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패권 IPTV로 넘어간다지만…

[임유경의 크로스미디어]케이블TV 전철 우려

방송/통신입력 :2016/05/27 15:15    수정: 2016/05/3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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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진짜 IPTV가 대세네요?”

“글쎄요. 삼성전자 스마트TV에 방송 채널들이 인터넷으로 방송을 공급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이버 같은 대형 인터넷 IT업체들이 방송 채널을 묶어서 인터넷, OTT, 스마트TV에서 제공하면 어떻게 될까요? 케이블TV든 IPTV든,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설 자리가 없어 질 수도 있어요."

최근 한 방송업계 관계자와 나눈 대화다.

물론 현행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까지 꼼꼼히 따져보면 불가능한 얘기일 수 있지만, 기술의 발전과 시장 상황에 따라 제도가 바뀔 수도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미 방송 기술의 발전, 시장의 변화로 실제 이같은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케이블TV업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블TV 산업은 이제 벼랑 끝에 서 있다. 2010년 3월 1520만명에 이르던 케이블TV 가입자는 꾸준히 이탈해 2016 3월 현재 1443만명으로 줄었다. 가입자 이탈은 방송 수신료는 물론 홈쇼핑 채널 송출 수수료에 영향을 줘 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2014년 매출은 2조3462억 원으로 전년 2조3792억 원보다 1.4%줄었다. 케이블 출범이후 최초 역성장이다.

케이블TV 시장이 이처럼 휘청대고 있는 반면에 IPTV는 훨훨 날고 있다. 2009년 출범 이후 7년만에 가입자 1300만명을 넘어서며 21년 역사의 케이블TV를 코앞까지 추격했다. 자본력을 바탕으로한 공격적인 마케팅과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앞세워 경쟁우위를 점한 덕이다.

LG유플러스 IPTV

그러나 단기간에 유료방송의 헤게모니가 케이블TV에서 IPTV로 넘어가고 있지만, 전성기를 맞고 있는 IPTV 업계도 마냥 안주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TV 시청 패턴이 변화하면서, 케이블TV가 그랬던 것처럼 IPTV도 바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청패턴이 급격히 바뀌면서, TV수상기를 통해 실시간 방송을 보는 사람은 조금씩 줄고 있다. 반면 젊은층을 중심으로 원하는 시간에 모바일, 태블릿, PC, 게임기, TV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방송을 시청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추세다.

이같은 변화로 인터넷을 통해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ICT 연구기관인 인포마 텔레콤앤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OTT 시장이 오는 2017년까지 전세계 방송시장의 8%(370억 달러)를 차지하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들이 전통적인 TV를 떠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용자 입장에서 케이블TV와 IPTV는 동일한 서비스다. TV 옆에 셋톱박스를 놓고 방송을 보는 형태도 동일하다. IPTV가 고공성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또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Vue

미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우리보다 앞서 변화를 겪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등 OTT 사업자들의 등장으로 코드커팅(유료 케이블 방송을 중단하고 OTT서비스로 이동하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여기에 구글, 애플은 물론 트위터, 페이스북까지 실시간TV 서비스를 준비하며 방송시장을 넘보고 있다.

미국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젊은층을 끌어 들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격은 낮추고 채널 수를 줄인 '스키니 번들'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통신사 버라이즌의 커스텀TV(Custom TV)와 위성TV업체 디쉬의 슬링TV(Sling TV)다. 미국 1위 케이블방송 사업자 컴캐스트는 비즈니스의 근간이기도한 셋톱박스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삼성 스마트TV, 안드로이드TV, 로쿠 스틱 등에서 방송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방송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몸부림이 시작된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e마켓터에 따르면 2018년이면 미국인 5명 중 1명은 패키지형태의 유료방송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TV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더 다양한 방법을 통해 '보고싶은 것에 접근’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SK브로드밴드 통합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옥수수

방송 분야의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모펫은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방송 서비스가 등장하기 직전으로 그야말로 폭풍전야”라고 진단했다.

유료방송 가격이 저렴한 우리나라는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접하고 자란 세대)들이 빠른 속도로 경제 주최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시청 방식의 변화를 언제까지 저렴한 가격만으로 묶어 둘 수 있을까? 최근 넷플릭스에 빠져 있는 주변인들을 보면, TV를 보려고 해도 그럴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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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실시한 국내 OTT서비스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주일간 한번이라도 OTT 서비스를 이용했는가, 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7%가 구글 유튜브를 꼽았다. 그 다음이 네이버TV캐스트(3.3%), 아프리카TV(3.1%), 다음TV팟(2.4%),곰TV(1.5%), SK텔레콤 Btv(1.6%), U+TV모바일(1.2%) 순으로 나타났다.

케이블TV 업계 내에서는 작금의 위기상황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로 진단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의 미래는 다양한 경쟁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금보다 녹록지 않을 것이다. 케이블TV 시장을 압도하며 유료방송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IPTV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케이블TV와 다를바 없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