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피멍 드는 車업계...손실 '눈덩이'

현대·기아차, 한국GM 등 생산차질 10만대 넘어

카테크입력 :2016/08/30 11:35    수정: 2016/08/30 13:27

정기수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가 추투(秋鬪)로 이어지고 있는 노조의 파업에 몸살을 앓고 있다. 국내 최대 완성차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물론 한국GM도 올해 임금·단체 협상에서 노사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진통이 장기화되는 모양새다.

올해 국내 완성차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벌써 10만여대를 넘어섰다. 자동차산업이 다른 제조업과 달리 제작사 하나당 1천여개 이상의 부품사가 연계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피해는 더 크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업계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물량의 60% 이상이 수출길에 오른다"면서 "노조의 연례 파업은 수출 타격과 내수 침체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한국이 지닌 자동차 생산기지로써의 경쟁력을 상실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6년 현대차 노조 쟁대위 출범식(사진=현대차 노조)

당초 지난 25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예년과 달리 빠른 타결이 점쳐졌던 현대차 노사간 임금 협상은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하고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 잠정안은 78%가 넘는 압도적인 반대표로 부결됐다. 잠정안이 노조의 문턱을 넘지 못한 건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반대 이유는 예년과 달리 낮은 임금인상 폭이다. 사측이 협상 장기화에 따른 생산차질을 우려해 교섭 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임금피크제 확대' 카드까지 다시 거둬들였지만, 정작 사단은 다른 곳에서 비롯됐다.

올해 잠정안에는 임금 5만8천원 인상, 성과급 및 격려금 350%+33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지급 등이 담겼다. 인상 폭만으로만 따지면 최근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노조는 당초 올해 임금 15만2천5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금 지급을 요구했다.

해마다 요구안대로 모두 얻어내지 못한 점을 고려해도, 올해 잠정안의 내용은 지난해 임금 8만5천원 인상과 성과금 400%+420만원에 합의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낮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조합원들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경영실적 악화 추이를 감안한 인상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사진=현대차)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2012년 영업이익 8조4천406억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하고 있다. 2013년에는 전년 대비 1.5% 감소한 8조3천155억원, 2014년에는 9.2% 줄어든 7조5천500억원으로 감소세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5.8% 급감한 6조3천57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임금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14년 기본급은 9만8천원 올랐고 작년에도 8만5천원 인상됐다.

10년간 임금 추이를 살펴보면 현대차 근로자 1인당 평균 임금은 2004년 4천900만원에서 지난해 9천600만원으로 2배 가까이 수직 상승했다. 독일 폭스바겐(9천62만원)과 일본 토요타(8천351만원)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사의 올해 잠정안 내용을 보면 기본급과 성과급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고 해도 평균 1천800만원의 목돈을 손에 쥐는 수준"이라며 "이미 평균 연봉이 상단한 수준임에도 불구, 경영실적 악화를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요구는 공감하기 힘든 노조의 이기주의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이번 주내 재교섭에 임할 예정이다. 노사 모두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협상에 나설 예정이지만, 시일이 촉박한 데다 노조가 역대 최고 반대율로 잠정안을 부결시킨 점을 놓고 보면 향후 협상 추이를 쉽사리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조는 30일 중앙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추가 요구사항을 결정할 방침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올 들어 노조의 총 14차례에 걸친 파업으로 자동차 6만5천55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약 1조4천7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대차가 입은 역대 최고 파업 손실액수는 2012년의 1조7천48억원이다. 자칫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올해 최고 손실액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형제 계열사인 기아차 노사간 임금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25일 10차 교섭을 벌였지만 여전히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노조가 지난 26일까지 진행한 총 7차례 파업으로 3만9천여대의 생산 차질을 빚어 7천억원 이상의 피해를 봤다. 노조는 지난 29일부터 재차 돌입한 부분 파업을 다음달 2일까지 5일 연속 이어갈 예정이다.

한국GM 노조 쟁대위 출범식(사진=한국GM 노조)

지난 2년간 무분규 타결을 이끌었던 한국GM 역시 지난 29일까지 총 12차례 부분파업으로 1만대에 육박하는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한국GM 노조는 29일에 근무조별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30일에는 조별 2시간씩 총 4시간 부분파업을 한다. 이후 쟁대위를 열고 향후 파업 일정과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노조는 올해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과 성과급 400%, 2018년까지 8조원 투자계획 이행 등 미래발전안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7만원 인상과 성과급 400만원, 격려금 500만원 등을 제시한 상태다.

한국GM 역시 노사간 임금 인상에 대한 입장 차와 근무시간 단축을 놓고 이견이 커 접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GM은 최근 몇 년간 인건비 상승과 수출 감소가 맞물려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 순손실 3천43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9천868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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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의 경우 아직 협상 타결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노조의 파업 없이 임금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 측은 기본급 7만5천원 인상과 SM6 성공 성과금 및 QM6 출시 격려금, 임단협 타결금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이르면 이번주 내 협상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26~27일 치러진 올해 임단협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61%의 찬성률로 가결되며 국내 자동차업계 최초로 2016년 임단협 협상을 일찌감치 마무리했다. 7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올해 9년 만에 상반기 흑자를 실현했지만 쌍용차 노사는 ▲기본급 5만원 인상 ▲생산 장려금 400만원 지급 ▲고용안정을 위한 미래발전 전망 협약 체결 등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