FPGA 탑재 서버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컴퓨팅파워를 끌어올린 '프로젝트 캐터펄트'와 저전력으로 운영 가능한 해저 데이터센터 기술 실험 '프로젝트 나틱' 등 하드웨어 인프라 발전을 위한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최근 공개한 스카이프 트랜슬레이터가 음성인식과 음성언어 데이터 기계학습을 활용해 발전시킨 음성언어 실시간 번역 기술을 제품화한 사례로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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