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 있는 ‘한 자리’는 삼성에겐 어떤 변수로 작용할까?
삼성과 애플 간의 디자인 특허소송 상고심 개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삼성이 1일(현지 시각) 준비서면(opening brief)을 접수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이번 공방은 2012년 1심 평결이 나온 삼성과 애플 간의 역사적인 특허소송 최종심. 1심부터 공방을 거듭했던 두 회사는 상고심에선 ‘일부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을 기준으로 배상액을 산정하는 것이 합당한지’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일 예정이다.
■ 진보 대통령 오바마, 보수법관 스칼리아 후임 지명권 행사
물론 삼성이 서면을 제출한다고 곧바로 공판이 시작되는 건 아니다. 미국 대법원은 통상 6월에 회기를 끝낸 뒤 하계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공판은 10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삼성은 애플의 특허권과 배상액 산정 기준 두 가지 모두에 대해 상고를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1월 배상액 산정 기준 관련 부분만 상고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두 회사 상고심은 미국 특허법 289조 해석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디자인 특허 침해로 3억9천900만 달러 배상금을 부과한 근거 조항이기 때문이다. 3억9천900만 달러는 전체 배상금 5억4천800만 달러의 약 73%에 달한다.
"디자인 특허 존속 기간 내에 권리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중간 생략) 그런 디자인 혹은 유사 디자인으로 제조된 물건을 판매한 자는 전체 이익 상당액을 권리자에게 배상할 책임이 있다." (미국 특허법 289조)
이처럼 미국 특허법 289조는 디자인 특허 침해 때 전체 이익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삼성과 애플 간 특허소송 상고심에선 이 법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그런데 두 회사 상고심을 앞두고 변수가 생겼다. 미국 대법원 판사 중 대표적인 보수파로 꼽히는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지난 2월 돌연 사망한 때문이다.
미국 대법원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번 임명되면 종신 근무하는 것이 미국 대법원의 전통. 그러다보니 대법관들은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대통령에게 지명권을 주기 위해 은퇴 시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현재 8명 남은 대법관들은 공화당 대통령 지명자와 민주당 출신 대통령 지명자가 반반씩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스칼리아 대법관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 진보로 기운 대법원, 삼성엔 어떤 영향 미칠까
이번처럼 의회가 제정한 법을 뛰어넘는 해석을 할 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항에선 특히 진보와 보수 법관에 따라 판단 범위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지명으로 대법관이 된 안토닌 스칼리아는 대표적인 보수 율사로 꼽힌다.
스칼리아 대법관 사망 직후 공화당 측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대법관 지명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곧 물러날 대통령이 대법관을 지명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였다.
하지만 속내는 다른 곳에 있다. 오바마가 보수 대법관인 스칼리아 후임 법관을 지명할 경우 대법원의 전체 기조가 진보 쪽으로 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공화당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 3월 지명권을 행사했다. 하지만 오바마는 진보 법관 대신 중보파로 꼽히는 에릭 갈랜드 연방순회항소법원장을 스칼리아 후임으로 지명했다.
상고심을 앞두고 본의 아니게 대법관 교체 이슈를 맞이하게 된 삼성과 애플로서도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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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중도 성향의 갈랜드는 대표적인 보수 대법관 스칼리아의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을까? 현재 대선 정국을 맞고 있는 미국 정가엔 이 부분이 또 다른 관심사다.
하지만 이 이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삼성과 애플 간의 6년 특허 전쟁에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마지막 승부를 앞둔 두 회사 변호인들 입장에선 ‘심판 교체’란 뜻 밖의 사태가 상고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를 놓고 벌써부터 주판알을 튕키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