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떼죽음, 이산화탄소가 주범?

“먹이인 미역취 꽃가루의 단백질 감소 시켜”

과학입력 :2016/05/12 10:26    수정: 2016/05/12 10:58

꿀벌의 감소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가 되고 있다.

'꿀벌의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라는 유엔의 발표와, '꿀벌의 개체수와 분포 범위의 감소에 기후변화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수 감소 문제가 지구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그 동안 꿀벌의 대량 감소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가 광범위하게 이뤄져 왔지만, 최근에는 이산화탄소 상승이 꿀벌 떼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스미소니언 박물관 중 하나인 국립자연사 박물관에는 수많은 식물 표본이 보관돼 있다. 여기에 보관돼 있는 식물 표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42년의 것으로, 전세계 식물 표본이 500만개 이상 갖춰져 있다. 그 중 하나는 북아메리카 대륙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꽃을 피우는 다년초의 일종인 미역취라는 식물이다.

연구원들은 미역취 꽃과 꿀벌의 관계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미역취 꽃가루에 포함된 단백질 농도를 국립자연사 박물관의 표본을 사용해 조사했다. 조사는 1842년부터 2014년까지의 미역취 표본에서 꽃가루의 단백질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조사기간인 1842년부터 2014년까지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80ppm에서 398ppm까지 상승했다. 2014년과 1842년 꽃가루의 단백질 농도를 비교한 결과, 2014년 단백질 양은 1842년보다 30%나 감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단백질 함량이 크게 감소한 1960년부터 2014년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도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지 실험 미역취를 280ppm~500ppm의 이산화탄소 농도에 노출한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수록 꽃가루에서 단백질의 양이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개 이상의 기존 연구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밀과 쌀처럼 식물의 영양적 가치는 감소한다”고 적시돼 있다. 미역취의 표본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이산화탄소 농도가 상승할수록 꿀벌 떼죽음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이산화탄소는 식물이 만들어내는 당분의 기본 요소이며, 이 당분은 식물 자신을 성장시키기 위한 영양소 역할을 한다. 따라서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은 더 빠르고 크게 성장한다. 그러나 미역취의 경우는 성장에 필요한 당분이 생성되는 대신, 체내의 단백질 함량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영향으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벌통의 수는 무려 33%나 줄어들었다.

미역취의 표본을 조사한 논문의 첫 번째 저자인 루이스 지시카 씨는 “곤충의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으로 잎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더 많은 잎을 먹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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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의 음식은 두 가지로, 하나는 꿀이고 다른 하나는 꽃가루다. 이들은 주로 당분과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말벌은 더 좋은 꽃의 꿀을 찾아 발견하면 동료 말벌에 그 꿀의 존재를 알릴 수 있다. 하지만 꿀벌은 자신이 먹는 단백질이 양질의 것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

윌리엄스 대학의 조안 애드워즈 씨는 “꿀벌의 유일한 음식은 미역취와 과꽃”이라면서 “벌은 늦가을까지 겨울을 넘기기 위한 음식을 둥지에 저장하는데, 꽃가루에 포함된 단백질의 양이 감소하고 있어 겨울을 넘기는 데 필요한 만큼의 단백질이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꿀벌들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