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전자 업계에서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백색 가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그동안 수익성 악화로 미운오리 취급을 받던 생활가전 사업이 실적의 한 축을 책임지는 주요 사업군으로 다시금 자리매김했다.
국내 가전 업계 대표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가전 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혁신 가전' 경쟁도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패밀리허브 냉장고, 무풍에어컨, 애드워시와 액티브워시 세탁기를 비롯해 LG전자 트윈워시 세탁기와 얼음정수기 냉장고 등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스마트가전이 큰 인기를 끌었다.
윤부근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과 조성진 사장이 이끄는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깜짝 실적을 낸데 이어 2분기에도 호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전자 CE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5천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기준으로 지난 2012년(5천300억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실적이다. 셰프컬렉션 냉장고, 액티브워시와 애드워시 세탁기, 무풍에어컨, 2세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 등 혁신제품 판매 호조가 눈에 띄었다.
2분기에는 본격적인 에어컨 성수기를 맞아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초 출시된 무풍에어컨 Q9500이 4개월 만에 국내 판매 10만대를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호실적 달성에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CE부문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고가형 대형 TV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2분기는 에어컨 성수기에 스마트홈 트렌드에 따라 냉장고 등 백색가전 부문의 제품 믹스 개선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LG전자의 경우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홈어플라이언스&에어솔루션(H&A) 사업본부와 TV 사업을 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지난 분기 트윈워시 세탁기, 얼음정수기 냉장고, 오븐, 빌트인 주방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 1분기 각각 사상 최대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TV를 제외한 백색가전 이익률만 10%에 육박한다. 통상 국내외 가전 업체들의 평균 이익률이 높아야 5~6%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단연 눈에 띄는 수치다. TV 사업 역시 LCD TV 보다 수익성이 높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판매에 집중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여기에 LG전자는 지난 3월 올레드 TV, 냉장고, 세탁기, 가습공기청정기 제품군으로 이뤄진 프리미엄 가전 통합 브랜드인 'LG 시그니처'를 론칭하면서 국내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프리미엄 가전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전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혜 이외에도 트윈워시 세탁기, 상냉장 냉장고, 인버터 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에 따라 2분기에도 역사적 최고 수익성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선진국 수요가 양호한 만큼 하반기에도 수익성 하락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생활가전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북미 시장 5대 주요 생활가전(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오븐, 식기세척기)에서 16.6%의 점유율로 분기 기준 첫 1위에 올랐다. 전체 생활가전 시장을 아우르는 지표에서 한국 가전업체가 월풀 등을 제치고 분기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함께 2위 월풀(15.7%)과 3위 LG전자(14.0%)가 강력한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삼성 셰프컬렉션, LG 트윈워시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이 경기 하강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큰 힘을 냈다"면서 "점차 브랜드 싸움이 되어가고 있는 가전 업계에서 국내 업체들의 프리미엄 마케팅이 빛을 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생활가전 업계에서는 올해도 미세먼지가 큰 이슈였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먼지 공포가 확산되고 실내 공기질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도 점차 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대유위니아 등 국내 가전업체들은 물론 다이슨, 블루에어, 샤오미 등 해외 기업들도 초미세먼지 정화 기능을 앞세운 공기청정기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2014년 3천억원 수준이던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천억원까지 커졌다. 업계에서는 수년 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달 들어 한 방송사가 시중에 판매되는 공기청정기 5개 중 2개 제품의 필터에서 클로로메탈이소티아졸리논(CMIT) 계열의 성분 OIT(옥타이리소씨아콜론)가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국내 공기청정기 업계에 악재가 닥쳤다. 논란이 확대되면서 환경부가 공기청정기 필터는 물론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모든 필터 사용 제품에 대한 유해성 전수조사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가전업계는 자사 제품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중국 샤오미가 국내 업체와 공식 총판 계약을 체결하고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밥솥 등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생활가전 업계에 미칠 영향도 이슈로 꼽혔다.
그동안 보조배터리와 스마트밴드 등 2만원대 소형 주변기기가 열풍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TV와 스마트폰을 제외한 20만원대 생활가전 제품군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면서 업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2년 연속 마른 장마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에어컨과 제습기 업계는 올해 이른 불볕더위와 그동안 주춤했던 수요 등의 영향으로 올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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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등 주요 업체들의 에어컨 판매가 일찍부터 호조를 보이고 있고 업체들은 예년보다 빠른 4월 중순부터 생산라인을 풀가동하며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평균 180만대 수준이었던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2013년 200만대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14년과 지난해에는 마른 장마 영향에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 여파로 침체를 보이며 130~140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예년보다 무덥고 습할 것이라는 기상예보가 이어지는 만큼 3년 만의 에어컨 시장이 특수를 보이며 수요가 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