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이크로소프트 빌드2016 컨퍼런스가 열렸다. MS는 이 행사 첫날 기조연설에서 ‘윈도는 개발자의 집(Windows is home for developers)’이란 표현을 사용했다.
윈도10 1주년 업데이트에 포함되는 신기능, X박스로 확장된 유니버셜 윈도 플랫폼(UWP), 윈도10 속 리눅스 배시 셸, Win32 데스크톱 앱 컨버터 등을 설명하면서 나온 표현이다.
MS는 윈도10을 개발자에게 가장 높은 생산성을 보장하는 플랫폼이라고 묘사했다. 안정적이고, 발전가능성과 개방성 또한 크다고 강조했다.
윈도10은 1주년 업데이트 SDK를 통해 1천여개의 새로운 API를 제공하며, 코타나, 블루투스, 윈도 잉크 등의 기능을 웹으로 확장할 수 있다.
가장 새로운 면모는 리눅스 배시 셸을 윈도10에서 구동하는 장면이었다. MS 윈도10 터미널 창에서 우분투 리눅스 배시를 실행할 수 있다. 배시뿐 아니라 우분투 리눅스의 다양한 툴을 윈도10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개발자는 윈도10에서 리눅스 배시를 실행하고 리눅스 컴파일러로 각종 코드를 설치, 개발, 배포할 수 있다. SSH, grep, sed, awk 등 리눅스와 유닉스 툴을 그대로 사용한다.
MS는 윈도10의 우분투에 대해 VM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윈도10에 포함된 리눅스용 서브시스템을 통해 직접 구동한다는 설명이다.
윈도10의 비주얼스튜디오에서 루비로 웹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배시를 실행시켜 리눅스 코드로 컴파일하는 게 가능해진다. 윈도10 탐색기에서 우분투 파일을 보는 것도 가능하다. 배시에서 VI나 EMACS 등의 에디터를 써도 상관없다. 개발자는 윈도10을 떠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 개발의 전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MS는 윈도와 리눅스를 사용하는 개발의 경계가 무의미해졌다고 설명했다. 리눅스가 클라우드와 백엔드 시스템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으므로, 윈도와 리눅스를 함께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윈도에 리눅스를 심어버려 개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게 MS의 주장이다.
윈도 외에 안드로이드, iOS 등을 위한 앱 개발은 자마린의 몫이다. C#으로 작성한 코드를 적은 수고를 들여 iOS와 안드로이드 앱으로 만들 수 있다.
자마린은 iOS와 안드로이드 앱을 위한 에뮬레이터를 제공한다. 자마린 테스트 클라우드는 세상에 존재하는 1천여개의 안드로이드 기기에 대해 구동을 테스트할 수 있다. C# 개발자는 윈도10을 벗어나지 않고, 가장 규모있는 모바일 앱 생태계에서 활동하게 된다. 단, OS X용 앱은 컴파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맥을 사용해야 한다.
더불어 둘째날 기조연설에서 비주얼스튜디오 모든 에디션에서 자마린을 무료로 쓸 수 있게 됐다. 엔터프라이즈, 프로페셔널뿐 아니라 무료 버전인 커뮤니티 에디션도 포함한다.
이뿐 아니라, 자마린 런타임이 닷넷재단에 오픈소스로 기부된다. 누구나 자마린 런타임을 자신의 앱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자마린은 안드로이드, iOS, 맥 등을 위한 자마린 SDK도 MIT라이선스로 수개월내 오픈소스화 할 계획이다. 크로스플랫폼 네이티브 UI 툴킷인 ‘자마린 폼즈’ 역시 오픈소스로 나온다.
윈도 바깥에서 C# 닷넷을 쓸 수 있게 해주는 ‘모노(Mono)’는 MIT 라이선스로 변경됐다. 상용 라이선스와 혼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재량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모노를 사용하는 유니티는 자체 엔진에서 C# 6의 기능을 지원하게 되고, 런타임과 클래스 라이브러리, 고성능 가비지컬렉터 등도 업그레이드된다.
유니티는 닷넷재단에 합류했다. 모노를 이끌었던 자마린과 유니티가 MS와 긴밀하게 협업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MS와 개발도구제품에서 경쟁하는 젯브레인도 닷넷재단에 합류했다. 닷넷용 IDE 제품 개발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리눅스 기업의 맏형 레드햇도 닷넷재단에 합류해 레드햇 리눅스 포트폴리오의 닷넷 수용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윈도에서 시작해 윈도에서 끝났던 닷넷 개발자의 삶은 윈도10이란 집 안에서 리눅스, 안드로이드, iOS, OS X 등으로 뻗어나갈 수 있게 된다. 닷넷코어와 ASP닷넷코어가 발전하면 윈도 기기에서 리눅스 앱을 개발한 뒤 컴파일까지 완료할 수 있다. 애플리케이션 생명주기 관리가 윈도 안에서 모두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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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플랫폼 회사란 점을 지난 3년간 강조해왔다. 플랫폼의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거대한 집으로 윈도를 발전시켜가는 모습이다. MS의 리눅스 배포판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엔 아예 리눅스를 윈도 안에 품어버렸다. 닷넷 생태계는 플랫폼을 막론하고 뻗어나가게 길을 트고 있다.
윈도는 개발자의 집이란 말은 MS 자체를 IT플랫폼으로 진화시키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표현이었다.