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애플, 스트리밍 '반독점 전쟁'

"앱스트어 독점 남용 vs 인앱 규정 위반" 팽팽

홈&모바일입력 :2016/07/04 09:58    수정: 2016/07/04 10:4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음악 스트리밍 시장을 놓고 애플과 스포티파이가 격돌하고 있다.

지난 해 애플 뮤직을 선보인 애플은 새로운 스트리밍 업체 타이달 인수를 추진하면서 강한 확장 욕구를 드러냈다. 이에 맞서 스포티파이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고 엄포를 놨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스포티파이였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주 애플에 “iOOS 앱 새 버전 승인을 거부하는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경고했다.

다니엘 에크 스포티파이 최고경영자. (사진=씨넷)

■ 스포티파이 책임자, MS재직 때 EU 반독점 소송 지휘

스포티파이는 유료 가입자 3천만 명(3월말 기준)을 확보한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 반면 애플은 지난 해 중반 뒤늦게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들었다. 애플 뮤직의 유료 가입자는 1천500만 명으로 스포티파이의 절반 수준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애플 뮤직은 아직 스포티파이의 경쟁 상대가 못 된다. 하지만 애플은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 여기다 최근엔 또 다른 스트리밍업체 타이달 인수까지 추진하고 있다.

타이달은 가입자 수 420만 명으로 스포티파이 뿐 아니라 애플 뮤직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타이달은 마돈나,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등 유명 아티스트에 특화된 서비스에 강점을 갖고 있다. 애플 뮤직과 결합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낼 가능성이 많다.

애플의 앱스토어 불공정 관행을 문제 삼고 나온 스포티파이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은 건 이런 상황 때문이다. 표면적으론 앱스토어 관행을 문제 삼았지만 길게 보면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팽팽한 두뇌싸움이 시작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 법무팀을 이끌고 있는 구티에레즈는 마이크로소프트(MS) 출신이다. 특히 구티에레즈는 MS 재직 당시 EU와 반독점 소송을 진두지휘한 이력이 있다. 누구보다 미국과 EU의 반독점 규제 관행에 대해 정통한 인물이다.

구티에레즈는 애플이 보낸 공개 서한에서 “애플 뮤직 경쟁자인 스포티파이의 iOS 앱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샌 버내디노 사건 당시 미국 하원 청문회 증언 중인 브루스 시웰 애플 법무담당 부사장. (사진=씨넷)

이에 대해 애플 측 법무 책임자인 브루스 시웰도 반박하고 나섰다. 시웰은 지난 2일 “스포티파이가 최근 인앱 구매 기능을 제거하고 계정 가입 기능으로 대체했다”면서 “이는 애플의 인앱 구매 관련 규칙을 비켜가려는 의도다”고 주장했다.

시웰은 또 “우리는 게임, 전자책, 동영상 스트리밍, 디지털 음악 등 각 분야에서 애플과 경쟁 여부에 관계 없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스포티파이가 특별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 애플 측 주장이다.

두 회사가 팽팽하게 맞서면서 EU 등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과연 스포티파이는 EU의 조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EU가 애플에 대한 공식 조사에 나설 지 여부에 대해선 크게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반독점 규제 기관이 정치적인 의도를 발휘해 스포티파이에 유리한 쪽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을 지 여부다. 애플은 최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불리한 이슈를 몰고 다녔기 때문이다.

시장을 포식하고 있는 데다 탈세 의혹에 휘말린 점, 여기에다 샌 버나디노 사건 당시 연방수사국(FBI) 등의 요청에 정면으로 맞선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EU와 관련해서 더 큰 변수는 스포티파이가 유럽 기업이란 점이다.

애플 뮤직 서비스. (사진=씨넷)

두 번째는 스포티파이의 반독점 주장이 진지하게 검토할 가치가 있느냐는 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정치적 고려를 제외할 경우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기술 결함 등 다른 조건을 내세웠을 경우 공방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애플은 ‘인앱 결제’란 자체 기준 위반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굳이 경쟁사 차별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게 포스페이턴츠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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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문제 제기는 두 번째와 통한다. 누군가 서드파티 앱스토어 경쟁자룰 구축하려고 했는 데 애플이 그걸 막았을 경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스포티파이는 현재 그런 시도를 한 것으로 보긴 힘들다.

따라서 현재로선 애플이 반독점 행위를 했다는 뚜렷한 증거는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