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RM, LG 스마트폰 두뇌 만든다

ARM 아키텍처로 인텔 파운드리, LG 10나노 AP 내년 양산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16/08/17 12:41

인텔이 LG전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든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천명한 인텔이지만, 설계 지적재산권(IP)만으로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을 거느린 인텔에 대항한 ARM과 맞손을 잡았다. ARM의 아티산(Artisan) 설계 IP를 바탕으로 인텔이 파운드리(위탁생산)을 맡기로 합의하면서 이뤄진 결과다.

스마트폰 시대에 들어 더욱 심화된 퀄컴 위주의 모바일 칩셋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의 신호가 나온 셈이다.

인텔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 센터에서 열린 자사 개발자 포럼(IDF 2016)에서 ARM의 IP를 활용한 10나노 파운드리 공정으로 LG전자 스마트폰에 쓰일 모바일 시스템온칩(SoC)를 내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PC와 서버 시장의 강자와 모바일의 새로운 강자로 여겨진 인텔과 ARM의 협력이 무엇보다 주목되는 부분이다. 서로 겹치는 시장을 두고 크게 싸우지는 않았지만 앙숙이라고 불리는 관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눈길을 끈다.

먼저 눈여겨 볼 점은 인텔이 10나노미터 공정의 제조라인을 회사가 밀고 있는 X86이 아니라 ARM과 같은 써드파티 반도체 회사에 제공했다는 것이다.

인텔은 지난 2010년 아크로닉스반도체를 시작으로 22나노 공정 기반 커스텀 파운드리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파운드리 고객을 늘리려는 전략을 줄곧 펴왔지만 실제 반도체 제조 능력에 대비해 파운드리보다는 자사 칩셋 생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이날 여러 반도체 회사의 생산을 맡아주겠다고 설득해 왔는데 ARM이 이에 응답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다시 발을 들이게 됐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인텔과 ARM의 협력이 모바일 SoC 파운드리에 이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인텔은 데이터센터와 사물인터넷(IoT) 중심으로 사업을 개편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IoT 분야는 저전력 컴퓨팅의 대표 사례로 인텔과 ARM의 입맛에 딱 맞는 시장이란 점이 향후 관전 포인트다.

스마트폰 사업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LG전자는 인텔과 ARM의 협력에 따라 다음 제품 개발에 자연스레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 최신 스마트폰은 14~16나노 공정 기반의 AP를 사용중이다. 내년 이후에 나올 차기 아이폰이 10나노 공정에 별도 패키징 방식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G전자는 10나노 AP 스마트폰 출시 예정이 양대 반도체 회사의 발표에 따라 확정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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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의 모바일 SoC 파운드리 사업 청사진이 명확해지자 삼성전자나 TSMC와 같은 대형 파운드리 회사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모바일 시장 대형 고객인 애플의 부품 공급망 선택지가 다변화됐기 때문이다.

한편 인텔은 10나노 공정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쓰지 않고 있다. 7나노 공정의 경우 EUV 도입을 고려중이지만 당장은 계획이 없다는 뜻을 드러내자, EUV 장비 공급을 사실상 전량 맡고 있는 ASML의 주가는 이날 미국 시장에서 3.5% 하락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