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그룹 내 비(非) 자동차 계열사에 대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책임 경영을 이어오던 두 사람의 등기이사 사퇴를 놓고 업계에서는 자동차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지비의 등기이사직에서 각각 지난 5월 16일과 17일 사임했다. 앞서 정몽구 회장도 지난 3월 25일 현대엔지비의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 바 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 계열의 시스템통합(SI)업체다. 현대엔지비는 그릅 내 인재 발굴 역할을 해 온 산학협력 전문기업이다.
이로써 정 회장이 등기이사로 등재된 계열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파워텍, 현대건설 등 4곳이다. 정 부회장이 그룹 내 등기이사직을 맡은 곳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4곳으로 줄었다. 이번 사임으로 정 회장 부자가 함께 등기이사로 등재한 계열사는 현대차, 현대모비스 두 곳이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와 현대엔비지의 경우 자동차 사업과 다소 거리가 있는 계열사들"이라면서 "그룹 내 역량을 핵심 사업인 자동차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현대오토에버의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19.46%를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분을 팔아 얻은 자금으로 승계 작업의 실탄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의 그룹 승계를 위해서는 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16.9%)를 확보해야 한다.
관련기사
- 정몽구 父子 사내이사 재선임...책임경영 행보 가속2016.07.21
- '제네시스' 꺼내든 현대차, 정의선 체제 힘 싣는다2016.07.21
- 정의선, 현대차 주식 대량 매입...승계 가속화되나2016.07.21
- '쉬쉬'하지만…속도 붙는 정의선 승계2016.07.21
지난해 정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대오토에버 지분 전량(9.96%)을 690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 정 부회장의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당시 주식가치로 단순 환산하면 약 1천4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정 부회장이 그룹 내 6개 계열사 에 등기이사를 맡으면서 '과다 겸직' 지적이 있어왔다"며 "이같은 부분을 불식하고 핵심 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