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큰 인기를 끈 르노삼성자동차 'SM6'와 한국GM '신형 말리부'가 국내 중형세단 시장 지각변동의 신호탄을 쐈다. 작년까지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독주하던 시장 구도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아직까지는 쏘나타가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이전과 달리 절대강자의 면모는 아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M6는 지난달 7천27대가 판매돼 쏘나타(8천768대)에 이어 국산 중형세단 판매 2위 자리를 4개월째 수성했다. 지난달 쏘나타의 택시 및 렌터카 등 법인용 판매량(1천934대)을 제외하면 사실상 1위다. 올 3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SM6의 4개월간 누적 판매량은 2만7천211대에 달한다. 월평균 6천800대 꼴이다.
르노삼성이 세운 SM6의 올해 연간 판매 목표(6만대)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판매 추세를 이어갈 경우 최대 7만대 판매도 가능하는 게 업계 관측이다. 상위 트림의 고급 옵션 신청률이 쇄도하면서 초반 부품 수급에 다소 차질을 빚었던 점을 감안하면, 부품 공급이 원활해지는 하반기 판매량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판매 초반 고급 트림에 주문이 몰리면서 부품 수급 문제를 겪었으나 최근 대부분 해소돼 공급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한 때 3~4개월에 달했던 고급 트림의 출고 대기기간이 지난달부터 점진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르노삼성은 이르면 다음달 SM6 디젤 모델도 시장에 선보인다. 이어 하반기에는 SM6의 택시 모델도 공급할 예정이다.
신형 말리부는 지난 5월 출시 첫 달 불과 10여일이 영업일 동안 3천340대(구형 300대 포함)의 판매고를 기록한 데 이어,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지난달에는 6천310대가 팔려 나가며 기아차 K5(4천875대)를 제치고 단숨에 시장 3위로 뛰어올랐다. 지난달 판매량은 전년동월 대비 무려 360.2% 급증한 수치다.
신형 말리부의 6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구형 모델 연간 전체 판매량(1만6천382대)의 60%를 상회한다. 이달 현재 출고 대기물량만 1만5천대가 넘는다.
수요가 점차 늘고 있는 2.0터보 모델의 경우도 최근 본사로부터 공급받는 물량이 늘어나면서 수급난이 개선되는 추세다. 창원 공장에서 엔진을 생산하는 1.5터보와 달리 2.0터보는 미국에서 파워트레인을 전량 수입해 공급한다.
한국GM 관계자는 "지난달 3개월에 달했던 대기 기간이 이달 현재 2개월 정도로 줄었다"면서 "부평2공장을 풀가동해 고객 수요에 대응한 물량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갈수록 대기 기간은 더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이달 중 신형 말리부의 하이브리드 모델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이 차는 1.8 SIDI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했으며 1.5㎾h 리튬이온 배터리가 조합됐다. 복합 연비는 17.1km/ℓ에 달한다.
쏘나타 역시 시장 선두 수성을 위해 반격에 나섰다. 최근 앞좌석 통풍 시트와 듀얼 풀 오토 에어컨 등 여름철 특화 선호사양들을 쏘나타 1.6터보 모델에 기본 적용한 한정판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차는 앞서 현대차는 지난 4월 2017년형 모델을 조기 투입하면서 '케어 플러스' 신규 트림을 내놓고 톡톡히 재미를 봤다. 실제 케어 플러스가 출시된 4월부터는 3개월 연속 8천대 이상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케어 플러스 트림이 쏘나타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달한다. 경쟁차량의 선택 품목을 분석, 합리적인 가격으로 보인 신규 트림이 주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2.0 가솔린 모델과 1.7 디젤 모델에 신설된 케어 플러스 트림에는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전방 주차 보조시스템(PAS), 열 선 스티어링 휠, 자외선 차단 앞유리 등 30~40대와 여성 고객들이 선호하는 사양을 대거 적용했다.
판촉도 강화했다. 이달 2016년형 쏘나타를 구입하는 고객은 차량 가격의 7% 할인받거나, 차값의 30%만 미리 내면 '5년(60개월) 무이자' 할부로 살 수 있다.
쏘나타는 올 상반기(1~6월) 4만4천548대가 판매돼 국산 중형세단 전체 판매량의 40%가량을 책임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11.5% 감소한 수준이지만, 여전히 7천대 중반 수준의 월평균 판매고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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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SM6와 신형 말리부 등 경쟁력 있는 신차가 시장에 가세하면서 국산 중형세단 시장이 제2의 부흥기를 맞고 있다"며 "치열한 시장 경쟁은 품질 개발과 선택 폭 확대, 판촉 강화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반길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국산 중형세단 판매량은 총 11만3천602대로 전년동기(9만1천770대) 대비 24% 늘었다. 특히 지난달 판매량은 2만7천411대로 전년동월 대비 60.8%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