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개발하겠다는 애플의 꿈이 1년여만에 좌절됐다.
블룸버그는 17일(미국시각) 애플이 최근 자동차 관련 수백명의 인력을 해고하고, 전기차 개발 대신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이같은 결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상황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전기차 개발 목적의 ‘프로젝트 타이탄’은 1년 넘게 어떠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이 때문에 2년여 넘게 프로젝트를 이끌던 스티브 자데스키가 지난 1월 퇴사했고, 애플카 협업에 관심많던 다임러와 BMW는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데이터 구축 서비스 구축에 대한 서로간의 이견이 컸기 때문이다.
애플은 ‘프로젝트 타이탄’ 실현을 위해 오스트리아 유명 자동차 생산 및 엔지니어링 업체 마그나와 손을 잡았고, 미국 등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자체적으로 설립할 움직임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도 큰 효과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자율주행 기술 전념’ 애플, 구글같은 행보 보이나
업계에서는 블룸버그의 이같은 보도가 신빙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사를 작성한 마이크 걸만 블룸버그 기자가 애플 내부 상황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씨넷, 더 버지 등 주요 IT 매체들도 블룸버그의 기사를 인용해 애플의 자동차 개발 움직임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애플은 자율주행차 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남아있는 자동차 관련 인력을 재조정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를 직접적으로 개발하기 보다는 보다 첨단화된 자율주행 기술 또는 솔루션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이같은 애플의 움직임은 앞으로 구글과 많이 비슷해 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자동차를 직접 만들기 보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나타낸바 있다.
필립 저스티스 구글 중앙 및 동유럽 담당 디렉터는 지난해 9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이 자동차 제조회사가 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기존 자동차 업체와 협력해 자체 자율주행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존 크라프칙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 CEO도 차량 자체를 직접적으로 만드는 것보다 기술 개발에 더 초점을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지난 1월 12일 미국 오토모티브 뉴스 주최 월드 콩그레스 행사에서 “우리 혼자서 자동차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가 없다”며 “구글은 자동차 관련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자율주행차 개발 등의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구글은 지난 5월 크라이슬러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크라이슬러의 대표 미니밴 100대가 구글 자율주행차로 쓰인다는 것이 협약의 핵심내용이다.
애플은 아직까지 이렇다할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 파트너를 발표하지 않았다. 구글과 달리 자동차 개발에 있어서 ‘신비주의 전략’을 취하는 모습은 여전하다.
하지만 애플의 ‘신비주의 전략’은 내년말부터 풀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애플 내부 임원진들이 자동차 관련 부서 팀원에게 내년말까지 자율주행 기술 가능성과 사업계획 등을 확정지으려는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지침이 마련되면 애플은 구글처럼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을 위한 사업 협력 파트너를 찾아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 완성차 업계 견제 버틸까
그러나 애플에겐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있다. 바로 완성차 업체 견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애플은 완성차 업체로부터 끊임없는 견제를 받아왔다. 미래형 스마트카를 만들겠다는 자체 움직임을 완성차 업체 관계자들이 곱지 않게 바라봤기 때문이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애플과 구글 등의 IT 업체들이 자동차 산업계에 진출하고 싶은 정황을 살펴볼 수 있다”며 “하지만 이같은 업체들이 자동차 개발에 선봉장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알워드 니스트로 벤츠 북미기술개발센터 CEO도 디터 제체 회장의 발언을 뒷받침해줬다.
그는 지난 6월 25일 미국 오토모티브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완전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는 구글은 우리 벤츠에게 겁을 주는 존재는 아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애플 대신 구글을 언급했지만, 애플 스스로도 자동차 개발에 능력을 보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댄 애커슨 GM 전 CEO도 애플의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지난해 3월 블룸버그 인터뷰를 통해 “내가 만일 애플의 주주라면 애플의 자동차 제조 사업 소식에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마진이 적은 중공업에 뛰어든다는 움직임에 의심을 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여간 자동차 분야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애플은 소중한 재원을 폭스바겐에게 내주고 말았다. 폭스바겐이 디젤게이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화 전략 부서 총괄 책임자로 자율주행차 전문가이자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요한 융바르트를 임명했기 때문이다. 벤츠 출신인 융바르트는 자율주행차, 전기차, 탤레매틱스 분야 개발을 총괄했기 때문에 애플이 놓쳐서는 안되는 인물 중 한명이었다.
관련기사
- 애플, 완성차 프로젝트 '타이탄' 대폭 축소2016.10.18
- 애플, 새 인공지능 연구팀장 영입2016.10.18
- 영국, 자율주행차 도로 주행 첫 테스트2016.10.18
- 호주, 자율주행차 보급시 연간 150억弗 부가가치 창출 전망2016.10.18
애플카 제작을 위한 애플의 미래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애플도 17일 블룸버그 보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애플은 자동차용 인포테인먼트 카플레이(CarPlay) 기술 홍보에 전념하고 있을 뿐이다. 지지부진한 애플의 자동차 관련 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