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뉴스, 알고리즘보다 소수 편집자가 주도"

가디언, 내부 문건 공개…"10개 매체 집중 참고"

페이스북의 ‘트렌딩 토픽’ 뉴스 노출조작 공방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이번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폭로했다.

이 문건에는 ‘알고리즘으로 편집한다’는 주장과 달리 사람 편집자가 뉴스 선정 작업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담겨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가디언은 12일(이하 현지 시각) 페이스북의 ‘트렌딩 리뷰 가이드라인(Trending Review Guideline)’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알고리즘으로 편집한다는 페이스북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페이스북 본사 입구. (사진=씨넷)

알고리즘 보다는 소수 편집팀이 트렌딩 토픽이 표출할 기사 선정에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가디언은 “(페이스북 역시) 알고리즘보다는 구식 뉴스 가치 평가 방식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 "현실 반영 못하는 뉴스, 하루 동안 노출 제한"

보도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에는 뉴스 편집팀이 24시간 근무하면서 트렌딩 토픽에 뉴스를 어떻게 송출하는 지에 대한 지침이 담겨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토픽에서 최대 하루동안 제거하는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법과 관련된 부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을 대변하지 못할 경우” 등에는 하루 정도 블랙리스트 처리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사실상 편집자의 판단에 맡긴단 얘기다.

이와 함께 페이스북은 어떤 뉴스가 가치가 있는 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과 10개 뉴스원에 깊이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이 공개한 페이스북의 트렌딩 리뷰 가이드라인 문건 표지.

이를테면 미국 국내 뉴스가 CNN, 폭스뉴스, BBC, 가디언, 뉴욕타임스, USA투데이,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야후 뉴스 등 10개 뉴스 사이트 중 최소 5개 이상에서 톱으로 처리했을 경우엔 주요 뉴스라고 판단해도 된다는 등의 기준도 있다.

가디언은 “페이스북의 가이드라인은 AP통신 같은 전통 언론 조직의 스타일 가이드와 매우 흡사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페이스북의 가이드라인은 편집팀이 우파 미디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페이스북이 주요 뉴스원으로 삼고 있는 매체 대부분이 보수파들이 보기엔 ‘자유주의적(liberal)’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 트렌딩 토픽, 2014년 첫 도입

이번에 논란이 된 트렌딩 토픽은 페이스북이 지난 2014년 처음 도입한 것이다. 데스크톱과 모바일에 동시 적용된 트렌딩 토픽은 이용자들의 토론 등을 토대로 인기 있는 뉴스를 큐레이션 해주는 서비스다.

PC 이용자들에겐 뉴스피드 오른쪽에 ‘트렌딩’이란 박스와 함께 표출된다. 모바일 이용자들은 앱 상단 검색 창을 눌러야만 트렌딩 토픽을 볼 수 있다.

페이스북의 트렌딩 토픽 서비스. PC 이용자들에겐 뉴스피드 오른쪽에 배치돼 있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스북의 인위적 뉴스 배치 의혹을 처음 제기한 것은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였다. 기즈모도는 지난 9일 익명의 페이스북 뉴스 편집자 출신을 인용해 “밋 롬니, 랜드 폴 등 공화당 정치인 관련 뉴스를 삭제해 왔다”고 보도했다.

기즈모도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은 곧바로 말도 안 된다며 일축했다. 페이스북의 뉴스 큐레이터 책임자인 톰 스타키는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특정 정치적 관점을 억제하는 건 허용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가디언이 편집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페이스북의 뉴스 편향성 논란은 또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