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오라클에 30억달러(약 3조6천억원) 규모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5년전 오라클이 HP의 인텔 아이태니엄 칩 기반 유닉스 서버 시스템에 제공하던 소프트웨어 지원을 일방적으로 중단함에 따라 발생한 손실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미국 지디넷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HPE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고등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오라클은 HP에 대한 계약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신의를 저버린 행동을 저질렀다"며 "HP 아이태니엄 하드웨어 매출을 오라클의 썬 서버 쪽으로 몰아오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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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E로 분할 전 HP는, 인텔과 협력해 2001년 아이태니엄 칩을 내놨다. 이 칩을 사용한 서버를 델과 IBM도 팔았지만 이들은 곧 그 사업을 중단했다. 사실상 HP가 유일한 아이태니엄 기반 유닉스 서버 제조사로 남았다. 그리고 오라클은 아이태니엄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공급하는 파트너 역할을 맡아 왔다.
HP의 아이태니엄 서버 사업은 당초 인텔과 HP의 기대만큼 부흥하지 못했지만, 이후 2010년 오라클은 HP가 그 사업을 중단할 때까지 해당 제품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그런데 오라클은 2011년 3월 일방적으로 아이태니엄 서버용 소프트웨어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인텔 아이태니엄 칩 로드맵이 불투명해 HP가 그 사업을 결국 접을 거라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HP는 오라클의 일방적인 지원 중단 통보로 아이태니엄 유닉스 서버 사업에서 40억달러 손실을 입었다며 오라클을 고소했고, 2012년 8월 1심에서 승소했다. 오라클의 항소 신청도 2013년 2월 기각됐다. 다만 HP에게 오라클로부터 배상금을 얼마나 받아야 할 것인지는 확실히 마무리되지 않았다.
HP와 오라클의 관계는 소송 이후 한동안 냉각기였다가 2014년 3월 오라클이 HP에 공식파트너 등급을 부여하면서 과거를 청산한 듯 싶었으나, HP가 HP인코퍼레이트와 HPE로 회사를 분할한 뒤 해묵은 문제를 상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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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된 미국 USA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HPE가 이번에 배상을 청구하며 내건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애초 오라클이 아이태니엄 서버 쪽 사업을 버리려고 한 시점은 지난 2009년 4월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즉 오라클은 일부러 썬 인수를 통해 확보한 자체 하드웨어 사업을 키우려고 아이태니엄 지원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당시 HP 아이태니엄 고객사들에게 큰 불확실성을 안겨, 해당 사업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해를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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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한 오라클의 반박 논리는 다음과 같다. 오라클은 지난 2012년 패소한 뒤 HP 측에 취해야 할 법적 의무를 다 했다. 법적 의무는 오라클이 2011년 3월 중단을 선언한 아이태니엄 서버용 소프트웨어 개발과 지원을 재개하는 것을 가리킨다. 실제로 오라클은 2012년 9월 "아이태니엄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속하라는 법원 명령에 따라 데이터베이스 최신 버전과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중단 선언 1년 6개월만의 번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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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시 HP 측은 아이태니엄 서버 사업 담당 조직인 '비즈니스크리티컬시스템(BCS)' 부문의 회계 3분기(2012년 8월 마감) 매출이 전년대비 16% 감소했다고 밝혔다.
HP의 1분기(2012년 2월 마감) 매출은 전년대비 27% 감소, 전년도 4분기(2011년 11월 마감) 매출은 23% 감소했다. 서버 시장 선두 업체 HP의 유닉스 사업이 쪼그라들면서 전체적인 유닉스 시장 규모도 축소됐다. 어느 정도 기업 IT담당자들이 유닉스 대신 x86 기반 서버를 고려하게 만든 걸로 해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