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을 대표하는 청춘 키워드는 농구였다. 농구대잔치와 슬램덩크. 그리고 심은하, 장동건 등 청춘스타들이 출연했던 ‘마지막 승부’는 그해를 빛낸 콘텐츠였다.
6년을 더 거슬러 올라간 1988년은 서울올림픽을 빼놓곤 얘기할 수 없다. 그룹 코리아나가 불렀던 ‘손에 손잡고’란 올림픽 주제가는 그해 고등학생들의 기상 로고송이나 다름 없었다. 개막식을 빛낸 ‘굴렁쇠 소년’ 역시 그 해의 아이콘 중 하나였다.
tvN의 연작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런 콘텐츠를 잘 버무렸다. ‘추억팔이’란 비판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 시기를 겪었던 사람들은 날 것 그대로인 콘텐츠에 열광했다.
1994년 ‘오빠 부대’ 대표주자였던 문경은 선수가 뚱뚱해진 몸으로 등장하는 것 쯤은 애교로 넘길 수 있었다. 그 시기 대표 콘텐츠를 그 때 그 상황으로 다시 본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은 열광했다.
■ 스마트폰에서 부활한 포켓몬 고 파워
요즘 미국에선 ‘포켓몬 고’ 때문에 온 나라가 시끄러운 모양이다. 곳곳에서 텅 빈 들판을 미친 듯 뛰어다니고 있다고 한다. 포켓몬 사냥을 위해 금지 구역에까지 몰려들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고, 또 그들을 노린 강도 행각까지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스마트폰에 몰입해서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쯤 되면 ‘포켓몬 고 열병’이라고 불러도 크게 무리는 아닐 듯하다.
‘포켓몬 고’ 덕분에 닌텐도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콘솔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몇 년째 휘청대던 걸 일시에 털어버렸다. 여기저기서 증강현실(AR)의 힘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AR게임이란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PC나 게임기 화면, 혹은 만화 속에서나 보던 각종 몬스터들을 우리 주변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하지만 아무 캐릭터나 AR을 입힌다고 해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포켓몬스터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야 한다. 어린 시절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혹은 게임을 통해 푹 빠졌던 캐릭터였기에 가능했단 얘기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다. 여러분들이 '똘이 장군'이나 주먹대장이 되어서 현실 속에서 활약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니면 로봇 태권V는 어떤가? 이런 캐릭터를 현실 속에서 구현할 수 있다면? 그 시기의 추억을 간직한 많은 세대들이 열광하지 않을까?
■ 콘텐츠가 있어야 기술도 먹힌다
‘응답하라 1994’가 첫 회부터 화제가 됐던 건 당대 최고 아이콘(콘텐츠)들 덕분이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연세대 농구팀 등은 그 무렵에 청소년기를 보낸 계층들에겐 ‘희미한 옛 추억의 그림자’였다.
후속작인 ‘응답하라 1988’이 주인공 혜리를 올림픽 개막식 피켓걸로 등장시킨 것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올림픽이란 그해 최고 콘텐츠를 최대한 잘 소비하려는 장치였다. 살짝 유치하더라도 충분히 공감할만한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의 성공도 그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AR을 기반으로 한 최고의 O2O 상품이란 분석만으론 부족하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의 코드를 건드릴 콘텐츠가 있었기에 사상 유례없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관련기사
- '포켓몬 고 열풍'의 명과 암2016.07.13
- 포켓몬 고, '콘텐츠+AR 전략' 통했다2016.07.13
- 포켓몬 고, 美서 하루만에 틴더 제쳤다2016.07.13
- '포켓몬 고', 폭발적 인기에 글로벌 출시 지연2016.07.13
‘포켓몬 고 열풍’은 기술과 콘텐츠의 행복한 결합이 만들어낸 한 편의 멋진 드라마였다. 물론 둘 중에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훨씬 더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그게 ‘응답하라’ 시리즈와 ‘포켓몬 고 열풍’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다. “다시 문제는 콘텐츠다”는 조금은 뻔한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