뻣뻣했던 폭스바겐, 뒤늦게 고개 숙였지만…

"단순 실수" 해명에 정부는 "강력 행정 처분"

카테크입력 :2016/07/25 16:16    수정: 2016/07/25 18:08

정기수 기자

배출가스 조작으로 국내 소비자들을 속여 온 아우디폭스바겐이 결국 정부 당국으로부터 판매정지 등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특히 아우디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파문 후속 대책과 관련, 미국에서는 약 17조9천억원에 달하는 배상안에 합의해 놓고도 한국에서는 법적 규정을 빌미로 보상 책임을 미뤄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형 로펌 2곳을 법무대리인으로 선정하는 등 한국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웠으나, 돌연 딜러들에게 25일부터 자발적으로 행정 처분이 예고된 모델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히며 한 발 물러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더 이상 정부의 심기와 악화된 여론을 건드려 봤자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유독 국내 시장에서 뻣뻣하게 고개를 세워왔던 아우디폭스바겐이 뒤늦게 자세를 낮추고 대응에 나섰지만, 예고된 정부의 행정 처분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의 추락 역시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 열린 배기가스 시험성적서 조작 청문회에 출석한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 대표(오른쪽)와 정재균 부사장(사진=뉴스1)

25일 오전 인천 서구 국립환경과학원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 인증 조작관련 환경부 청문회가 1시간 10여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날 소음·배출가스 시험조작 혐의에 대해 "실무선에서 일어난 단순한 서류 실수"라며 해명했지만, 환경부는 인증서류 조작은 정부의 인증 제도를 흔드는 중대 사안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광장과 김앤장 등 소속 법무대리인으로 구성된 변호인단을 통해 서류상 부분적 실수를 인정하면서 환경부의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배출가스 불법 조작 혐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완강히 부인했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청문회를 마친 뒤 "사측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고 선처를 부탁했다"며 "나머지 사항들은 환경부와 협의해 해결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 해명이 기존 주장에 번복에 불과하다고 판단, 예고된 행정처분을 밀어불일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수 교통환경연구소장은 "폭스바겐은 배출가스에는 문제가 없었다. 서류에서 부분적으로 실수가 있었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배출가스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니 행정처분의 선처를 부탁한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해왔던 주장과 큰 차이가 없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이날 청문회에서 환경부 배출가스 공식인증 이후 이뤄지는 사후관리, 즉 수시 검사나 결함 검사 등에서 일부 차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내세워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최초 인증 시 배출가스 전반에 대한 서류 성적이 확인된 후 인증이 나가는 것이 제도의 기본적인 절차"이라며 "폭스바겐은 이번 사태가 인증서류 등의 단순 실수에 의해 비롯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정부의 인증제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관련법에 의해 행정처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이날 청문회 소명에도 이미 수 개월에 걸친 환경부 조사 및 검찰 수사를 통해 주요 차량의 인증 조작이 확인된 만큼, 정부의 행정처분이 바뀌거나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판매중지 등 환경부의 행정처분이 예고대로 실시될 경우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정재균 부사장은 "아직(법적대응 여부에) 대해 말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우선 정부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자사 딜러들에게 행정처분이 예고된 79개 모델을 25일부터 자발적으로 판매중단 한다는 이메일로 통보했다. 이에 따라 25일 이후에는 해당 모델의 매매 계약이나 신차 등록이 전면 중단된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해당 차량의 국내 판매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다만 환경부가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고 나선 만큼, 재인증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김 소장은 "재인증이라고 하는 용어(자체가)없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처음부터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한다"며 "기존 인증 절차와 동일하게 서류 검사를 하고, 문제가 예상되는 차종에 대해 실도로 주행은 물론, 정확한 임의설정도 포함해 검사가 이뤄진 다음 인증을 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앞서 지난 12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아우디, 폭스바겐, 벤틀리 등 34개 차종(79개 모델)에 대한 인증 취소 방침을 전달했다. 이 중 22개는 배출가스 시험성적을, 8개는 소음기준을 조작했다. 나머지 2개 차종은 배출가스와 소음 관련 인증서류를 모두 조작했다. 32개 차종 가운데 디젤 차종이 18개, 휘발유차종은 16개다.

환경부는 이번 사안과 관련 추가 청문회는 열지 않을 예정이며, 다음달 2일께 인증취소와 판매금지 등 행정처분 조치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인증 취소가 최종 확정되면 판매 정지는 물론, 28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차종당 최대 10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할 수 있다. 다만 과징금을 전체 매출액의 1.5~3%로 제한한다는 규정에 따라 최대 1천억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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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취소 대상 차량은 2007년 이후 우리나라에 판매된 7만9천여대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11월 배기가스 장치 조작으로 인증 취소된 12만5천515대를 합하면 지난 10년간 폭스바겐이 국내 판매한 30만대 차량 중 약 70%인 20만여대가 인증취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최근 자발적 판매 중지부터 이날 청문회에서 보여준 행태는 정부와의 갈등 완화는 물론 부정적인 여론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행정처분이 임박한 시점에서 정부의 처분 수위나 소비자들의 성난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늦은 감이 있어 별 다른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